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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22 우리영화 좀 봅시다

2006년 중반부터 점점 몰락하다 지금은 불황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한국영화계를 1년 넘게 곁에서 지켜보고 나니 15년 전에 출간되었던 <우리영화 좀 봅시다> 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 책에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외화에 밀려 발붙이기조차 힘든 한국영화(방화)의 현실을 개탄하며 우리영화가 살 길은 우리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국수주의적으로 사랑하는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저자는 민주화와 물가안정이 노상 과제인 이 땅에서 부자나라의 값비싼 영화를 보는 것을 가문의 영광 쯤으로 아는 의식에서라면 지금이야말로 국수주의로 똘똘 뭉쳐야 할 때라며 국수주의적 영화사랑 운동을 제안했고 한국 영화가 시시한 이유는 우리가 사는 수준이 시시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추천사를 써준 우리 영화 감독들은 자기 자식이 공부를 못 한다고 공부 잘 하는 남의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는 없지만 우리들의 부모(관객)는 자기 자식(방화)보다는 남의 자식(외화)을 더욱 사랑한다며 진정한 <사랑의 매>를 든 가슴 따뜻한 부모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고 개탄했고 우리 영화가 소재 빈곤, 완성도 부족 등의 이유로 흥행에는 참패를 거듭했지만 볼만한 우리영화조차 안 봐도 뻔한 한국영화라는 선입견으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고 국제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상작마저도 푸대접을 받기가 일쑤라며 우리나라의 영화관에 우리영화보다는 외화가 판을 치니 안방을 송두리째 외간남자에게 내준 꼴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저자는 우리 영화를 살리는 길로 검열 철폐와 소재의 전면 개방으로 정치, 금기시된 역사, 노사갈등, 전교조, 학원문제 외에도 사회 현실들을 영화에 담아내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도록해야 하고 스크린쿼터를 대폭 늘려야 하며 이래저래 정치의 민주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저자가 우리 영화 살리는 방법이라고 열거했던 검열 철폐, 소재의 전면 개방 그리고 정치의 민주화(?) 등이 이루어졌지만 한국 영화는 2~3년의 짧은 황금기를 뒤로 하고 다시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말았다. 15년 전에 우리 관객들이 한국 영화를 외면했던 이유였던 소재 빈곤, 완성도 부족 그리고 안봐도 뻔한 한국 영화라는 선입견은 여전하고 설상가상으로 스크린쿼터마저 반토막이 났다.


검열 철폐, 소재의 전면 개방 그리고 정치의 민주화(?)가 이루어졌는데 왜 우리 영화는 다시 불황의 늪에 빠진 걸까? 한국 영화 불황의 원인으로 부가판권시장 붕괴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지만 그간의 개봉작들을 쭉 살펴보니 얄팍하게 기획해 마케팅으로 크게 한번 질러 잽싸게 먹고 튀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안봐도 뻔한> <예고편만 봐도 되는> 영화가 너무 많긴 했다. 관객들이 바보도 아니고 이런 식의 먹튀를 몇 번 당하고 나면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영화인들은 우리 영화를 시사회에서 공짜로 보거나 마케팅팀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받은 예매권등을 통해 무료로 보는 경우가 많으니 영화가 별로여도 시간이 아깝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자기 돈 내고 영화를 보는 일반 관객들은 기껏 봐준 우리 영화한테 먹튀를 당하고 나면 얼마나 시간과 돈이 아까웠겠는가.


이제 우리 영화가 살 길은 우리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부모가 자식 사랑하듯 국수주의적으로 사랑해 주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벌써 몇 편의 영화들이 국수주의적 우리 영화 사랑 운동으로 크게 한번씩 해먹은 뒤라 계속해서 거듭 사랑해달라고 주장하기도 민망하다. <내사랑>이 스크린수에서 외화에 밀려서 흥행이 저조하다고 우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흥행 성적 부진의 이유가 단순히 스크린수에서 밀렸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15년 전 우리 영화 좀 봅시다 운동을 제안했던 저자가 우리 영화 살리는 방법이라고 열거했던 검열 철폐, 소재의 전면 개방, 스크린쿼터 강화 그리고 정치의 민주화(?) 중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스크린쿼터 강화 하나 뿐인데 스크린쿼터 축소 때문에 한국 영화가 불황에 빠진게 사실이라면 아무리 밉고 얄미워도 우리 영화를 살릴 길은 우리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국수주의적으로 사랑하는 수 밖에 없겠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