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Posted by 애드맨

레드카펫은 패션쇼가 아니다


부산국제영화제도 결국 장사다. 한 마디로 돈을 버는 일이다. 돈 많은 누군가에게 투자를 받아야 시작할 수 있고 유무형의 수익을 창출해야만 지속될 수 있다. 하다못해 레드카펫쇼에 참여하는 연예인들 구경만 하고 곧장 집으로 갈 예정이었던 청소년들의 코묻은 돈이라도 레드카펫 근처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에게 안겨주어 영화제를 후원하는 부산 시민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


시장에서 엿을 파는 엿장수의 차림새를 본 적이 있는가? 부산국제영화제 수익 창출에 이바지할수만 있다면 김동호 위원장이 엿장수 옷을 빌려입고 레드카펫 위에서 연예인들과 함께 덤블링이라도 해야 된다. 좋든 싫든 투정을 부리든 영화제의 정체성도 박스오피스의 척박한 논리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 그런데 필름마켓을 중시하고 다양한 기업체의 후원을 받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이 박스오피스의 척박한 논리와 어떻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섹시한 여배우 한명이 야한 드레스입고 엉덩이 살랑 살랑 흔들며 레드카펫 위를 2~3분 정도 사뿐 사뿐 워킹해주는게 개막작으로 중국의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집결호가 초청됐다는 뉴스보다 홍보효과가 클 것이다. 난 아직도 김소연의 아슬아슬 드레스를 잊지 못하고 있다.


레드카펫의 영광을 박스오피스의 척박한 논리에 가려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한 배우들에게 헌사하려 해도 당장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는 터지지 않을 것이고 스타를 기다리는 팬들은 침묵할 것이다. 일단 누군지 알아야 호응을 할 것 아닌가. 현란한 카메라 플래시와 귀가 찢어질듯한 팬들의 환호 그리고 부산 시민들의 짭짤한 미소가 바로 부산국제영화제를 10회 넘도록 지속시켜온 발전 동력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목표는 생존과 지속이다. 언론의 노출에 목마른 연예인들을 이용해 홍보효과를 얻고 있다고 비난하는 건 멀티플렉스 극장 한개 빌려서 독립영화제나 하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연예인 스타의 홍보 효과를 이용하고 있는 건 단편영화제도 마찬가지다. 스타 마케팅을 도입한 미쟝센 단편영화제와 스타 마케팅을 도입하지 않은 서울독립영화제나 인디포럼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답은 뻔하다. 영화제 사업이 예술의 본질과 기회의 균등 운운하며 고상떨며 할 수 있을 만큼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레드카펫쇼에만 참여하고 영화는 보지도 않고 곧장 서울로 올라가버리는 만행(?)을 저지르는 연예인들에 대해서도 지탄을 하는 분들이 있던데 언론에 어필했으면 빨리 자기들을 불러주는 곳으로 스타크래프트 타고 날아가야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라는 자신감은 그냥 간직하고 싶은 사람들만 간직하면 된다. 영화제라는 쇼비지니스의 특성상 거품과 허영 그리고 화려한 포장이 없다면 내후년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는 도쿄나 베이징에서 열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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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아니한가!

Posted by 애드맨

기획팀 넘버원투가 기획 회의 중에 각자의 영화 인생을 걸고 논쟁을 벌이면 나는 딱히 할 일이 없다. 넘버원투가 얼굴이 울그락 붉그락해질 정도로 격하게 논쟁을 벌이다 잠깐이나마 소강상태가 되면 나에게 누구 생각이 맞는 것 같냐고 물어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나는 이리 저리 말을 빙빙 돌리다가 애매모호하게 결론을 내리곤 한다.


어떤 책을 보니 공동 작업 중 다른 사람들이 바보라서 더 이상의 회의는 의미없다고 혼자서 조용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제일 바보라고 하던데 내가 제일 바보라고 해도 딱히 부정하고 싶진 않다.


싸움을 싫어하는 성격 탓이겠지만 이 좁은 회의실 안에서 우리끼리 치고 박고 싸워봤자 생산적인 대안은 나오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나도 예전엔 논쟁을 즐겨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넘버원투의 안목은 영 별로야 형편없어라고 생각하다가도 그렇다면 저 안목에 의해 발탁된 나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라는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바로 넘버원투 덕분에 여기서 월급받으며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영화를 만들 능력이 없어 보이고 답이 나오지 않는 회의가 부질없게 느껴져도 결국은 누워서 침 뱉는 기분이 든다. 이런게 딜레마라는 걸까?


그러나 가끔은 누워서 침 뱉는 기분이 들더라도 미친 척 하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냐며 혹독하게 제대로 논쟁을 했더라면 회사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지는 않았을텐데 후회도 해보지만 이미 넘버 투가 넘버 원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넘버 투는 넘버 원에게 자기가 하란대로 했으면 일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성토의 한방을 날렸는데 말 잘하기로 소문난 넘버 원은 자기가 하란대로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라며 지금 와서 그런 말을 하면 뭐하냐고 보기 좋게 한방을 되돌려줬다. 보기 좋게 한방 되돌려 맞은 넘버투는 당신이 한건 뭐냐고 묻는 넘버원에게 아무런 할말이 없는지 묵묵히 고개를 숙였고 회의는 끝났다.


영화사에 이렇게 말 잘하고 똑똑한 인재들이 많은데 영화를 실제로 만들어서 개봉도 시킨 영화사엔 똑똑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단 말인가. 그런데 무슨 이유로 뛰어난 사람들이 만든 영화들이 대부분 쪽박을 차서 영화판이 이 모양 이 꼴이 됐을까?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라도 있던 걸까? 이 모든게 인재라면 사실은 똑똑하지 않다는 얘기일까?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회의가 열리고 아무런 결론 없이 회의가 끝나길 반복하다보니 회의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회의가 짧아지다 보니 대화도 줄어가고 대화가 줄다보니 사무실은 도서관처럼 조용해졌다. 전화도 예전보다 적게 울려 직원들의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만 유난히 크게 들리는데 뭐하고 있나 힐끔 힐끔 훔쳐보면 네이버와 엠에스엔 혹은 네이트온이 대부분이다. 물론 내 컴퓨터 모니터도 네이버가 대부분이라 가끔은 내가 네이버에서 일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다.


어쨌거나 영화인의 축제 부산국제영화제는 가고 싶은 사람들만 가기로 했다.

Posted by 애드맨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 주 목요일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다는 사실을 모 예술영화 감독과의 통화 중 우연히 알게 되었다. 수년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들 엔딩크레딧에 스텝으로 고마운 사람들로 간간히 이름을 올리다 보니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면 언제나 주의 깊게 일정을 체크하고 가끔 참석하곤 했는데 올해는 영화제 상영작들과 전혀 아무런 관계가 없다보니 영화제가 열리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한때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기 훨씬 전부터 상영작들을 예매하고 감독으로 초청되는 친구들의 희망찬 미래를 부러워하던 피파 보이였다. 처음으로 상업(?) 영화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던 시절만 해도 참여한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다고 하면 국제적인 홍보 효과에 해외 영화제 수상은 물론이고 흥행 성적도 좋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며 거의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겪어 보니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으로서의 인기와 개봉관에서의 흥행 성적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걸 알게되었고 그 후부터 영화를 생계 수단으로 생각하는 영화인으로서의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흥분과 기대 그리고 설레임은 서서히 줄어들어 어느덧 영화제가 열리는 줄도 모르게 되었다.


해운대의 낭만과 우수한 프로그래머들에 의해 선정된 전세계의 다양하고 수준높은 영화들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열렬한 애정과 관심까지는 좋다.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영화인들과 해운대 백사장에서의 우연하고도 취기어린 만남은 또 얼마나 반가운가. 물론 악연도 있지만 해운대 백사장에서는 악연마저도 반갑다. 마시고 취하고 토하고 영화보고 마시고 취하고 토하고 영화보고 나중엔 영화는 안 보고 마시고 취하고 토하기만 반복해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은근히 취중 썸씽도 많이 이루어진다고 들었다.


말 그대로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인들의 최대 축제이고 꿈만 같은 일주일이다. 그러나 일주일 정도 실컷 꿈을 꾸고 서울로 올라와 몇 달 지나고 나면 부산국제영화제는 정말 현실 영화세계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장춘몽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편 영화를 상영하고 운좋게 수상을 하고 여러 사람들이 불러주는 감독님 소리가 뿌듯해도 장편 상업 영화 입봉은 또 다른 얘기고 마이너스 통장으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별다른 주목도 수상도 못한 이들에겐 변함없는 원금과 불어난 이자가 남을 뿐이고 영화제에서 아무리 재밌다고 입소문이 난 영화라도 흥행 성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좋은 영화들을 실컷 볼 수 있는 건 좋은데 일주일 정도 타지에서 먹고 마시고 놀다오면 경제적인 부담도 상당하고 부산까지 내려가서 본 보람이 있는 영화들은 조금 시간이 지나면 서울 멀티플렉스 개봉관에서 편히 볼 수 있게 된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도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어서 아마도 참석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하릴 없이 서울에서 시간만 보내며 뭔가 좋은 일이 생기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바에야 MT간다 생각하고 간만에 바닷바람도 쐬고 맛있는 회도 먹으며 놀다 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