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언론 기사 같은 데서 보면 감독은 아무개 감독이라고 부르지만 배우는 그냥 아무개라고만 부른다. 예를 들어 박찬욱은 박찬욱 감독이라고 불러주지만 송강호는 그냥 송강호라고 이름만 간략하게 부른다. 왜 그럴까? 기자들이 특별히 감독을 존경하거나 대단하게 생각할 리는 없고 그렇다고 배우를 비천한 광대 취급해서 그런 것도 아닐텐데 도대체 왜 그런 걸까?


기자들 뿐만 아니라 영화 스태프들도 감독은 아무개 감독님이라고 부르지만 배우는 그냥 아무개라고만 부르거나 본인과 각별한 사이인 경우에만 아무개 선배님이라고 불러준다. 영화 스태프가 아무개 감독과 아무런 사이가 아닐 지라도 같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일행 중의 한 명이 아무개 감독을 아무개 감독님이라고 부르는데 자기만 아무개 감독을 아무개나 아무개 감독이라고 <님>자를 빼고 부르면 뭔가 족보가 엉키는 희안한 기분이 들고 아무개 감독을 <아무개 감독님>이라고 부르는 일행을 무시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아무개 감독을 <아무개>나 <아무개 감독>이라고 부르고 싶어도 그냥 <아무개 감독님>이라고 부르는게 속편할 때가 있다. 만약 어떤 영화 스태프가 어떤 감독을 그냥 아무개라고 이름만 부른다면 그 스태프는 그 감독을 무시하고 있거나 안 좋은 감정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감독과 배우들을 언급하게 될 때가 많은데 나도 처음엔 감독은 아무개 감독이라고 불렀고 배우는 그냥 아무개라고 이름만 불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한번은 배우도 감독처럼 <아무개 배우>라고 불러줘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것도 왠지 이상할 것 같았다. 예를 들어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배우의 박쥐는 잘 될까?> 라는 문장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송강호 배우?> 아무래도 이상하다. 고정관념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뭔가 이상하고 어색하다. 역시 배우는 그냥 이름만 부르는게 제일 자연스럽다.


가끔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이거나 실제로 만났을때 깍뜻하게 감독님이라고 불렀던 감독들을 블로그에서 언급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런 감독님들을 그냥 아무개라고만 부를 땐 왠지 나 스스로가 예의없는 놈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배우는 아무개라고 그냥 이름만 부르고 감독만 아무개 감독이라고 부르는 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감독이나 배우나 피디 모두를 그냥 이름으로만 불러야겠다고 다짐했다. 앤잇굿은 평등하다.

Posted by 애드맨

영화사에 있다보면 각양각색의 다양한 손님들을 맞을 기회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인상깊은 손님은 신인 연기자 분들이다.


영화사 주소는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일단 영화사 초인종을 누른후 누군가 나오면 대표나 감독처럼 높은 사람을 찾는다. 그러나 나도 영화계 언저리에 머문지 제법 되는지라 반가운 손님과 낯선 방문객은 한눈에 보면 눈치로 알 수 있고 특히나 자기 어필 차원에서 영화사에 무작정 찾아온 연기자들은 거의 백프로 알 수 있기 때문에 낯선 방문객이라는 느낌이 오면 일단 정체를 물어본다.


실례지만 누구시냐고 정중하게 물어보면 멀끔하게 차려입은 낯선 방문객은 드디어 올게 왔다는 느낌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아 저는 연기자입니다 라고 답하며 출연작 리스트가 적힌 프로필 사진을 건네준다. 두 손으로 프로필 사진을 접수한 후 감독님께 전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네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라고 하며 사무실에서 떠나는게 일반적인 수순이다.


진심으로 그들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적어도 내가 겪은 바로는 그렇게 전해진 자기소개서와 프로필 사진들이 그들이 애초에 목표했던 감독이나 대표의 책상까지 전해지는 일은 백프로 없다고 봐도 좋다.


영화사에 있다보면 각양각색의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전화가 오는데 역시 가장 인상깊은 전화는 신인 작가들의 전화다.


영화사 전화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일단 전화를 한 후 누군가 받으면 높은 사람을 바꿔달라고 한다. 딱히 뭐라고 꼬집어서 말할 순 없지만 나도 영화계에 머문지 제법 되는지라 신인 작가의 목소리는 한번 들으면 눈치로 알 수 있다.


특히 무작정 영화사로 시나리오를 보내기 위해 전화한 작가들의 목소리는 거의 백프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무슨 용무로 대표님을 찾냐고 물어보면 아 저는 시나리오 작가입니다 라고 말하며 시나리오를 보낼테니 주소나 시나리오 담당 직원의 이메일을 불러달라고 한다. 차근 차근 주소나 이메일을 불러주면 네 알겠습니다 (작가는 연기자와는 달리 잘 부탁드린다는 투의 로비성 발언은 하지 않는다.) 하고 전화를 끊는다. 가끔은 내 이름을 물어본 후 내 이름으로 시나리오를 보낼테니 책임지고 검토 부탁한다며 부탁 아닌 협박을 하는 작가도 있는데 그럴 땐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 두렵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별 탈은 없었다.


진심으로 그들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적어도 내가 겪고 들은 바에 의하면 그렇게 무작정 영화사로 보내진 시나리오가 영화화 되는 일은 백프로 없다고 봐도 좋다. 특히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에게 프로필이나 시나리오를 보냈다면 스스로의 사람보는 안목을 심각하게 재점검해봐야 한다.


나는 오늘도 그렇게 눈치만 늘어간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