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이렇게 어렵다. 내가 김호연 작가의 데뷔작인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은 게 2013년이고 다 읽자마자 무릎을 탁 치며 바로 이게 오리지널 시나리오 작가들의 미래고 이 작품은 내년 가을쯤에 극장에 걸리겠다고 예언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이후 각각 2년 터울로 출간된 ‘연적’과 ‘고스트 라이터즈’도 마찬가지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작품답게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펴 봐도 그림이 그려지고 스토리도 뚜렷해 각색 작업도 수월해 보이는데 여전히 소식이 없다. 특히나 ‘연적’은 남자 투 탑 저예산 로드무비로 딱이어서 어쩌면 ‘망원동 브라더스’보다 더 빨리 극장에 걸리겠구나 생각했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뭐가 더 빠를 지 섣불리 예단 할 수 없을 듯하다.

 

비록 내가 쓴 건 아니고 소설의 최종 목표가 영화화도 아니지만(그래도 되면 좋으니까!) 이래도 영화화가 안 되면 어쩌라는 건가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에 또 2년이 흘렀고 어김없이 신작이 출간됐다. ‘파우스터’라는 제목부터 뭔가 범상치 않았다. 분량도 묵직하다. 읽어보니 예상대로였다. 강약중간약이 아니라 강강강강! 영화로 안 만들고는 못 배기게 만들어주겠다는 기백이 차고 넘쳤고 지금까지 출간된 4권의 작품 중에선 최고로 공을 들인 티가 역력했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쓴 구석이 없고 톤 앤 매너가 묵직하고 스케일도 글로벌해 주류 상업영화 트렌드에도 어울렸다. 말 그대로 야심작이자 이걸로 승부를 보겠다는 출사표 같았다.

 

개인적으론 ‘망원동 브라더스’의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언제까지고 방망이를 짧게 잡고 적시타만 노리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것 같진 않고 저예산보다는 차라리 블록버스터 대작이 영화화가 수월하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파우스터’가 가장 빨리 극장에 걸릴 수도 있겠다. 그래. 영화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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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간 안 될 줄 알았는데 잘 된 영화가 한 두 편이 아니지만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을 시작으로 초반 몇 편까지는 헐리우드 최첨단 CG기술로 재탄생한 슈퍼히어로를 감상하는 맛으로 봤지만 언젠가부터 점점 유치하고 만화 같아져서 흐지부지 지리멸렬 인기가 식을 줄 알았다. 따지고 보면 잘 안 된 슈퍼히어로 영화도 많다. 그런데 유독 마블의 슈퍼히어로들은 인기가 식기는커녕 그 반대였고 한국인은 마블의 민족이 되었으며 전국의 극장은 마블 영화만 트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뭐가 그렇게 재밌다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공부하는 기분으로 어지간한 마블 영화들은 다 봤음에도 아직도 모르겠는 가운데 이번 ‘엔드게임’은 공부라기보다는 지난 10여년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극장으로 향했다. 러닝 타임이 세 시간이나 되는데 영화에는 딱히 몰입이 안 되다 보니 차분하게 지난 인생을 돌이켜 볼 수 있었다. 남들이 재밌어 하는 걸 재밌어 하지 않고 이해할 시도조차 안 하고 누가 뭐래건 나만 재밌음 됐지라는 생각에 엉뚱한 것만 들입다 판 지난 10년이었다. 후회가 된다. 앞으로는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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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초창기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봤고 그 이후엔 미국 드라마를 봤는데 언젠가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이 치고 올라오더니 이제는 비중이 꽤 된다. 기사를 보니 넷플릭스가 디즈니의 대항마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와 연대한다고 하던데 대환영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란 세대여서인지 나가이 고의 ‘데빌맨’처럼 어릴 적에 재밌게 봤던 일본 만화들만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서비스해줘도 향후 십년은 구독을 끊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약간의 불안 요소가 있다면 바로 여고생이다. 미소녀라고 해야 되나? 일본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교복 입은 여고생이나 미소녀를 너무 좋아한다. 심지어는 무슨 모에인지 뭔지 해서 줄창 미소녀들만 나오는 작품도 있더라.

 

개인적으로 그런 건 슈퍼히어로 영화만큼이나 감상이 고통스럽다. 내가 극장에 거의 가지 않게 된 게 헐리우드의 슈퍼히어로 영화에 적응하지 못해서인데 만약 넷플릭스도 슈퍼히어로 영화에 점령당한 극장가처럼 일본 미소녀들에게 점령당한다면 정말 갑갑해질 것이다. ‘보석의 나라’도 그냥 그런 일본 미소녀 계열의 작품인 줄 알고 봤고 역시나였는데 이건 뭔가 다르다. 미소녀들이 평화로운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서 살고 있는데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정체불명의 외계인 같은 것들이 공격을 해 온다는 뻔한 이야기이지만 캐릭터들이 미소녀 장르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것 같다. 너무 예쁘다. 하나 같이 너무나 귀엽고 예뻐서 오래 봐도 지겹지 않고 다 본 후에도 자꾸만 생각나고 다음 화 감상을 멈출 수가 없다.

 

시즌1 완주는 시간문제고 언젠가 일본에 간다면 캐릭터 굿즈까지 사게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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