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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죽여라>(원제:The Assassination Of Richard Nixon)의 메인카피는 <모든 잘못은 대통령에게 있다!>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사무가구점에서 세일즈맨으로 일하는 샘이다. 그는 순수하고 정직하나 소심하고 무능력해 가족들로부터 버림받고 외톨이가 된다. 어떻게 해서든 성공해 다시 가족을 되찾으려 애를 써보지만 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 마침내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시민의 행복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의 잘못이라 확신하고 극단적인 불만을 품게 된 샘은 닉슨 대통령을 암살키로 결심하고 백악관을 폭파시키기 위해 가솔린과 총을 구해 비행기 납치를 시도한다.

<숭례문 화재 사건>의 범인은 아내와 자식이 있는 평범한 70대 노인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적한 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채씨는 자신의 토지가 신축 아파트 건축 부지로 수용되기 전까지만 해도 배추, 무 등을 재배하기도 하면서 평범한 삶을 이어왔다. 그러나 신축 아파트 건설 부지에 자신의 토지가 포함되고 건설회사 측으로부터 자신이 요구한 4억원의 반에 반도 안되는 9천 600만원(공시지가 기준)을 지급받고 분노한다. 이후 채씨는 건설사를 상대로 토지수용이의재결처분취소소송을 비롯해 고양시청, 대통령비서실 등을 상대로 수차례 진정과 이의를 제기했지만 모두 허사로 끝난다.

마침내 사회에 극단적 불만을 품게 된 채씨는 수년 뒤 2006년 4월 서울 종로구 창경궁에 들어가 미리 준비한 신문지와 휴대용 부탄 가스통을 이용해 문정전 왼쪽 문을 태워 400여 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입힌다. 법원은 채씨에게 집행유예 처분을 내리지만 창경궁 방화로 법원이 물린 1천300만원의 추징금을 내지 못해 생활이 더욱 쪼들리자 사회에 대한 적개심은 더욱 커졌고 결국 국보 1호 숭례문을 전소시킨다.

<숭례문 화재 사건>을 영화로 만든다면 메인카피는 <이게 다 부동산 때문이다!> 정도가 될 것 같다. <대통령을 죽여라>의 샘에겐 이렇다 할 적이 없고 범행 동기도 애매해 영화도 두루뭉술하게 끝났지만 <숭례문 화재 사건>의 범인 채씨에겐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한국에서 자신의 토지를 뺏겼다는 분노의 이유가 명확하고 건설회사, 법원, 고양시청, 대통령비서실 등의 적들이 실재하니 부동산 문제에 대한 공감대만 끌어낼 수 있다면 영화의 파급력도 상당할 것이다.

언젠가부터 부동산 개발의 어두운 이면은 친구, 짝패, 해바라기, 비열한 거리, 우아한 세계, 1번가의 기적 등 한국 영화의 주요 흥행 코드로 자리잡았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주요 등장인물로 활약하는 조폭들은 맨손으로 시작해 부동산 개발로 한 몫 잡아 보려다 결국엔 절대강자로 등장하는 건설회사에 토사구팽 당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는 희생자들로 묘사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신도시 건설, 아파트 재개발, 뉴타운 건설 등의 부동산 문제들은 비참한 최후의 개연성을 위한 영화적 배경으로만 설정되어왔는데 만약 <숭례문 화재 사건>이 영화화된다면 한국 사회의 부동산 문제로 인한 불만과 사회에 대한 적개심이 어떤 식으로 표출되고 왜 그래야만 했는지를 조폭이 아닌 평범한 서민의 시선으로 보여주며 그동안 만들어져왔던 부동산 개발 소재 영화들의 방점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Posted by 애드맨

사실은 얼마 전부터 대표의 지시 하에 부동산을 알아보러 다니는 중이다.

지금 사무실의 반 값으로 지금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야 하고 지금 사무실보다 아주 많이 작지 않아야 하며 인테리어가 쪽팔리지 않을 정도로는 되있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부동산을 보러 다니고 있다.


부동산 직원을 따라 사무실을 보러 다니다 보면 망해 나간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제법 많다는 사실에 하루에 한번씩 놀라고 있는데 그 중에는 양아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름의 연예 기획사, 이름만 대면 알만한 연예인을 데리고 있는 연예 기획사, 무슨 영화를 제작했다는건지 도무지 모를 영화사, 얼마 전에 개봉했다가 쫄딱 망한 영화를 제작한 영화사가 종류별로 다양하게 있는데 공통점은 모두 월세를 제대로 못내서 건물주와 사이가 안 좋았다는 것이다.


맨 처음 부동산에 들어가서 사무실 알아보러 왔다 그러면 업종을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영화사라 그러면 일단 인상 한번 찌푸린 후 건물주에게는 영화사라고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받는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지금 나온 물건 중에 내가 말하는 조건에 딱 들어맞는 물건이 있긴 한데 건물주가 월세도 제대로 못내다가 떠난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이미 겪어봤기 때문에 연예영화업종은 기피대상 1호라는 것이다.


증시에서뿐만 아니라 강남 부동산에서조차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위상이 이렇게까지 추락했구나 싶어 착찹하긴 하지만 절대 건물주에게는 영화사라고 하지 않겠다고 믿음을 준 후 사무실을 구경하고 사진 몇장 찍어서 대표에게 보여주면 100퍼센트 눈에 차지 않는다.


지금 사무실의 반값으로 지금 사무실과 비슷한 수준의 사무실을 구한다는 건 무한도전만큼이나 불가능해보이는데 걔들은 도전하고 출연료라도 받지만 나는 아직 월급도 못 받았다.


사무실 크기가 맞으면 인테리어가 안되있고 인테리어가 맘에 들면 크기가 안 맞고 크기와 인테리어가 제법 괜찮으면 위치가 맘에 들지 않고 모든 조건을 충족하면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식이다.


대표도 이미 부동산 사전 정보가 풍부해서 어디 어디 위치한 건물이라고 대충 얘기해주면 아 거기 예전에 아무개 회사 있던 데 아니야? 다 좋은데 크기가 작았던 거 같은데. 하는 식으로 YES or NO가 바로 나와 얘기가 빨리 진행된다. 그도 그럴게 지금 사무실을 구하면서 이미 근처 부동산은 한번 다 돌아 보았다고 한다.


싸고 질 좋은 사무실 구하기 프로젝트 덕분에 하루종일 원작 아이템 찾는다는 핑계로 모니터만 들여다보며 살다가 바깥 세상 구경도 하고 부동산 직원에게 근처 건물들 비하인드 스토리도 듣고 물건 나온 거 보고 바로 퇴근하기도 하며 내 마음대로 생활할 수 있어 좋기는 한데 사무실 잘 구한다고 못 들어간 영화가 잘 되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한번씩 망해나간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볼 때마다 우리 회사의 앞날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려온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