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애드맨



첫방 때부터 본 건 아니고 지난 주 초쯤 우연히 1회를 보고 삘 받아서 12회까지 논스톱으로 봐버렸고 13회는 며칠 쉬었다가 어제 본방으로 봤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 깊게 본 일드가 ‘롱 베케이션’인데 결혼식 당일에 바람맞는 설정 외에도 어딘지 모르게 90년대 중후반 일드 느낌이 나서 좋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좋았던 건 서현진의 연기다. 신선했다. 사실 이 드라마가 이렇게 뜰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대본만 보면 로코 공식에 딱딱 들어맞고 있을 건 다 있지만 특별할 건 없는 그냥 흔한 한드일 뿐이다. tvn에서조차 딱히 홍보에 공을 들이는 것 같진 않았다(요즘 ‘굿와이프’나 ‘안투라지’ 홍보하는 것과 비교하면). 나는 이런 드라마가 있는 줄도 몰랐다. 여자 주인공인 서현진도 마찬가지다. ‘밀크’ 팬이었지만 서현진은 몰랐다. 아, 얼굴은 알았지만 이름까진 몰랐다. 여러모로 이렇다 할 변수가 없는 한 그냥 흔한 로코들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빠르게 잊혀질 운명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있었다. 서현진의 연기다. 1회에서 서현진의 연기를 보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다. 어디서 이런 배우가 갑툭튀했는지 그저 신기할 뿐이었고 예전에 ‘밀크’ 멤버였다는 걸 알고 나자 그 때 그 ‘밀크’ 멤버가 지금의 서현진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기적이 따로 없다. 서현진의 연기를 두고 ‘미친 연기’ 또는 ‘인생 연기’라고 하던데 한국의 미녀 여배우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톤앤매너의 연기가 아니어서인지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았다. 특히 보통 흔한 미녀 여배우들에게선 나올 수 없는 한 맺히고 억울한 눈빛 연기가 압권이었다. 이는 꾸준하고 성실한 연기 연습만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의 그것이다. 서현진의 ‘밀크’ 이후의 인생이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정말 10회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넋 놓고 서현진만 봤던 것 같다. 아마 서현진보다 인지도만 높은 그냥 흔한 미녀 여배우가 주연을 맡아 본인이 평소 다른 드라마에서 하던 톤앤매너로 연기를 했으면 드라마가 이 정도로 뜨진 못했을 것이다. 다만 드라마가 대박이 나서 연장 결정이 나는 바람에 10회 넘어가면서부터는 회상 씬이 잦아지고 극의 밀도가 떨어지며 서현진의 연기도 덩달아 루즈해지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지금까지 하드캐리한 것만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최종회가 18회니까 앞으로 5회나 더 남았는데 과연 어떤 연기로 드라마가 용두사미로 전락하는 걸 막을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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