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과 둘이서 술을 마셨다. 얼마 전에 남자 친구랑 헤어져서 외로우니까 나 같은 스타일만 빼고 아무 남자나 소개시켜달라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이 좋아할만한 남자가 딱히 떠오르지 않아 막막했는데 그녀는 월급은 적어도 괜찮다는 조건(?)을 달았다. 순간 머리 속에 현재 여자 친구 없는 남자 친구들의 얼굴이 여럿 떠올랐다. 그 중 아무나 골라서 소개시켜주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월급이 적어도 괜찮으면 정말 많은 남자들을 소개시켜줄 수 있기 마련이다. 당장이라도 술자리에 불러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만약 둘이서 눈이 맞아 사랑하는 사이가 되면 내 입장이 난처해질 게 뻔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은 그 날 우리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2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친구에게 소개팅을 시켜주면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과 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솔직하게 말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숨기자니 후환이 두려웠다. 두 사람이 나중에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 후 서로의 과거를 솔직하게 말해주기 게임이라도 하다가 로맨틱한 분위기에 취한 그녀가 어차피 지나간 일이니 별 일 아니라는 생각에 나와의 과거(?)를 후련하게 털어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심 끝에 내 주변엔 소개시켜 줄만한 남자가 하나도 없으니 여기저기 수소문해보겠다고 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은 그럼 소개팅 성사 전까지는 자기가 부르면 언제 어디든 달려 나오라고 명령 아닌 명령을 내렸다. 나는 언제 어디든 달려 나갈 순 있는데 그래서 뭘 하자는 거냐고 물어봤고 그녀는 그건 그 때 그 때 다를 예정이라고 했다. 그 때 그 때 다를 예정이라는 게 뭔진 모르겠지만 지금 해보면 안 되겠냐고 물어봤는데 지금은 곤란하다고 했다. 그게 뭔지는 2차를 가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으려니 했는데 그녀는 1차를 끝으로 집으로 가 버렸다. 술값은 그녀가 냈다.

관련포스팅
발정난 나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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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3   구혜선에게 소설 잘 쓰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46]

요즘 망해가는 영화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 아직 구체적인 구상은 없고 연재 시작 날짜도 미정입니다만 조만간 매일 새벽 1시마다 로맨스 소설을 올릴 생각입니다. 로맨스 소설 연재는 이번이 처음이라 많이 떨립니다만 얼마 전부터 꾸준히 덧글을 남겨주시는 구혜선씨 팬 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만 생각하면 없던 용기도 생깁니다. 그럼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다들 좋은 밤 되세요!


p.s.1. 여주 이름을 혜선이로 해도 될까요?

p.s.2. 발정난 나의 도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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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여자 친구 3호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는 아주 오래 전에 잠깐 사귀고 헤어졌지만 오래도록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가끔씩 만나 해피타임을 함께 하는 친한 친구 같은 사이다. 그런 그녀가 뜬금없이 전화해서는 나보고 별 일 없냐고 물어왔다. 난 그녀가 그저 심심해서 시간이나 때우려고 전화한 줄 알고 나야 뭐 그럭저럭 잘 지낸다고 대답한 후 넌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못 지내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봤더니 그녀는 한동안 소변을 볼 때마다 뭔가 편하지가 않아 얼마 전에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과 상담 후 이런 저런 검사를 받아 봤는데 알고 보니 그녀의 몸 안에 아무개 세균이 살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나는 아무개 세균에 대해선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그게 뭐냐고 물어봤는데 그녀는 말하면 복잡하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성관계로만 전염되는 세균이라고 했다.


아 그렇구나. 난 아무개 세균이 뭔지는 잘 몰랐지만 왠지 성관계로만 전염되는 세균이라니까 어째 좀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녀가 나에게 왜 그런 민감하고 조심스럽고 프라이버시하고 부담스러운 얘기를 해 주는 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시 그녀가 성관계로만 전염된다는 아무개 세균 때문에 지금 너무 괴롭고 힘들고 수치스러운데 주변에 허심탄회하게 속 내를 털어놓을 사람도 없고 믿고 의지할 사람도 없어서 그러나 싶어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해 최대한 성심성의껏 위로를 해 주었다.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정말 유감이고 안타깝다. 이건 너의 잘못이 아니니까 자책하지 마라. 그냥 길가다 우연히 보도블럭에 걸려 넘어졌다고 생각해라. 부디 병원에서 주는 약 잘 챙겨 먹고 빨리 완쾌되길 바란다. 등등 남 얘기 하듯 위로해주고 있었는데 그녀는 길게 한숨을 쉬고는 나보고도 한 번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 그제서야 왜 헤어진 여자 친구 3호가 나에게 전화를 했는지 이해가 됐다. 그녀의 추측에 의하면 내가 그녀에게 아무개 세균을 전염시켰거나 그녀가 나에게 아무개 세균을 전염시켰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나 이외에도 그녀에게 아무개 세균을 전염시켰거나 혹은 그녀에게 아무개 세균을 얻어갔을 지도 모를 후보들이 몇 명 있긴 한데 어쨌든 그들에게도 이 비극적인 사실을 알려줄 예정이라고 했다. 하여간 이제 와서 누가 누구에게 전염시켰는지는 중요치 않으니 주변 여자들 혹은 남자들에게 민폐 안 끼치고 몸 건강하게 잘 살고 싶으면 빨리 가까운 비뇨기과에 가서 아무개 세균이 있는지 없는지 검사를 받아보라는 것이다.


순간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와 함께 눈 앞이 깜깜해졌다. 나는 평생 동안 성관계로만 전염되는 세균 들 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살아왔고 그녀와 달리 나는 아무런 자각증상 없이 잘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없이 억울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나는 아무런 자각증상 없이 잘 살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했는데 그녀는 잠복 기간이라는 게 있다며 속는 셈 치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는 말을 남기고는 바쁘다며 전화를 끊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뉴요커, 최소 4명 중 한 명 성병 있다>는 기사를 읽고는 그 기사 밑에 섹스 앤 더 시티가 아니라 성병 인 더 시티구나 라는 덧글을 달아주고 싶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다시 그 기사를 검색해보았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뉴요커, 최소 4명 중 한 명 성병 있다>라는 제목이 <서울 남녀, 최소 4명 중 한 명 성병 있다>로 보였다. 발정의 대가가 아무개 세균이라면 앞으론 정숙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헤어진 여자 친구 3호와의 통화가 끝난 후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가며 아무개 세균에 대해 알아보았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알면 알수록 불안해졌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솜씨 좋은 의사 선생님이 있다는 비뇨기과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이란 걸 처음 알게 됐을 때만 해도 내가 인터넷으로 비뇨기과를 검색하게 될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다. 요즘 한국영화가 많이 어렵긴 하지만 내가 지금 한국영화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 부디 내 몸 안에는 아무개 세균이 살고 있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동안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고 비교적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괜찮을 것 같다. 하나도 안 불안하다.


관련기사 : 뉴요커, 최소 4명 중 한 명 성병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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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읍.


그녀의 입을 나의 입술로 틀어 막고 기세 좋게 달려든 것 까진 좋았으나 콘돔을 찾느라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고 체력도 바닥인데다가 잘 해야 된다는 부담감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기 때문인지 우리는 그리 오랜 시간 동안 한 몸일 순 없었다.


물론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나 같은 놈에겐 과분할 정도로 훌륭하고 좋았다.


좋긴 좋았는데 언제나 그랬듯이 아주 잠깐만 좋았고 곧이어 허무와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겨우 이거하자고 지난 밤부터 그 난리를 피웠는지 나 자신이 한심하기만 했고 만사가 다 귀찮고 빨리 집에 가서 샤워를 한 다음 뽀송 뽀송한 이불에 누워 편하게 자고 싶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대로 행동하는 건 모텔비까지 내 준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가 화장실에 가겠다고 침대에서 일어날 때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포옹 상태를 유지했고 내 눈만 봐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아채는 눈치 빠른 그녀에게 나의 속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눈을 꼭 감고 그녀의 얼굴 이곳 저곳에 쉴 새 없이 뽀뽀도 해 줬다.


잠시 후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드디어 나도 이 발정난 도시의 일원이 되는데 성공했다는 성취감이 들었다. 뿌듯했다. 평소 가끔씩 지금 이 순간에도 서울 하늘 아래 어디에선가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한 몸이 되고 있을 텐데 나는 지금 왜 이러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느껴지던 소외감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있었다. 이게 다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 덕분이었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화장실에서 나온 그녀는 내 옆에 눕자마자 지금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은 비밀로 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특히 평소 나와 친하게 지내는 사이고 그녀도 잘 알고 있는 아무개에게는 입도 벙긋 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평소에 입이 무겁기로 유명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놈이라는 말도 많이 듣는다며 절대로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녀는 새끼 손가락을 걸어오며 맹세하라고 했고 나는 기꺼이 맹세해주었다. 혹시 블로그에는 올려도 되는 지 물어보려다가 괜히 불신만 조장하고 분위기만 험악해질 것 같아 그만두었다. 굳이 일일이 물어보고 허락받을 필요는 없는 게 한국에는 수십만개의 블로그가 있고 블로그에 올린다고 해도 진짜 이름을 올릴 것도 아니니까 그녀에게 들킬 가능성은 절대로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엄마에게 편의점에 뭐 사러 간다고 나왔다며 빨리 모텔에서 나가자고 했다. 만약 내가 지금 20대 초중반이라면 비싼 모텔비가 아깝지 않냐며 두 어시간만 더 있다 가자고 졸라댔겠지만 이제는 그녀가 먼저 나가자고 하니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사실 나도 빨리 나가고 싶었다. 모텔에 있어봤자 더 이상 할 일도 없고 누가 사용했는지도 모를 이불 위에 발가벗고 누워있는 것도 그리 유쾌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자가 먼저 나가자고 하는 건 여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꾹 참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그녀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는 오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다음 모텔비는 내가 내겠다고 제안했다.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마음은 고맙지만 다음은 없을 거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 은혜를 갚을 수 있겠냐고 물어보는 나에게 뽀뽀를 해 주고 집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왠지 서글펐다. 아니 서운했나?

Posted by 애드맨

너 나 사랑해?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은 나의 질문을 받고는 혈기왕성한 청춘 남녀가 오다가다 눈 맞으면 같이 잘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새삼스럽게 왜 그런 걸 물어보느냐고 어처구니 없어했다. 나는 오늘 일은 정말 감사하고 이 은혜는 언젠가 꼭 갚겠다고 약속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은 이게 무슨 은혜 씩 이나 되냐며 언젠가 봉준호나 김지운 같은 훌륭한 감독이 되면 잘 나간다고 모른 척 하지나 말고 나중에 영화를 찍게 되면 꼭 엑스트라로 불러달라고 했다. 그래서 반드시 니가 좋아하는 배우를 캐스팅해서 그 배우가 나오는 중요한 장면에 엑스트라로 불러주겠다고 약속해주었다;;


우리는 잔디밭에서 일어나 서로의 몸에 묻은 잔디 몇 가닥과 흙먼지를 사이좋게 털어주고는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모텔로 갔다. 그녀는 모텔에 들어가기 전에 나에게 몇 만원을 쥐어주었고 나는 그 몇 만원을 모텔에 들어가자마자 카운터 아가씨에게 전달하고 방 열쇠를 받아왔다. 카운터 아가씨가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보다 안 이뻐서 기분이 좋았다.


나는 모텔로 들어오자마자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을 침대에 눕히고는 최선을 다해 터프하게 밀어붙였는데 안타깝게도 내 몸은 전혀 준비가 될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순간 이러다 영영 준비가 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내 몸이 준비가 될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기 위해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다행히 그녀는 아직 내 몸 상태를 모르는 것 같았다. 이대로 무너질 순 없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는 내 몸이 준비가 될 때까지 엊그제 본 야동도 떠올리고 그녀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기 위해 했던 거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반복에 반복을 거듭 했지만 내 몸에는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았다.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안 그래도 술 먹고 피곤한 상태였는데 내 몸이 준비가 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느라 무리를 했는지 드디어 체력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몸 상태로는 레이싱 걸들을 한 트럭으로 갖다 줘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마냥 창피했고 당장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그녀가 집에 가버릴 때까지 숨어있고만 싶었다. 이제 그녀가 내 몸 상태를 아는 건 시간 문제였고 나는 커져도 모자랄 판에 한없이 작아지고만 있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은 조금 지쳐보이는 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등을 토닥 토닥 두드려주었다.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며 자기는 이렇게 다정하게 안아 주기만 해도 좋다고 했다. 나는 모텔비도 내 줬는데 실속 없어서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했는데 그녀는 나보고 여자를 너무 모르는 것 같다며 영화는 어떻게 만들 거냐고 한심해했다. 나는 비록 내 몸 상태는 시원찮았지만 영화적 재능 만은 건재하다는 걸 증명해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의 옆에 누워 평소 내가 구상해 둔 아이템들을 하나 씩 얘기해주었다. 나의 얘기를 다 들은 그녀는 진짜 재미없다며 혹시 그 아이템들을 재밌다고 칭찬해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니가 잘 되길 바라지 않는 사람이거나 바보니까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했다.


오기였을까? 남자로서 가장 한심한 모습을 들켜버렸고 꿈도 재능도 인정받지 못하고 한없이 작아지고만 있던 내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갑자기 뭔가 솟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다소 뜬금없는 타이밍이지만 드디어 준비가 된 것이다. 나는 한참 내 아이템들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 대고 있던 그녀의 입술을 내 입술로 막아버렸다.


으읍.

Posted by 애드맨

첫째, 하고 싶지 않아도 / 둘째, 누군가 나랑 하자고 하면 / 셋째, 최선을 다하자


이것이 아주 오래 전에 내가 섹스에 대해 정해 놓은 원칙의 전부다. 다만 정말 하고 싶지 않았는데 누군가 나랑 하자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유감스럽게도 원칙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물론 세 번째 원칙인 ‘최선을 다 하자’는 혼자서도 가능한 원칙이지만 홀로 뭔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스스로에게만 최선을 다 하는 건 그리 자랑스러운 광경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난 섹스를 잘 못한다.


이건 정말 아주 오래 전 일이고 그땐 나도 많이 어려서 미숙했고 술에 많이 취해있었기 때문에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기억조차나지 않긴 하지만 한 번은 어떤 여성에게 잘 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왜 그렇게 하자고 보챘느냐는 핀잔을 들은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섹스에 대해 정해 놓은 원칙에 한 가지를 추가했다. 넷째, 술 먹고 피곤할 땐 하지 말자. 왜냐하면 술 먹고 피곤할 때는 감각이 둔해지고 체력도 떨어져서 최선을 다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맨 정신이고 체력과 컨디션이 최상이어야 최선을 다할 수 있고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지만 술을 안 먹으면 누군가를 만나 뭔가를 시도해 볼 기회가 생기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였다. 세상살이 이래 저래 마냥 쉽진 않다.


하여간 나는 어깨동무로만 만족하지 않고 용기를 내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에게 키스를 시도했다. 이 정도면 말 그대로 밥상은 차려졌고 숟가락만 올리면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연 나의 상황판단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적절했다. 나는 최대한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느낌으로 예의바르고 부드럽게 키스를 시도했는데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은 그동안 어떻게 참았을까 궁금할 정도로 거칠게 몰아붙여왔다. 나는 입술만 부딪히는 귀여운 키스를 좋아하는데 그녀는 입술 만으로는 만족하지 않고 능숙하게 나의 혀를 휘감아오며 뿌리 채 끌어 당겨댔다. 잠시 후 우리는 으슥한 벤치 뒤의 더 으슥한 잔디밭에 누워 2라운드를 시작했다. 벤치에 앉은 채로 키스를 하다보니 아무래도 허리를 돌린 채로 장시간 버텨야 되고 여러모로 어정쩡하고 불편했는데 잔디밭에 나란히 누워보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편한 건 둘째 치고 서울 하늘 아래 무료로 편하게 누울 곳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나와는 달리 그녀는 잔디밭을 싫어했다. 돌멩이 때문에 등이 아프고 누가 몰래 훔쳐볼 지도 몰라서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돌멩이 때문에 등이 아프다면 내가 아래에 누우면 되지만 누가 몰래 훔쳐볼 지도 몰라 불안하다는 건 내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그러면 집에 가자는 소린가? 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는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다. 순간 내가 섹스에 대해 정해 놓은 원칙 네 번째가 떠올랐다. 술 먹고 피곤할 땐 하지 말자. 나는 아는 감독님과의 술자리 때문에 피곤해서 살짝 졸음이 오고 있었고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과도 제법 많이 마셨기 때문에 말 그대로 술 먹고 피곤한 상태였다. 지금 내가 팔팔한 20대 초중반도 아니고 술 먹고 피곤한 상태로는 도저히 최선을 다 할 자신이 없었다. 안 그래도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은 얼마 전에 클럽에서 만난 체대 다닌다는 연하남과 원나잇 경험도 있는데 괜히 비교만 되고 창피만 당할 것 같아 걱정이 됐다. 그래서 잠시 고민하는 척 하다가 진짜 진짜 미안하지만 오늘은 내가 돈이 없어서 곤란하다고 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은 나를 보고 피식 웃더니 오늘은 자기가 쏘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물어봤다.

너 나 사랑해?

Posted by 애드맨

너 나 사랑해?

자길 사랑하냐고 묻는 여성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로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그냥 사랑한다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이나 나나 피차 알 거 다 아는 나이는 오래 전에 지났고 아마도 키스 한 번 쯤이야 술 먹고 게임하다가 상 또는 벌로 가볍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사랑한다고 말한다고 그녀가 진지하게 받아들일 리도 없고 내가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그녀가 ‘니가 한 번 해보고 싶어서 좀 미쳤구나. 곱게 집에 가서 딸딸이나 쳐’ 라고 비웃어도 상처받지 않을 자신도 있다. 이렇듯 술 먹고 으슥한 공원 벤치에 앉아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일이지만 그래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는 감독님의 원나잇 무용담을 들은 후 밤거리를 헤매는 수많은 여성들의 뽀얗고 매끈하게 잘 빠진 긴 다리들을 보고 발정이 나긴 했지만 정신을 놓을 정도는 아니었나보다.


만약 지금 이 분위기에서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그녀는 아마도 나를 어디서 갑자기 술 처먹고 나타나서는 자길 어떻게 한 번 해 보려고 사랑한다고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들이대는 추잡한 놈으로 볼 것 같았다. 더구나 그녀는 내가 예전에 도시 여성들이 등장하는 시나리오를 쓰는데 참고하라고 여자로서는 쉽게 털어놓기 힘든 동아리 선배와의 첫경험과 몇 달 전 클럽에서 만난 연하남과의 원나잇까지 시원스레 얘기해준 고마운 은인인데 내가 그녀에게 그런 얘기들을 들었기 때문에 그녀를 쉬운 여자라고 만만하게 보고 어떻게 한 번 해 보려고 들이댔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그런 더럽고 치사한 놈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나에게 몇 명 되지 않는 소중한 ‘여자 친구’ 아니 ‘친구인데 여자’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분위기에서 그녀가 자길 사랑하냐고 진지한 척 하면서 물어보는데 우린 친구니까 사랑하지는 않는다고 대답하는 것은 친구이기 이전에 한 여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고서도 그녀에게 하룻밤 사이에 두 명의 남자와 키스해보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그녀도 친구이기 이전에 한 명의 여자이기 때문에 자길 사랑하지 않는다고 대놓고 말하는 남자와 키스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았고 그렇다고 이제 와서 하룻밤 사이에 두 명의 남자랑 키스해보지 않겠냐며 제안했던 걸 농담이니까 없었던 일로 하자고 말한다면 아마도 나를 여자에게 들이댈 용기도 없는 하찮고 실없는 놈으로 볼 것 같아 두려웠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고민들을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하다보니 머리가 슬슬 아파왔고 문득 여자들이 부러워졌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남자가 여자를 꼬시는 것보다 여자가 남자를 꼬시는게 훨씬 쉽기 때문이다. 나이트에 가도 남자는 술값에 팁에 돈이 줄줄 새지만 여자는 몸만 와도 환영받고 키스 한 번을 하려 해도 남자는 온갖 다양한 난관을 헤쳐 가며 부단히 노력과 정성을 다해도 될까 말까지만 여자는 예쁘게 꾸미고 몫 좋은 곳에 그냥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원하건 원치 않건 남자들이 알아서 접근해온다.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의 경우를 봐도 알 수 있듯 여자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클럽에서 만난 연하남과 원나잇을 저지를 수 있지만 남자는 아무리 작정하고 클럽에 간다 해도 어지간히 꽃미남이거나 선수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원나잇은 커녕 투명인간처럼 혼자 놀다가 곱게 집에 오게 될 뿐이다.


그래! 나는 너를 사랑해. 근데 다른 여자들도 사랑해. 라고 말하면 센스있다고 감탄하면서 키스하자고 달려들지 않을까? 음. 좀 약한 것 같다. 혹시 내가 무슨 말을 한다 해도 그녀는 애초부터 나와 키스할 생각은 없었고 그저 내가 어떻게 나오는지 구경하기 위해 시험해 보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 나를 갖고 놀고 있는 중?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곱게 집에 가서 잠이나 잘 껄 그랬나? 아 정말 모르겠다.


과연 뭐라고 대답해야 잘 했다고 칭찬받고 그녀에게 하룻밤 사이에 두 명의 남자와 키스하는 아름다운 추억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그냥 곱게 집에 갈 껄 그랬다고 후회하기 시작한 순간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촉촉하게 젖은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어 왔다. 나는 조금 놀라긴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며 천천히 한쪽 팔을 들어 그녀의 어깨에 두르고는 손가락이 그녀의 가슴에 닿지 않게 주의하며 그녀에게 내 머리를 기대어보았다. 그녀의 촉촉이 젖은 머리에서는 향기로운 샴푸 냄새가 났고 밤공기는 상쾌했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여기까지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Posted by 애드맨

어딘데?


나는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전화를 걸어서 니네 집 근처니까 빨리 나오라고 독촉했다. 그녀는 당장 나갈 테니까 동네 편의점 앞에서 잠시만 기다리라더니 퉁화가 끝나고 한 시간 하고도 십 분 정도가 지난 후에 물에 젖은 머리를 휘날리며 우아하게 걸어 나왔다. 30분 정도 기다릴 때까진 밤 늦게 연락한 내가 잘못이고 아무래도 여자니까 이것 저것 준비하다보면 늦게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30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조금 짜증이 났고 일찍 집에 들어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잘 껄 괜히 불러낸 것 같아 후회가 됐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서 근처 공원으로 갔고 굳이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 으슥한 곳에 위치한 벤치에 앉게 됐다.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은 요즘 하는 일은 잘 되 가냐며 내가 예전에 조만간 촬영 들어갈 것 같다고 자랑했었던 작품의 진행 사항에 대해 궁금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작품은 도시 여성들의 이야기였는데 나는 도시 여성들의 리얼한 첫경험에 대해 취재를 해야 된다며 그녀에게 첫경험 얘기 좀 해 달라고 졸랐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처음엔 조금 망설였지만 내가 하도 애절하게 졸라대자 시원스레 대학 1학년 때 동아리 선배와의 첫경험부터 몇 달 전에 클럽에서 만난 연하남과의 원나잇 까지 화끈하게 얘기해주었고 보너스로는 주변 친구들의 첫경험까지 몽땅 얘기해주었다. 나는 그녀와 그녀 친구들의 첫경험들을 준비하던 작품의 시나리오에 리얼하게 묘사했고 그녀도 그 시나리오를 읽고는 제법 만족스러워했다. 문제는 그 작품이 얼마 전에 엎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차마 그 때 그 작품이 엎어졌다는 말은 하지 못했고 요즘 한국 영화계가 어려워서 진행이 좀 지지부진하다고 대충 둘러댔다. 한국 영화계가 어려워서 다행이었다. 한국 영화계가 한참 잘 나가고 있는데 내가 진행하는 작품만 자꾸 엎어지고 지지부진하면 누가 뭐래도 나만 바보라는 소리니까...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은 나에게는 재능이 있으니까 조만간 잘 될 거라며 격려해주면서 자기가 요즘 만나고 있는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를 만나러 나오기 전에 그러니까 어제 밤에 그 남자와 데이트를 했었고 헤어지기 전에는 달콤한 키스도 했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아는 감독님과 술을 마시며 아는 감독님의 적나라한 원나잇 무용담(?)을 듣고 있는 동안 그녀는 요즘 만나고 있는 남자와 짜릿한 키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왠지 억울했다. 다들 키스든 뭐든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나만 한참 홀로 뒤쳐진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남자가 키스하는 내내 소극적이었고 키스가 끝나자마자 내일 일이 있어 일찍 출근해야 된다며 집에 가 버렸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 남자가 자기를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며 같은 남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나의 의견을 물어왔다. 참고로 그 남자는 그녀의 가슴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그 남자는 너에게 별 마음이 없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얘기해주었다. 진짜로 너에게 마음이 있는 남자라면 키스로만 만족하고 집에 갔을 리가 없고 어디 들어가서 잠깐 쉬었다 가자고 보챘을 거라며 친절하게 확인 사살까지 해 주었다. 그녀는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속상해하며 손에 들고 있던 캔맥주를 원 샷 했고 나보고 편의점에 가서 맥주 좀 더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몇 캔 더 사오는 길에 어떻게든 그녀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새로 사온 캔맥주를 건네주며 그녀에게 혹시 하룻밤 사이에 두 명의 남자와 키스해보는 기록을 세워보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았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라고, 먼 훗날 좋은 추억으로 남지 않겠냐고,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하룻밤 사이에 두 명의 남자랑 키스해 볼 수 있겠냐고... 원한다면 나의 입술을 마음껏 이용해도 좋다고 허락해주었다. 그녀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나 사랑해?

Posted by 애드맨

아는 감독님이 우리 동네 근처를 지나가다 문득 생각나서 전화했다며 술 한 잔 사줄테니 나오라고 하셨다.


제법 늦은 시간이었지만 아는 감독님의 근황도 궁금하고 심심하기도 해서 냉큼 아는 감독님을 만나러 나갔다. 아는 감독님을 마지막으로 본 게 엊그제 같은데 그게 벌써 작년 말이었다. 그때 아는 감독님은 열심히 차기작을 준비 중이셨는데 지금도 변함없이 차기작을 준비 중이셨다. 진전 같은 건 전혀 없지만 아는 감독님은 예상외로 얼굴이 좋아보였고 술 마시는 내내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뭐 좋은 일 있냐고 추궁하자 적당히 취기가 오른 아는 감독님은 어젯밤에 드디어 평소 알고 지내던 매력적인 여성과 동침하는데 성공했다고 고백했다. 그 매력적인 여성은 나도 아는 여성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히 사회적으로 환영받기 힘든 거의 금지된 관계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아는 감독님은 더욱 기분이 좋아보였다.


아는 감독님의 희희낙락해하는 얼굴을 보면서 아는 감독님이 매력적인 여성과 동침하던 어젯밤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을 돌이켜보았다. 나는 로또 당첨 번호를 분석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한심스럽게 로또 당첨의 허황된 꿈을 꾸며 지난회 로또 당첨 번호들을 하나 하나 정성스레 엑셀에 옮겨가며 어떤 패턴을 찾아내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 동안 아는 감독님은 매력적인 여성과 즐거운 하룻밤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아는 감독님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백지처럼 순수한 상태였는데 아는 감독님의 하룻밤 무용담(?)을 듣고나니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아는 감독님과 헤어지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나도 아는 감독님처럼 뭔가 일을 저질러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마디로 발정이 난 것이다. 이게 다 아는 감독님 때문이다.


아는 감독님과 헤어지자마자 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모든 여성들의 전화번호들을 하나 하나 찬찬히 살펴보며 전화해서 술 마시자고 나오라고 하면 뭐라고 할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것 같아 피식 웃고는 핸드폰 폴더를 접어버렸다.


집으로 오는 길에 수많은 매력적인 여성들을 만났다. 한번은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에 비쳐 뽀얗게 윤이 나는 매끈하고 쭉 뻗은 길고 사랑스러운 다리를 정신없이 쳐다보며 걷다가 보도블럭에 걸려 넘어질 뻔 했다. 그 길고 사랑스럽고 뽀얀 다리의 주인은 키가 나보다 조금 커 보였고 까맣게 윤이 나는 탐스러운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한번 화나면 엄청 무서울 것 같긴 하지만 상냥해 보이는 인상의 여성이었다. 문득 그녀의 앞길을 막아서며 나랑 같이 술 한잔 하러 가지 않겠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할까 궁금해졌다. 이렇게 궁금해 하지만 말고 말을 거는 건 불법도 아니니까 용기를 내자고 다짐도 잠깐 했었지만 그냥 다짐만 하고 말았다.


밤거리를 헤매는 아름다운 여성들을 곁눈질하며 하염없이 걷다보니 어느덧 우리 동네였다. 막상 그냥 집에 들어가려니 너무 허전했는데 마침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여성들 중 그나마 나에게 호의적이라고 생각되는 몇 명에게 미친 척하고 술 사줄테니 나오라고 문자를 보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문자로 물어보는 거니까 거절당해도 덜 쪽팔릴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일단은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여성에게 시험삼아 문자를 보내보았다. 설마 이 늦은 시간에 답장이 올까 싶었는데 금방 답장이 왔다.


어딘데?


p.s. 글을 쓰다 말아서 죄송합니다;; 지금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요ㅜㅜ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