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메이저 영화들의 단골 스태프로 잘 나갔던 아무개는 한참을 일 없이 놀았고 최근까지도 일 없이 놀고 있었다. 한국영화 부활의 조짐이 보인다고 해봤자 대다수 스태프들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얘기고 최근 서 너 편의 대박이 터지긴 했지만 역시 대다수 스태프들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얘기다. 아마도 대박 영화에 직접 참여했던 스태프들에게도 영화의 대박과 본인의 부귀영화는 별다른 상관 관계가 없을 것이다. 암튼 한참을 일 없이 놀고 있던 아무개가 뜬금없이 메이저 영화 단골 스태프인 자신의 수준에는 한참을 못 미치는 마이너 영화 일을 해야 될 것 같다고 한탄을 했다. 좀 쪽팔리긴 하지만 일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안타까웠다. 메이저 영화의 스태프를 했건 마이너 영화의 스태프를 했건 본인이 감독이나 제작자 같은 키맨이 아닌 이상 아무개는 그저 스태프로 참여한 아무개일 뿐이라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아무개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아마 나도 아무개처럼 메이저 영화사에서 메이저 영화 일만 했다면 마이너 영화 일을 할 때 좀 쪽팔리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개와 달리 스태프는 그저 스태프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메이저 영화사에서 메이저 영화 일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처럼 마이너 영화사에서 마이너 영화 일만 하다보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수준과 나의 수준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아무개는 메이저 영화사에서 메이저 영화 일만 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이제 아무개도 조만간 그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직업에도 귀천이 없는 마당에 영화에서 왠 귀천을 따지나. 그리고 메이저 마이너 귀천 따위가 뭐가 중요한가.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재미있게 살면 되는 것을.

Posted by 애드맨

1. 메이저 영화사 + 대박 감독 + 재미있는 시나리오

호환마마, 전쟁 등의 재앙만 없다면 크랭크인 할 수 있다.


2. 메이저 영화사 +대박 감독 + 재미없는 시나리오

기획팀에서 시나리오의 문제점을 지적하겠지만 아무런 상관없이 크랭크인 할 수 있다.


3. 메이저 영화사 + 보통 감독 +재미있는 시나리오

감독 교체 의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무난하게 크랭크인 할 수 있다.


4. 메이저 영화사 + 보통 감독 + 재미없는 시나리오

영화사 대표가 밀어붙인다면 기획팀의 구박을 받으며 크랭크인 할 수 있다.


5. 메이저 영화사 + 신인 감독 + 재미있는 시나리오

영화사 대표가 밀어붙여야만 기획팀도 수긍하는 분위기 속에서 크랭크인 할 수 있다.


6. 메이저 영화사 + 신인 감독 + 재미없는 시나리오

신인감독에게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고쳐오라는 숙제를 내주고 집으로 돌려보낸다.

감독은 대표 얼굴도 못보고 주로 기획팀 막내와 커뮤니케이션한다.


7. 마이너 영화사 + 대박 감독 + 재미있는 시나리오

영화사 대표가 양아치만 아니라면 크랭크인 할 수 있다.

마이너 영화사에는 기획팀이 없는 경우가 많다.


8. 마이너 영화사 + 대박 감독 + 재미없는 시나리오

영화사 대표가 정상인이고 감독에게 시나리오 수정 의지만 있다면 크랭크인 할 수 있다.

기획팀이 있다면 반대 의견을 내겠지만 대박작품 감독님 앞에서는 아무 소리 못한다.


9. 마이너 영화사 + 보통 감독 + 재미있는 시나리오

메이저 영화사와 공동제작을 시도하면 조금 더 빨리 크랭크인 할 수 있다.


10. 마이너 영화사 + 보통 감독 + 재미없는 시나리오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고쳐달라고 부탁하고 사무실을 빌려준다.

사람 좋다는 소리를 들으며 전략적으로 기획팀과 친해지는 감독도 있다.


11. 마이너 영화사 + 신인 감독 + 재미있는 시나리오

시나리오의 컨셉을 도용당할 가능성이 조금 있다.
표절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영화사 대표와 신인감독이 법정에서 만날 수도 있지만
보통은 신인 감독이 그냥 참고 넘어간다.


12. 마이너 영화사 + 신인 감독 + 재미없는 시나리오

장동건을 캐스팅하거나 영화진흥위원회가 도와준다면 크랭크인 할 수 있다.



메이저 영화사는 대기업들과 친하거나 따로 믿는 구석이 있는 영화사입니다.

마이너 영화사는 메이저 영화사가 아니거나 신생 영화사 입니다.


대박 감독은 대박 작품을 연출한지 몇 년 지나지 않은 감독입니다.

보통 감독은 대박 작품 연출 경력이 없는 기성 감독입니다.


재미있는 시나리오는 읽고 나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드는 시나리오 입니다.

재미없는 시나리오는 중도 포기했거나 회의를 위해 억지로 읽은 시나리오입니다.


스타 배우 캐스팅은 크랭크인을 뜻하므로 고려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