2007년 11월 16일. 오늘부터 네이버 없이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언젠가부터 인터넷을 하는게 아니라 네이버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심지어는 외국에 나가도 컴퓨터만 켜면 네이버에 접속하다보니 무보수로 일하는 네이버 직원이 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네이버 직원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살아야되는지 회의가 들었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네이버화된 나의 체질도 변화시켜보고 싶다. 한국 인터넷 산업을 살리는데 일조를 하고 싶다거나 네이버 NHN 주가 230,000원의 반값도 안되는 다음과 엠파스의 주식을 매수하지도 않았지만 내 인생이 주류가 아닌데 굳이 주류 포탈 네이버만 하루종일 쳐다보며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일단 시작페이지를 네이버에서 엠파스로 변경했다. 다음 카페로 유명했던 추억의 다음으로 하려다가 네이버 검색건수가 70%, 다음이 16%, 엠파스가 5% 라고 해서 엠파스로 결정했다. 컴퓨터만 켜면 보이던 네이버의 녹색화면이 엠파스의 딱히 컨셉이 없어보이는 하얀색으로 변하니까 뭔가 허전하다. 당장 네이버에 접속할 때 느껴지던 폐쇄적인 소속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네이버에 접속하면 뭘 클릭해도 네이버지만 엠파스에 접속하니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엠파스에도 메인화면에 뉴스가 뜨긴 하지만 어째 네이버에 뜨는 뉴스보다 믿음도 덜가고 뭔가 어정쩡해보인다. 뉴스도 네이버에 떠야 진짜 뉴스라고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엠파스 직원이 보면 기분 나쁘겠지만 원래 비주류는 좀 서러운 법이다. 그래도 엠파스 직원이 나보다는 우리 사회에서 사람취급 받고 살고 있으니 너무 기분 나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장 내 명함과도 같던 네이버 이메일에 새로 온 편지가 있을 것 같아 궁금해서 온 몸이 근질거리지만 어차피 당장 확인안하면 안될 메일이 올 일은 없으니 다행이다. 정 급한 일이 있으면 핸드폰이나 문자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믿는다. 어차피 대부분의 이메일은 스팸메일이고 중요한 메일은 보내는 사람이 메일 보내고 나서 메일 보냈다고 연락을 주기 때문에 네이버 이메일이 없어도 사는데는 별 지장이 없을 것 같다.


앞으로 누가 이메일을 보내겠다고 하면 거의 사용하지 않던 엠파스 이메일을 알려줘야겠다.


네이버의 녹색화면을 몇분 안봤을 뿐인데 벌써부터 손가락이 떨리고 네이버 메인에 뭐가 떴는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다. 예전 담배를 끊을 때 이런 기분이었는데 네이버에도 금단증상이 있는걸까.


엠파스에도 블로그가 있구나. 네이버 블로그야 원래 유명하고 하긴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가 다 독점적으로 유명하다보니 엠파스에 블로그가 있다는 사실조차 신기하다. 다음 카페는 언제 마지막으로 접속했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지만 얼마전부터 블로거들을 울고웃게 만드는 블로거 뉴스로 유명한데 엠파스의 장점은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여기 저기 둘러보니 왠지 학창시절 다른반에 처음 들어갔을때처럼 마냥 낯설다. 메인을 엠파스로 바꾸고나니 내 마음의 고향은 네이버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그러고보니 드림위즈도 있었구나. 근데 드림위즈도 포탈인가? 드림위즈를 생각하니 엠파스는 어마어마한 거대 주류 포탈로 느껴진다. 몇 년만에 드림위즈 이메일에 로그인을 해보니 천문학적인 수의 읽지 않은 메일이 있다.


미안해. 드림위즈. 잘해보자. 엠파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