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림이 <박경림의 사람>를 출판해 2주 만에 2만 5000부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우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애드맨이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비공식업무일지>를 출판하면 몇 권이나 팔릴까요? 1만권 정도 팔릴 것 같다면 1번을, 2만권 정도 팔릴 것 같다면 2번을, 5만권 정도 팔릴 것 같다면 3번을, 10만권 정도 팔릴 것 같다면 4번을, 10만권 이상 또는 1만권 이하 팔릴 것 같다면 5번을 선택한 후 생각하고 계신 예상 판매 부수를 적어주세요. 설문 자료는 향후 출판 견적 낼 때 참고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1. 1 만권

2. 2 만권

3. 5 만권

4. 10 만권

5. (  ) 권


설문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에게는 감사의 표시로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비공식업무일지>를 한 권 씩 보내드리겠습니다. 물론 출판이 안 되면 못 보내드리는 점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꾸벅.

Posted by 애드맨

질풍노도의 추석이 지나가고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어쩐지 우울해질 것 같다. 2007년에게 변명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 슬슬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 지나고 연말이 된다고 그동안 꼬여있던 작품들이 잘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고 뭔가를 새롭게 시도하고는 싶지만 대충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유형별로 겪어봤기에 엄두도 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렇다. 모두에게 OK를 받아낼 수 있을만한 A급 베스트셀러 수준의 원작 아이템을 발굴해서 출판사에 전화해보면 대부분은 이미 판권이 팔렸거나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을 제시한다. 큰 맘 먹고 달러빚을 내서라도 판권을 사겠다고 덤벼들어도 이미 여기 저기서 연락을 받고 몸값이 뛴 HOT한 작가들은 돈을 좀 덜 받더라도 공신력(?) 있는 영화사나 유명 감독과 일하고 싶어하지 어지간해서는 듣보잡 신생 영화사에는 판권을 넘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플랜B. 모두에게 OK를 받아낼 수는 없겠지만 나름 싹수가 보이는 원작 아이템일 경우 수없이 많은 기획회의를 거치며 울고 웃고 화내고 슬퍼하며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다보면 어쩌다 한번 쯤은 판권을 구매할 수가 있다.


판권을 구매했으니 이제 작품을 각색해줄 시나리오 작가를 구해야 되는데 작가 구하는 작업이 쉽지가 않다. 이 단계도 판권 구매 작업과 똑같은 어려움이 있는데 모두에게 OK를 받을 만한 A급 작가인 경우는 몸값이 비싸고 스케줄도 꽉 차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주변 영화인들에게 물어물어 B(?)급 혹은 신인 작가와 컨택을 하고 일을 진행하게 되는데 신생 영화사와 무명 작가의 관계이다 보니 서로에게 신뢰가 없어서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


각색안이나 각색에 대한 아이디어를 간단하게 써오는 작업도 돈을 받고 해야 되는데 영화사 입장에선 신인 작가가 뭘 써올 줄 알고 돈을 줘야되냐는 생각이 들고 작가 입장에선 일단 한번 써 갔다가 뻰찌 먹으면 뭐주고 뺨맞은 꼴이 되기 때문이다. 눈치 빠르고 잔뼈가 굵은 작가들은 대충 사무실 구경 한번만 해도 회사 자금 사정을 알아내는데 제법 여유가 있는 회사라고 견적이 나오면 아쉬운 건 작가 쪽이라 영화사에서 굳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각색안을 보내주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이런 무료 각색안이 분쟁의 씨앗이 되곤 한다.


실제로 신생 영화사와 신인 작가 사이에서는 이런 분쟁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데 대부분의 분쟁은 신인 작가가 영화사에서 진행하는 작품의 각색 작업을 따내기 위해 일단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작업한 무료 각색안을 보내면서 발생한다. 각색 작업이 쉬운 작업이 아니라서 대부분의 신인 작가는 각색안을 보내고 몇일 혹은 몇주일 후 영화사 기획실 직원에게 작가님의 각색안은 우리 회사의 기획 방향과는 다르기 때문에 죄송하게 됐습니다라는 통보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통보를 받게 되면 대부분은 그냥 소주 한잔 하며 신세한탄하고 내일을 기약하지만 몇몇 작가들은 주변 영화인들에게 그 영화사 욕을 해댐과 동시에 법정에서 보자며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하고 자신의 각색안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각서를 써달라고도 하는데 보통은 소정의 사례금을 지불하는 선에서 마무리 된다. 기가 쎈 영화사에서는 그냥 무시해버리기도 하는데 그래도 일이 커졌다는 얘기는 못 들어본 것 같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영화사 쪽에서 작가를 믿고 계약을 하고 진행비를 지불 했는데 마감일을 한참 넘긴 후 형편없는 수준의 각색안 한 장만 달랑 이메일로 보내오는 경우다. 대표에게 내가 써도 이거보단 낫겠다는 호통을 들은 기획팀 직원은 허둥지둥 재작업을 요구하지만 몇일 후 다시 오는 건 역시 형편없는 수준의 A4 한 장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오고감이 몇 번 반복되면 작가와 영화사의 인연은 흐지부지 끝나버리고 그 작가에게 일을 시킨 기획팀 직원은 영화사에 누를 끼쳤다는 생각에 월급이나 진행비가 나오지 않아도 떳떳하게 달라는 소리를 하지 못하게 된다.


감독 선정 단계의 어려움에 대한 변명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하든지 말든지 해야겠다.


그나마 아이템 발굴 작업이나 작가 선정 작업은 영화사가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때 얘기고 사무실 월세나 제대로 내고 있는지 궁금할 지경의 영화사 기획팀에서는 사실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작품 개발에 참고한다는 명목으로 집에서 가져온 외장하드에 저장된 일드나 미드 그리고 영화를 보며 업무 시간을 떼우며 회사 사정이 좋아지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이제 남은 건 플랜C. 기획팀 직원이 직접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쓰는 경우다. 베스트셀러급 원작을 구매하거나 훌륭한 시나리오 작가와 계약할 여력은 없으니 어차피 월급 받고 할일도 없는데 출근해서 시나리오를 못 쓸 이유도 없다. 회사 입장에선 시나리오가 잘 나오면 땡큐고 안 나온다고 해도 본전이다. 기획팀 직원의 입장에선 직접 쓴 시나리오를 회사에서 좋다고 하면 땡큐고 회사에서 싫다고 하면 다른 회사에 들고가면 되는데 다른 회사에서 싫다고 해도 그냥 습작했다 생각하면 된다. 이래저래 회사나 직원에게 손해는 아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통계에 의하면 플랜C가 가동된 후 영화사가 망하기까지는 대충 6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얼마전부터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