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7.09.21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명절 스트레스
  2. 2007.09.16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떼먹힌 돈 (4)

내 주변에는 어릴 적 꿈은 영화인이었지만 철들고 나서부터는 꿈을 버리고 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이 몇 명 있다. 그 친구들 중에는 가까운 친척 어르신이 제법 유명한 영화 제작자였기 때문에 영화의 꿈을 일찌감치 버린 친구가 있는데 어려서부터 영화 감독의 꿈을 키워왔지만 명절 때마다 영화 제작자 친척 어르신의 파란만장한 흥망성쇄를 지켜봐오며 자연스럽게 영화인의 꿈을 일찌감치 버렸다는 것이다.


영화 제작자 친척 어르신은 제작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해의 명절에는 멋진 옷을 입고 나타나 용돈도 푸짐하게 안겨주지만 흥행 실패한 해의 명절에는 잘 나타나지도 안았고 참석은 하더라도 기가 죽은 채 용돈은커녕 구석에서 술만 퍼마셔댔다고 한다. 영화일을 안하는 친척들은 매년 꾸준하게 사람처럼 살고 있는데 영화하는 친척이 그 모양이면 누구라도 선뜻 영화인의 길을 선택하긴 힘들 것이다.


해마다 명절만 되면 그 친구가 해주었던 영화 제작자 친척 어르신의 일화가 떠오르는 건 내가 지금 그 비스무리한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참여했던 영화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만큼 흥행이 되고 소문도 나쁘지 않은 해의 명절에는 친척들 사이에서 실없이 목소리가 커지지만 참여했던 영화의 흥행이 저조하거나 망했다는 소문이 돌면 괜시리 목소리가 작아졌다. 친척 어르신들의 엑스트라로 출연시켜달라는 매년 반복되는 청탁 아닌 청탁도 참여했던 영화가 잘 됐을 때는 그다지 지겹게 들리지 않는데 참여했던 영화가 안 됐을 때는 무지하게 지겹게 들린다. 그나마 그건 어릴 적 얘기였고 좀 나이가 든 다음부터는 언제 내 영화 만드냐고 물어오기 시작하는데 바로 이런게 전국민이 겪는다는 명절 스트레스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친척 꼬마가 영화 한다고 몇 년 째 삽질하는 거 뻔히 아는데 모른척하는 것도 이상할 것 같긴 해서 이래 저래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친구의 영화 제작자 친척 어르신이 매년 흥망성쇄를 겪었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척 어르신은 나름대로 능력 있는 영화제작자였던 것 같다. 매년마다 버라이어티하게 흥망성쇄를 겪었다는건 어찌됐건 영화를 만들어서 극장에 걸었다는 뜻이고 그렇게 매년 극장에 영화를 걸 수 있을 정도의 제작 능력이 있다는 건 요즘 시대로 따지면 씨네21 영화인 파워 랭킹 순위권에 가볍게 들수 있을 정도의 유능한 제작자라는 뜻이다.


우리 대표는 추석을 맞이해 오전 내내 업계 사람들에게 돌릴 선물을 준비하고 직원들에게는 백화점 문화 상품권을 하사하셨고 고향이 지방인 직원들을 위해 퇴근시간도 12시로 땡겨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을 환영하는 직원들은 별로 없었는데 일찌감치 명절 모임 불참 선언을 한 몇몇 직원들을 뺀 나보다 연상의 미혼 직원들은 지독한 명절 스트레스를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그들에게 추석 잘 보내라고 천편일률적인 단체 문자 보냈다가는 본전도 못 찾는다.

Posted by 애드맨

영화 하는 친구들을 만나 술 한잔 하고 집에 들어오면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는다. 남들은 잠이 안오면 술을 마신다는데 나는 술을 마시면 잠이 안 온다. 영화하는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그동안 영화 일을 하다가 떼먹힌 돈이 생각난다. 언제 어느 회사에서 누구와 일을 했을 때 얼마를 떼먹혔는지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무슨 영화건 초기에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사람은 나름대로 잘 나가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일 한번 같이 해보자는 연락을 받고 한배를 타게 되면 나도 모르게 긍정적인 인간으로 변신한다. 불안한 영화산업이 마냥 유망해 보이고 그럴듯한 아이템 하나만 있으면 대박도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


열심히 회의하고 밤을 새가며 시나리오를 쓰며 열심히 꿈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진행하는 작품의 투자 유치나 캐스팅 실패가 반복되면 영화사도 돈이 떨어진다. 투자 유치 실패에 장사없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그런 상황에서 아무런 대안없이 버티다 보면 결국 주변에 민폐끼치며 근근히 연명하는 식물 회사가 된다.


문제는 남의 말만 믿고 열심히 일을 한 사람들이다. 어차피 월급은 없었고 가끔 나오는 쥐꼬리만한 진행비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회사에 돈 없는 걸 아니까 눈치보면서 점심이라도 챙겨주면 고마워하고 가끔 술이라도 사주면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술이라도 사줄 수 있으면 그나마 대표가 인간성이 좋거나 사정이 괜찮은 경우다.


작품을 접겠다는 최종통보를 받고 빈손으로 집에 오면 제법 오랜 시간 동안 남의 말만 믿고 열심히 일을 했는데 남은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기는 커녕 회사에 드나들던 차비와 통화료 그리고 기회비용을 계산하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삽질이었다는 손익계산서가 나온다. 이런 상황이 되면 일 시작하기 전에 약속했던 소정의 계약금도 못받는게 아닌가 싶어 초조해진다. 당장 전화해서 달라고 하고 싶지만 그래도 의기투합해서 같이 일하던 정을 생각해서 몇 달 기다려본다.


물론 몇 달 기다려도 연락은 없다. 사실 작품이 엎어지면 그만 두고 나간 사람은 어차피 눈 앞에 보이지 않으니 더 안 챙겨준다. 돈 줄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선 돈 달라는 전화가 와도 돈 없다고 배째고 카드 연체 몇 달째라고 우는 소리 하면 그만이다.


이제는 결단의 시간이다.


인터넷을 여기저기 뒤져보며 밀린 급여 받는 법 등을 검색해본다. 제대로 검색을 했다면 딱히 대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친 척하구 인터넷 게시판 여기저기에 XX영화사의 만행이나 파렴치한 XX감독이라는 식의 글을 올리고 싶지만 마음이 모질지 못한 대부분의 영화인은 돈 몇백쯤은 그냥 포기하고 딴 일 찾아본다.


이런 일들이 몇 번 반복되면 떼먹힌돈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게 된다. 증세는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나 같은 경우는 술 먹고 집에 들어오면 잠이 올 때까지 떼먹힌 돈을 전부 더한 후 내 돈을 떼먹은 사람이 나한테 잘해준만큼의 금액을 빼고 못해준 만큼을 더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강박증으로 나타난다.

이 블로그에 내 돈 떼먹은 놈들 실명을 공개하면 강박증이 없어질까?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