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영화 ‘베테랑’과 주제의식, 줄거리, 개봉시기 등등 비슷한 구석이 많아 잘하면 ‘베테랑’의 반의반 정도쯤의 관객은 들겠다 싶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많이 아쉽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궁금해서 영화를 봤는데 다른 거 떠나 전반적으로 톤앤매너가 애매하고 결정적으로 디테일이 너무 허접하다. 도무지 극에 설득이 되질 않았고 공감이나 몰입도 어려웠다. 진지해야 할 때 나이브하고 막 가야 할 때는 몸을 사리는 느낌이랄까? 간혹 캐릭터의 매력으로 이 모든 단점을 극복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러기엔 캐릭터도 많이 약했다. 영화의 엑기스가 됐어야 할 액션씬도 뻔하고 식상해서 지루하기만 했다. 딱히 웃기지도 않았다. 나까 코미디를 하려면 배우들이 배우 인생을 건다는 각오로 더 막 갔어야 했고 하이 코미디를 하고 싶었으면 감독이 더 치열하고 성실하게 고민했어야 했다. 신동엽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해 봐도 제작비만 많아졌지 작품이 업그레이드 된 느낌은 아니다. ‘치외법권’이라는 제목이 임팩트 있고 배우도 괜찮고 제작비도 이 정도면 해 볼만 하다 싶고 여러모로 메이저리그 뺨칠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저 아까울 뿐이다.



Posted by 애드맨



영화를 잘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계속 만드는 건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동엽 감독은 필모가 대단하다. 몇 년 전부터 거의 한 해도 쉬지 않고 영화를 만들고 있다. 물론 영화라고 다 같은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비록 메이저 상업영화는 아니지만 에로비디오나 19금 IPTV영화도 아닌데 이 정도 페이스를 유지하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이번 작품은 19금 IPTV영화로 풀렸지만 본의는 아니었을 것이다.) 메이저 영화사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오냐오냐 대접 받아가며 만들어도 이 정도 필모는 쉽지 않다. 이 정도면 영화를 진짜 사랑하는 것이다. 편수와 퀄리티는 반비례하는 경향이 크지만 신동엽 감독의 영화들은 편차도 그닥 크지 않다. 그러나 편차가 크지 않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한 번쯤 확 치고 올라갈 때가 됐다. 개인적으론 이번 작품도 신동엽 감독의 다른 작품들처럼 괜찮게 봤다. 사창가 로케가 임팩트 있었고 엔딩엔 막 울컥하면서 봤다. (웨딩드레스까지 입혔으면 자동차가 아니라 오토바이를 탔어야지;;) 줄거리가 뻔하고 식상하고 어디에선가 본 것 같다는 건 단점이 아니다. 영화 뭐 별 거 있나. 난 신파 같아서 더 좋았다. 옛날 홍콩 영화 느낌도 친근하니 반가웠다. 그러나 편차도 편차지만 포지션이 문제인 것 같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극장으로 가기엔 뭔가 부족하고 19금 IPTV영화로 풀리기엔 너무 안 야하다. 완성도도 너무 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임창정이 탑재된 다음 작품 ‘치외법권’은 기대가 된다. 잘 되면 좋겠다.



관련 포스팅

웨딩스캔들 걱정된다



Posted by 애드맨

연애 시장에는 두 종류의 남자가 있다. 있는데 없어 보이는 남자와 없는데 있어 보이는 남자. 여기서 ‘있다’는 것은 돈이 많다는 의미만은 아니고 연애 시장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만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여자의 외모만 중요시하는 남자에게는 있는데 없어 보이거나 없는데 있어 보이는 여자를 구분하는게 별 의미가 없지만 남자의 모든 것을 중요시하는 여자에게는 그 둘을 구분해내는게 인생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다. <러브 스위치>에도 있는데 없어 보이는 남자와 없는데 있어 보이는 남자가 출연하는데 남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남자를 선택해야 되는 여자들의 선구안(?)과 있는데 없어 보이거나 없는데 있어 보이는 남자를 선택한 여자들의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여주고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인 것으로 짐작되었다.


프로그램 소개에는 싱글녀 30명과 1명의 싱글남이 서로의 이상형을 찾아 떠나는 신개념 데이트 쇼! 라고 적혀있긴 하지만 진심으로 이상형을 찾으러 나온 싱글녀, 싱글남이 있을 리 없다. 이런 류의 프로그램이 흔히 그렇듯 보통은 짜고치는 고스톱이기도 하고 출연자 소개를 보나 방송에 임하는 자세로 보나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방송 출연을 빌미로 다른 뭔가를 얻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특히 연예인 지망생, 아나운서 지망생, 쇼핑몰 사장님 등은 방송 출연을 해야 되는 이유가 지나치게 확실해서 이상형을 찾아 보겠다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 프로그램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한마디로 수다의 주제가 ‘남자’로 한정되어 있는 <미녀들의 수다>인 셈인데 다른 점이 있다면 실제 남자를 앞에 두고 품평이 이루어지므로 좀 더 뻔뻔하고 가학적이고 잔인하다는 정도?


1회부터 봤는데 회가 거듭될수록 싱글녀들의 방송에 임하는 자세가 장난스러워져서 재미가 없어지던 와중에 5회에는 간만에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있는데 없어 보이는 남자의 대명사격인 싱글남 의사가 출연한 후 장난스럽던 방송 분위기가 갑자기 진지해진 것이다. 처음엔 남자의 외모만 보고 없어 보인다고 시큰둥해하던 싱글녀들이 남자가 의사라는 사실을 알고는 진심으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일념으로 후끈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물론 싱글녀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고 의사라는 사실을 알고나서도 퇴짜놓는 싱글녀가 있었는데 어차피 의사와는 엮일 리가 없으니 방송 출연이나 더 하자는 심정인 것 같기도 했다. 커플이 성사되면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되는 법칙이 있는데 결혼도 아니고 기껏 데이트 한 번을 위해 프로그램을 하차한다는 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것이다. 물론 진심으로 의사가 싫어서 퇴짜를 놓은 싱글녀도 있겠지만 무명의 연극배우나 가난한 단역배우를 퇴짜 놓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피부과도 아니고 성형외과도 아니고 개업의도 아닌 내과 레지던트가 왜 이런 쇼에 출연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아마도 섭외 담당 작가와 특별한 친분이 있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았나 싶다.


최후엔 피부과 의사와 어리고 예쁜 여자가 남았고 결국엔 어리고 예쁜 여자의 승리로 돌아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남자 입장에선 주변에 여자 의사가 쌔고 쌨는데 굳이 이런 프로그램에까지 나와서 의사를 선택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인 걸로 추정되었다. 잠깐이나마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스튜디오의 조명 아래에서 화려하게 빛나던 싱글녀들이 싱글남 의사 앞에서 그렇게까지 초라하게 보일 줄은 몰랐는데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조금은 씁쓸하고 남녀 모두에게 잔인하게 느껴지는 엔딩이었다. 현실을 잊기 위해 케이블을 틀었더니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현실이 펼쳐진 느낌? 현실을 잊으려면 역시 지상파 드라마가 최고다. 암튼 의사 선생님의 손을 잡고 스튜디오를 떠나는 어리고 예쁜 여자 출연자의 발랄 상큼한 뒤태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두 사람이 잘 되면 좋겠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