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순


Posted by 애드맨

<마터스>는 다 좋은데 너무 무서워서 남에게 추천하기가 망설여지는 영화였고 <불신지옥>은 다 좋은데 하나도 안 무서워서 남에게 추천하기가 망설여지는 영화였다. 공포영화란 무엇인가를 따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마터스>나 <불신지옥>은 두 편 다 잘 만든 공포영화임에는 틀림없는데 어쩌다 이런 차이가 생겼는지 궁금해서 이용주와 파스칼 로지에의 인터뷰 기사를 모아서 비교해보았다.



1. 공포영화에 대하여


이용주 - 호러 마니아는 아니다. 공부를 위해 참고한 호러 영화는 거의 없다. 주로 다큐멘타리를 참고했다. 다큐영화 <영매>도 봤고, 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왔던 ‘거리에서 신앙을 파는 사람들’ 같은 다큐멘타리를 흥미롭게 봤다. 한 사이비 종교 다큐멘타리를 봤는데 그 종교에 빠진 사람들은 지도자가 만든 물을 죽은 자에게 바르면 부활할 거라 믿더라. 한번은 아들이라는 사람이 매장했던 어머니 시체를 꺼내 와서 물을 바르며 부활을 기도하더라. 바로 그런게 우리 상식의 영역을 넘어서는 광신의 공포가 아닌가 싶다.


파스칼 로지에 - 집착했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어린 시절부터 공포영화를 좋아했다. 영화 장르 중에서 인생을 가장 거짓없이 표현할 장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죽고 모든 사람들이 고통을 느끼는 것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표현할 만한 훌륭한 매개체가 공포영화다. 다시 말하자면 공포영화는 세상을 살아갈 때 필요한 조건들이 얼마나 흉측하고 괴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는지를 거짓없이 드러낸다. 그럼 점에서 존 카펜터나 로만 폴란스키 같은 감독들이 개인적 감정들을 훌륭하게 표현했던 감독이라고 본다. 나는 세상이 너무나 좆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분 좋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내 자신을 배신하는 행위로 본다. 그건 정말 역겨운 일이다.



2. 시나리오에 대하여


이용주 - 이용주 감독은 <살인의 추억> 연출부로 영화계에 뛰어들었고,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여러 영화사에서 입봉작을 준비해왔다. 그런데 준비하던 멜로영화가 엎어졌다. “가장 입봉하기 쉬운 게 공포영화 아이템인 것 같아서 <불신지옥>의 시나리오를 썼다”는 게 이 영화의 탄생 비화다. 이용주 감독은 원래 건축을 전공한 건축학도다. 건축사에서 4년간 직장생활을 한 경험도 있다. “영화가 하고 싶었다. 게다가 직장생활 시작했을 때 IMF가 터졌는데 주변 사람들이 잘려 나가는 걸 보면서 짜증도 많이 났었다. 그러다가 이래저래 단편을 하나 찍었는데 아주 재밌더라. 안 하면 후회하게 생겼더라. 부모님께 딱 2년만 해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벌써 10년째다. (웃음)”


파스칼 로지에 - 순전히 상상력에서 나왔다.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 때문에 기분이 나쁠 때 쓴 시나리오고 이 영화는 나의 가장 어두운 면을 가장 솔직하게 담아낸 영화다.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공포영화 장르가 적합하다고 생각해 그것으로 밀고 나갔지만 장르적 특성에 묻히기는 싫었다.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감독 자신이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스펜스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마터스>는 순수한 장르영화이기도 하다. 관객들이 서스펜스를 받아들이면 받아들일수록 빠져들게 하는 효과를 내려고 했다.



3. 영화 제작의 계기에 대하여


파스칼 로지에 - 프랑스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적은 예산으로 공포영화를 만들어 달라는 제안이 왔다. 나는 그들이 평소 개방적인 사람들임을 알았기 때문에, 영화를 자유롭게 만들겠다는 판단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을 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런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을 하고 진행하기보다는 직감적으로 이야기를 쓰면서 작업했다. <마터스>는 내면에 있는 어두운 면들을 한꺼번에 쏟아낼 기회였다. 그래서 순간순간의 느낌에 충실한 영화로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아마 오랜 시간을 두고 계획을 짜고 영화를 진행했다면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이용주 - <살인의 추억> 스태프로 일하다 작품이 끝나자마자 데뷔작 준비에 들어갔다. 당시 싸이더스에서 4년 정도 준비하던 작업이 무산됐고 그 프로젝트를 다른 회사에서 관심을 가지기에 또 한 차례 준비 과정을 거쳤다. 2003년부터 무려 5년여의 기간을 한 작품만 들고 있었던 셈이다. 감정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더라. 영화를 그만둬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서 새로운 시나리오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을 잡고 출발하려니 암담하더라. 갖고 있던 아이템 중 호러 영화로 풀어보면 괜찮다 싶은 것들을 몇 가지 두고 고민하다가 결국 2007년 7월경에 초고가 완성됐다. 이 시나리오를 들고 봉준호 감독님을 만나 상담했다. “어떤 제작사랑 작업을 해보고 싶냐?”란 질문을 받았고 그 자리에서 “정승혜 대표님이 계신 영화사 아침이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봉 감독님이 그 자리에서 바로 정 대표님께 전화를 걸어줬다. 이런 인연으로 결국 영화사 아침에서 데뷔하게 됐다.



4. 너무 무서우면서 흥행에도 성공하는 공포영화의 필요충분조건

애드맨 -
너무 무서운 공포영화를 만들기 위한 필요조건으로는 일단 감독이 세상이 너무나 좆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분 좋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스스로를 배신하는 행위거나 정말 역겨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공포영화의 광적인 팬이어야 하고 시나리오는 입봉하기 쉬울 것 같아서가 아니라 감독 본인이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 때문에 기분이 나쁠 때 자신의 가장 어두운 면을 솔직하게 담아내서 한꺼번에 쏟아내겠다는 각오로 써야 할 것 같다. 공포영화는 머리로 만드는게 아니기 때문일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지가 아무리 잘 나도 감독 혼자서는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점이다. 방송국 같은데서 영화를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받거나 해당 업계의 유력한 실력자가 나서서 도와줘야 하는 것이다. 비록 무서움의 정도와 흥행 성적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지만 이 세 가지 조건만 충족되면 무서운 공포영화를 만들 수는 있는 것 같다. 참고로 흥행성공을 위한 충분조건으로는 그 해 여름 시장에서 가장 먼저 개봉할 것! 이 있다. <마터스>와 <불신지옥>이 <여고괴담5>보다 흥행 성적이 저조한 이유는 가장 먼저 개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건 무조건이다. 무조건 가장 먼저 개봉해야 한다. 지난 5년간 단 한번의 예외도 없었으니 앞으로도 예외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잘 모르겠는데 어떤 아무개는 여자보다는 남자가 공포영화를 더 잘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 아무개가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 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암튼 이 네 가지 조건만 충족시킬 수 있다면 너무 무서운 공포영화를 만들어서 돈 방석에 앉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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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애드맨

얼마 전 2009 올해의 호러퀸으로 박한별을 선정했었으나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2009 올해의 호러퀴은 Emilie Miskdjian 입니다.
Emilie Miskdjian님 축하드립니다~!

선정이유 : Emilie Miskdjian  
관련포스팅 : 2009-06-16 2009 올해의 호러퀸은 박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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