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슈퍼히어로 영화만 보면 잠이 왔다. 재미는커녕 끝까지 제대로 본 기억조차 거의 없다. 그래서 히어로물은 개봉하든 말든 인터넷에 뜨면 다운받아 보거나 스트리밍으로 봤는데 여전히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극장에서 봤을 땐 영화 같긴 했는데 집에서 보니 영화 같지도 않았다. 영화 같은 동영상? 그러던 차에 아무 생각 없이 넷플릭스를 뒤지다(넷플릭스 추천 아님) ‘지그라 불린 사나이라는 영화를 발견하고 아무 기대 없이 봤는데 이게 웬걸? 의외로 재밌었다. 논스톱으로 끝까지 봤다. 그간의 히어로물에선 보기 드문 청소년 관람불가여서인지 해방감마저 느껴졌다. 데드풀과는 다르다. 데드풀은 등급만 청소년 관람불가지 결국은 마블 특유의 아동스러움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지그는 그런 거 없다. 말 그대로 어덜트 히어로물이다. 잔인하고 화끈하며 현실적이다. 꿈과 희망은 당연히 없고 초능력도 별 거 없다. 그냥 힘만 쎄다. 가벼운 상처는 금방 치유되지만 신통방통한 재생 능력 같은 건 없다. 빌런 역시 마찬가지다. 고만고만하다. 이야기도 뻔하다. 히어로물 공식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다. 내세울 건 오로지 캐릭터에 대한 공감과 표현의 리얼함뿐인데 그게 먹혔다. 멜로 라인도 신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게 딱 적절했다. 이걸 보니 내가 히어로물과 안 맞는 게 아니라 마블의 히어로물과 맞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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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과학자 김성령이 집 안의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외국으로 떠나며 어린 아들 서강준과 생이별하게 된다. 그리고 아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아들과 똑같이 생긴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어 곁에 둔다. 나중에 한국의 아들이 어른이 된 후 엄마를 만나러 외국으로 왔다가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엄마는 그 사실을 숨겨야 하는 이유가 있어서 아들 대신 만든 로봇을 한국으로 보내 아들 역할을 시키는데 정작 아들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후 자신과 꼭 닮은 로봇을 미워한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이 나오는 흔한 얘기다. 여자 주인공은 아들의 경호원인데 로봇을 경호하는 척 하다가 사랑에 빠진다. 여러모로 이해가 안 되는 드라마였다. 인공지능 로봇이 활약하는 세상인데 아직 무인 자동차가 개발 중이라는 설정부터가 그렇다. 사람과 구별이 안 될 정도의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 정도의 기술력이면 무인 자동차는 이미 길거리에 돌아다니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여자 주인공 강소봉이 인공지능 로봇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과정도 납득이 안 됐다. 남자가 가상의 캐릭터나 등신대 인형과 결혼하는 건 실제로 흔한 일이지만 여자가 그러니까 뭔가 말이 안 되는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서강준 잘 생겼다. ‘안투라지때만 해도 서강준이 잘 생기긴 했지만 주연 급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 드라마를 두 달에 걸쳐 마지막 회까지 완주하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이젠 서강준이 주연 급으로 느껴진다. 역시 배우를 만드는 건 드라마다. 비주얼이고 연기력이고 뭐고 일단은 꾸준히 TV에 나와야 누군지 알게 되고 운이 좋으면 인기도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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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오랜만에 본 슈퍼히어로물인데 역시나 나는 마블이랑은 안 맞는 것 같다. 2010년 이전 작품들은 그럭저럭 재밌게 봤지만 그 이후 것들은 뭘 봐도 졸리기만 했고 이런저런 실망이 누적되다보니 몇 년 전부터는 아예 기대를 접고 관심조차 끊어버렸다. 디씨는 다를까 했는데 아니었다. 디씨보다는 차라리 마블이 낫다. 디씨는 나랑 맞고 안 맞고를 떠나 결과물이 기준 이하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못 만들 수 있는지 의아할 정도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재밌게 본 슈퍼 히어로물은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 원투 정도가 다였던 것 같다. 마블의 야심작 어벤져스 씨리즈도 나랑 안 맞기는 매 한가지다. 납득이 안 되는 구석이 너무 많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납득이 안 되는 건 슈퍼히어로들의 주먹질 싸움이다. 복싱 같기도 하고 막싸움 같기도 한 게 무슨 능력을 가졌건 결국은 주먹질로 끝난다. 이번 인피니티 워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그중에서도 압권은 와칸다에서 벌어진 전투였다. 그래도 명색이 슈퍼 히어로와 우주에서 온 외계 생명체 간의 전투인데 백병전이 웬 말이냐; 멜서스의 인구론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타노스의 목표도 시대착오적이었다. 도대체 언제 적 인구론이냐;; 아무리 봐도 어느 지점에서 재미를 느껴야 되는지 모르겠는데 관객 수는 천만을 훌쩍 넘었고 관객 반응도 매우 좋음이다. 아무래도 내가 시대에 뒤쳐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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