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올라온 마블의 슈퍼 히어로 드라마 중에 제일 재밌었다. '데어데블' 시즌1과 '루크 케이지' 시즌1의 빌런들은 초능력자가 아니어서 막판 대결의 긴장감이 덜했고 '퍼니셔'는 주인공과 빌런 모두 초능력자가 아니어서 딱히 마블 드라마 느낌이 아니었다. 반면 '제시카 존스'의 빌런 킬 그레이브는 달랐다. 인간을 말 한 마디로 움직일 수 있는 너무나도 강력한 마인드 컨트롤 능력자여서 도대체 쟤를 힘만 쎈 제시카 존스와 루크 케이지가 어떻게 이길 지 머리를 굴리게 되는 재미가 쏠쏠했다. 클라이막스에 엄청나게 기상천외하거나 상상을 초월하는 대결이 펼쳐질 줄 알았다. 이렇게 기대가 컸던 만큼 엔딩은 살짝 허무했다. 정말 이게 끝인가 싶었다. 너무 쉽게 이겼다. 쉽진 않겠지만 킬 그레이브가 제발 언젠가 다시 돌아와주면 좋겠다. 이렇게 퇴장하기엔 능력이 너무 아깝다.

 

수위가 은근 높은 점도 마음에 들었다. 19금에 어울릴법한 베드씬이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나온다. 게다가 제시카 존스 역의 크리스틴 리터의 몸매가 예술이어서 그냥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웠다. 다만 제시카 존스가 루크 케이지와 화끈한 한 때를 보내는 걸 볼 때마다 넷플릭스 마블 드라마 보는 순서를 따르지 않고 '제시카 존스' 시즌1보다 '루크 케이지' 시즌1을 먼저 봐서 루크 케이지의 먼 미래가 자꾸 떠올라 기분이 묘했는데 설마 루크 케이지가 과거에 제시카 존스랑 이 정도로까지 엮인 사이였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넷플릭스 마블 드라마 보는 순서대로 '루크 케이지' 시즌1보다 '제시카 존스' 시즌1을 먼저 볼 걸 그랬다. 그 순서대로라면 '디펜더스' 보기 전에 '데어데블' 시즌2와 '아이언 피스트' 시즌1을 봐야 하는데 도저히 안 땡긴다. '데어데블'은 어떻게든 노력하면 가능할 것 같긴 한데 '아이언 피스트'의 오리엔탈리즘은 도저히 견딜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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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올라온 마블 드라마를 보는 순서에 따르면 ‘데어데블’ 시즌1 다음엔 ‘제시카 존스’ 시즌1 다음엔 ‘데어데블’ 시즌2 다음에야 ‘루크 케이지’ 시즌1을 봐야 하지만 ‘아이언 피스트’ 시즌1과 ‘디펜더스’ 시즌1 다음에 봐야 하는 ‘퍼니셔’ 시즌1을 봐 버렸으니 굳이 순서대로 볼 필요 있나 싶고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백인 남자 히어로들에게 질려 있던 터라 흑인 히어로는 어떤지 궁금해서 ‘데어데블’ 시즌1을 마치자마자 달리기 시작해 어제 ‘루크 케이지’ 시즌1 정주행을 마쳤다. 

 

특이한 드라마였다. 최종 빌런인줄 알았던 빌런들이 연이어 사망이나 체포로 퇴장하고 나서야 최종 빌런이 등장하고 포스터의 주인공이자 히어로는 흑인 남자 루크 케이지지만 진정한 주인공이자 히어로는 흑인 여자들이고 심지어는 최종 빌런은 흑인 여자다. 루크 케이지가 괴력과 불사라는 초능력으로 나쁜 놈들을 무찌르는 이야기로 포장되어 있으나 실상은 흑인 여자들이 할렘이라는 공동체를 각자의 방식으로 지키는 이야기에 더 가깝다. 루크 케이지의 초능력 장면은 딱히 많이 나오지도 않는다. 백인 남자는 예외 없이 악당이거나 별 볼 일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음 차례는 ‘제시카 존스’ 시즌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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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니셔 시즌1은 마블 작품답지 않게 시종일관 스릴 넘치고 진지하고 어둡고 박진감 넘쳐서 13회 정주행이 그리 어렵지 않았고 중반부턴 다음 회가 궁금해서 몰아보기까지 했는데 시즌2는 이제 겨우 1회 봤는데 다음 회가 전혀 궁금하지 않고 그나마 1회도 보는 내내 이걸 계속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 갈등하며 봤다. 시즌1에선 초반부터 스릴이 넘쳤는데 시즌2는 김빠진 풍선처럼 흐물흐물하고 할 이야기가 없어서 억지로 이야기를 짜낸 느낌이다. 1회는 시즌1을 성공적으로 끝낸 프랭크가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는지 혼자서 봉고 타고 여기저기 떠돌다가 어느 클럽에서 아들 하나를 둔 싱글맘 바텐더와 눈이 맞는데 공교롭게도 마침 그 날 클럽에 들른 여자 도망자 때문에 골치 아픈 일에 엮인다는 이야기다. 싱글맘과 술집에서의 첫 만남에서 원나잇까지는 너무 클리쉐여서 하품이 나왔고 술집 격투씬은 너무 길어서 졸음이 왔다. 시즌3가 왜 캔슬 됐는 지 알 것 같다. 아무래도 퍼니셔 시즌2에는 시즌1의 인물들도 안 나오고 영 내가 열광했던 퍼니셔와는 거리가 먼 것 같아 시즌2가 무슨 이야기인지만 살펴본 후 하차하려고 회별 줄거리 요약을 봤는데 다음 회부터는 시즌1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나오긴 한다. 그들과의 이야기가 궁금하긴 해서 완주까지는 모르겠지만 꾸역꾸역 보게 될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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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간 안 될 줄 알았는데 잘 된 영화가 한 두 편이 아니지만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을 시작으로 초반 몇 편까지는 헐리우드 최첨단 CG기술로 재탄생한 슈퍼히어로를 감상하는 맛으로 봤지만 언젠가부터 점점 유치하고 만화 같아져서 흐지부지 지리멸렬 인기가 식을 줄 알았다. 따지고 보면 잘 안 된 슈퍼히어로 영화도 많다. 그런데 유독 마블의 슈퍼히어로들은 인기가 식기는커녕 그 반대였고 한국인은 마블의 민족이 되었으며 전국의 극장은 마블 영화만 트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뭐가 그렇게 재밌다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공부하는 기분으로 어지간한 마블 영화들은 다 봤음에도 아직도 모르겠는 가운데 이번 ‘엔드게임’은 공부라기보다는 지난 10여년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극장으로 향했다. 러닝 타임이 세 시간이나 되는데 영화에는 딱히 몰입이 안 되다 보니 차분하게 지난 인생을 돌이켜 볼 수 있었다. 남들이 재밌어 하는 걸 재밌어 하지 않고 이해할 시도조차 안 하고 누가 뭐래건 나만 재밌음 됐지라는 생각에 엉뚱한 것만 들입다 판 지난 10년이었다. 후회가 된다. 앞으로는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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