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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07 마쓰모토 세이초의 '범죄자의 탄생'을 읽고..



한국 제목은 ‘범죄자의 탄생’이지만 딱히 내용에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원래 일본 제목은 ‘무숙인별장’이라고 한다. 책 소개에 따르면 여러 가지 이유로 농촌을 도망 나온 탓에 인별장(호적 장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자들을 일러 ‘무숙’이라고 했고 ‘무숙인별장’이란 작가가 만든 가공의 장부 이름이라고 한다. 도시에서 호적이 없어 취업을 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본의 아니게 범죄에 엮이는 무숙자들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겨 있는데 내가 인상 깊었던 건 무숙자들이 관리들에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모질고 혹독하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그들에 대한 분노나 원망은 없어 보였다는 것이다. 설령 분노와 원망이 있더라도 속으로 삭이고 그저 나라에서 시키는 일이라면 묵묵히 따를 뿐이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할 기세다. 묘하게 고분고분했다. 우리 같았으면 개처럼 살기보단 영웅처럼 죽겠다며 죽창을 들고 일어났을 텐데 이들은 차라리 도망을 쳤으면 쳤지 반항은 하지 않는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일본인들의 질서의식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은 이유가 수백 년 전부터 나라에서 잔인하리만큼 가혹하게 통치 당해왔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거리에서 조금만 거슬리거나 수상한 행동을 해도 어디론가 끌려가 감금당하거나 죽을 때까지 강제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일본은 잠깐 놀러 가기엔 좋을지 몰라도 오래 눌러 앉아 살기엔 빡센 나라 일지도 모르겠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최근 한국 출간작들에 실망하고 있었는데 간만에 감탄하며 봤다. 시종일관 다이나믹하고 박진감 넘쳤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