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투자는 다 됐고 캐스팅, 스태핑, 헌팅 진행 중입니다.
언젠가 '기대와우려'에 '기대된다'로 올리려고요.

그럼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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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천만 감독이 되는가_1  

Posted by 애드맨

드디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사실 얼마 전부터 입질이 오긴 했지만 이번에도 언제나 그래왔듯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지리멸렬 결국엔 아무 일도 아니게 되어 버릴 줄 알고 전혀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도장을 챙겨서 자기네 사무실로 오라는 연락이 왔다. 아직 영화판에서 10년을 버틴 건 아니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이것저것 잘 되기 시작하면 대충 10년을 꽉 채우게 되고 그때쯤되면 나에게도 기회가 올 테니 영화판에서 10년만 버티면 개나 소나 감독한다는 말이 영 헛소리는 아닌 것 같다.

워낙에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순간이라 도장을 찍는 순간 지난 영화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질 줄 알았는데 내 도장이 찍혀 있는 계약서를 들여다보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저 담담하기만 하다. 누군가에게 영화판에서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인지 오늘은 좋은 날이라고 아무리 스스로를 세뇌하며 억지로 들떠보려고 해도 점점 더 차분해질 뿐이다. 소중히 간직해오던 정든 아이템을 남의 품으로 떠나보내서일까? 아니면 그동안 주워듣거나 직접 목격했던 험한 꼴들이 워낙에 많아서일까? 여하튼 앞으로 나에게 펼쳐질 일들의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면 확실히 계약서에 도장 하나 찍었다고 마냥 행복해 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단계쯤 되어야 이런저런 눈치 안 보고 잔 머리도 안 굴리고 마음껏 들뜨고 기뻐할 수 있을까? 봉준호나 김지운 단계쯤 되면 그래도 되는걸까? 솔직히 그동안 모두에게 천대받고 멸시받고 무시당하고 나조차도 거의 포기했던 아이템을 좋게 봐준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뿐이다. 완전 기대된다. 이제 입금만 확인하면 완벽하다.

Posted by 애드맨

CJ엔터테인먼트에서 합격 통보 전화가 왔다.


다음 주부터 CJ엔터테인먼트에 정직원으로 출근하라는 것이다. 드디어 길고 길었던 마이너 언저리 변두리 지지부진 흐지부지 지리멸렬 영화 인생이 막을 내리고 꿈에도 그리던 당당한 메이저 영화인으로서의 새로운 영화 인생이 시작된다. 


강남 한 복판에 있다는 소문이 있는 CJ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 출근하게 되면 가장 먼저 나를 무시하고 괄시했던 지인들에게 이 기쁘고도 배아플 소식을 알려줘야겠다. 니가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발굴해서 시나리오를 개발한다해도 너는 출신이 변두리 마이너 영화인이라서 메이저 영화인이 되기는 힘들거라고 조언해주셨던 그 당시에는 잘 나갈 뻔 했으나 지금까지 못 나가고 있는 A모 감독님에게 가장 먼저 전화해 CJ엔터테인먼트에 합격했으니 요즘 감독님이 개발하고 있는 시나리오가 있으면 어디 한번 들고 와 보라고 CJ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전화로 전화해봐야겠다.


당장 다음날 A모 감독님이 쭈뼛 쭈뼛 시나리오를 들고 CJ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 오면 믹스 커피 한 잔 타주고 일이 있어 오래 얘기 못해 죄송하다고 집에 보낸 후 대략 한달쯤 후에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꼼꼼히 검토해봤는데 작품이 너무 마이너해서 우리 CJ엔터테인먼트와는 궁합이 맞지 않아 진행하기 힘들게 됐다고 문자메시지로 통보해드릴 것이다. 아마도 바빠서 A모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검토할 시간은 없겠지만 보나마나 마이너일테니 굳이 검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나도 메이저 영화인이 됐으니 재능을 검증받은 메이저 영화인들의 시나리오만 검토할 생각이다.


CJ엔터테인먼트에서 정직원 합격통보를 받고 한 시간 쯤 후에 내 전화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뜬금없이 봉준호 감독님에게 전화가 왔다. 봉준호 감독님이 요즘 괴물의 차기작으로 마더라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나보고 본인과 공동 연출을 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것이다. 갑작스런 제안에 좀 당황스러워서 아니 저는 아직 연출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이고 경력이라고는 망해가는 영화사 몇 군데를 다녔을 뿐인데 어떻게 감독님과 공동 연출을 할 수 있겠느냐며 사람 갖고 장난치지 말라고 정중하게 사양했더니 그럼 몇 일간 시간을 줄테니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전화해달라고 하셨다. 마더는 올 가을 촬영 예정이라니 빨리 답변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 CJ엔터테인먼트 정직원과 봉준호 감독님과의 공동 연출 크레딧 사이에서 고민이 많이 된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대표님에게 전화가 왔다. 드디어 100억 펀드 조성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룸싸롱인지 단란주점인지 아가씨들 노래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대표님이 잔뜩 들뜬 목소리로 앞으론 우리도 주눅들지 말고 벤티지 홀딩스처럼 당당하게 영화 잡지들과 인터뷰도 해가면서 영화할 수 있게 됐다고 즐거워하신다. 100억 펀드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차마 CJ엔터테인먼트 정직원이 됐으니 퇴사하겠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표님과는 씁쓸한 기억들 만큼이나 흐뭇한 기억들도 많았는데 괜히 상처주고 싶지는 않다. 만약 100억 펀드가 사실이라면 대표님 뒤에 줄을 서야 될 것 같기도 한데 아무래도 대표님이 만우절이라고 장난 치는 것 같다.


우리 대표님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으실 분이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