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투자사 대표였다면 지금쯤 빚에 허덕이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블로그에 썼던 흥행예상 리뷰를 다시 읽어보니 펀치레이디는 완전 쪽박으로 나의 예상이 적중했지만 바르게 살자와 식객은 예상과는 달리 대박이고 잘 될줄 알았던 어깨너머의 연인과 잘 되길 바랬던 M은 쪽박이다. 세븐데이즈는 예상과는 달리 입소문이 대박이고 시청률 대박을 예상했던 색시몽과 와인따는 악마씨는 지금도 방영중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반응이 미미하다.
8타수 1안타. 8번 예상해서 1번 맞춘 셈인데 만약 내가 투자사 대표고 실제로 내가 잘 될거라고 예상했던 작품에 투자해서 8편 중 1편만 수익이 났다면 지금쯤 빚독촉에 쫓겨 핸드폰 해지하고 잠적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얼마 전 창고에서 썩는 한국 영화라는 기사에 언급된 창고에서 썩고 있는 영화 중 한편도 촬영 전에 시나리오를 읽고는 잘 될 거라고 예상했었다.
오다가다 만난 영화인들 중엔 내가 제규랑 같이 쉬리를 할 뻔했다거나 웰컴투동막골 투자를 거절했다거나 괴물이 망할 줄 알고 투자하지 말라 그랬다거나 왕의남자가 잘될 줄 누가 알았겠냐는 말을 넋두리처럼 늘어놓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이제와서 과거를 회상하며 그때 그러는게 아니었는데라고 후회해봤자 한번 떠난 버스는 후진하지 않는다.
그때 나와 함께 마이너리그에서 놀던 친구가 나와는 다른 선택을 하고 잘 나간 다음부터 전화 한번 안 한다거나 의리가 없다거나 술을 안 산다는 등의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해도 이제 그 친구는 메이저리거다.
친구는 메이저리거. 나는 메이저리거가 된 친구를 회상하며 소주 한잔 기울일 때마다 그 때 그 길로 친구따라 갔으면 지금 이 모양 이꼴은 아닐 거라는 넋두리를 늘어놓으며 술만 마시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메이저리거가 있다는 자랑을 하는 비주류 마이너리거.
내가 영화를 보는 눈은 누구보다 정확하다고 막연히 자부해왔으나 최근 8타수 1안타라는 흥행예상 모의투자 결과를 보고나니 자신감이 없어진다. 그러나 흥행 예상은 적중하지 못했지만 들쑥날쑥이 아니라 일관성 있게 틀렸으니 일말의 희망은 있다. 만약 영화 투자사 대표가 되면 나의 직감과 반대로 베팅하면 승산은 있다.
조선시대 동성애를 다룬 왕의남자, 크랭크업조차 의심스러웠던 태극기 휘날리며 그리고 농촌 총각과 에이즈 다방레지의 러브스토리 너는 내 운명의 대박을 누가 예상했겠냐고 스스로를 위로해보지만 그럼 너는 왜 그런 영화들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으면서 기회를 잡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결국 다 내 잘못이다.
마을금고연쇄습격사건은 잘 안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