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기획이다. 과연 IMF를 소재로 어떻게 블록버스터 장편 상업영화를 만든 건지 궁금하다. IMF는 현재 586세대의 80년대 후일담과는 달리 후일담이 되기엔 아직도 현재진행형인감이 있고 그 누구도 IMF 관련해서는 좋은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있더라도 극소수일 것이다. ‘1997’은 앞으로도 영원히 ‘1987’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호기심을 잔뜩 안고 줄거리랑 예고편을 봤는데 걱정이 앞선다. 혹시나 일본영화 버블로 고!! 타임머신은 드럼방식(2007)’처럼 현재를 살고 있는 인물이 1997년으로 타임슬립한 후 국가부도를 막으려고 고군분투한다는 밝고 경쾌하면서도 페이소스 짙은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닐 것 같기 때문이다.

 

 

제목 그대로 국가부도의 날을 짧고 굵게 겪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추정된다. 톤 앤 매너도 무겁고 어둡다. 모두가 알고 있듯 국가부도는 막을 수 없었고 그로부터 이어진 신자유주의의 역사는 블록버스터 장편 상업영화에 어울릴 법한 성공 스토리는 아니다. ‘명랑의 이순신 같은 난세의 영웅도 없었다. 설상가상 뉴스를 보니 실업자가 100만을 돌파했다고 한다. 만약 개봉 시기가 대선 한두 달 전이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니 정권이 바뀌면 좋은 세상이 올 거란 희망을 주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뭘로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려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어서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흥미롭다. 적어도 뻔하고 식상한 양산형 한국영화는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한 한국 장편 상업영화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p.s.

 

Posted by 애드맨


한적한 교외의 주택가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범인은 악마지만 경찰은 당연히 죄 없는 사람을 범인으로 잡아넣는다. 아무도 수사 결과에 의문을 갖지 않는 가운데 정의롭고 똑똑한 주인공 혼자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고 진상을 밝혀내려 한다. 고군분투 끝에 마침내 범행 현장을 적발해내고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지만 악마를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니 다른 피해자들처럼 비참한 운명을 맞이한다는 이야기다. ‘잠들면 죽는다까진 좋았다. 하지 말라는 짓을 하고 가지 말라는 곳에 갔다가 기어이 험한 꼴을 자초하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마음에 들었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초래되는 공포감이다보니 충분히 설득력도 있었다. 악행을 저지른 사람의 죄책감이 악마를 끌어들였다는 것도 납득이 됐다. 차분하고 건조한 톤 앤 매너도 나쁘지 않았다. 여러모로 나이트메어가 떠올랐는데 아쉬운 건 저예산이어서인지 비주얼이 심심했고 악마도 프레디만큼 임팩트라든가 카리스마가 없었다는 것이다.

Posted by 애드맨

 

 

공포영화를 보다 보면 꼭 하지 말라는 짓을 하고 가지 말라는 곳에 가서 기어이 죽음을 자초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이 바로 그런 대표적인 케이스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새 집에 이사 오면서 들여놓았던 골동품 거울이 부모님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믿는다. 부모님이 거울 앞에서 미쳐가는 과정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된 주인공은 치밀한 조사 끝에 거울을 소유했던 전 주인들이 모두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남동생과 함께 복수를 준비한다. 그런데 그런 불길한 사실을 알았으면 복수고 뭐고 재수없는 거울 따윈 거들떠도 보지 말고, 지금까지 그랬듯 계속 열심히 살면 그만이지 기어이 거울을 이겨 먹으려고 나름 고가로 보이는 장비들까지 세팅해가면서 고군분투하는 걸 보고 있노라니 그저 안쓰러울 뿐이었다. 장르의 관습상 저러다 거울의 전 주인들처럼 비참한 꼴을 당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겟아웃업그레이드의 블룸하우스의 작품이니 뭔가 다른 게 있으려나 싶어 끝까지 봤는데 결과는 역시나였다. 피할 수 있는 죽음을 굳이 자초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공포영화는 무섭다기보다는 한심하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