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먼저 만나자고 해서 나갔는데 내가 먼저 도착하는 상황을 싫어한다.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10분 이상 늦는다는 연락까지 받으면 더욱 난감해진다. 아직은 카페에서 주문 안 하고 혼자 앉아 있기가 불편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진짜 고민된다. 주문 안 하고도 서너 시간씩 잘도 앉아 계시는 아저씨들을 워낙에 자주 목격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그 나이가 아닌 것 같다. 주문 안 하면 안 된다고 눈치 주는 알바생을 만난 적은 없지만 눈치가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15분 정도가 한계다. 그쯤 되면 울며 겨자 먹기로 내 것만 먼저 시키곤 하는데 그 순간부터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내 것만 달랑 시켜놓고 기다리는 모양새가 좋아 보이진 않기 때문이다. 얌체처럼 보일 것 같다. 그래서 결국은 늦게 오는 사람에게 연락해 뭐 시켜놓을지 물어보곤 한다. 보통은 자기건 자기가 시키겠다고 극구 사양하는데 딱히 친하지도 않고 해 준 것도 없으면서 뭐 시켜놓으라고 말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리고 그런 만남은 대부분 영양가가 없다. 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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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중요한 미팅 때문에 카페에 들렀다. 나는 늘 하던 대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처음 보는 상대방은 페리에를 주문하는 거였다. 페리에? 신기한 마음에 혹시 커피를 싫어하시냐고 물어보니 커피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그냥 요즘엔 커피가 좀 지겹다고 했다. 우와. 커피가 지겨울 수도 있구나. 그럴 수도 있는 거였구나. 갑자기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내가 촌스럽게 느껴졌고 페리에를 마시는 상대방은 왠지 뭔가 있어 보였다. 한마디로 꿀리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나도 뭔가 있어 보이고 싶어지면 페리에를 주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상대방이 페리에를 마시는 광경을 지켜보며 나도 한 입만 마셔보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자리가 자리인만큼 애써 자제할 수 밖에 없었다. 빨리 페리에를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지 업무상 중요한 미팅 자리가 유난히 길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업무상 중요한 미팅이 끝나자마자 가게로 달려가 페리에를 직접 사 마셔보았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한 병 다 마시긴 했다만 그냥 아까 한 입만 마셔보자고 부탁해 볼 껄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Posted by 애드맨

오랜만에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어져서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 들렀다.

그런데 예상 외로 카운터에는 처음 보는 남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처음 보는 남자에게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잔돈을 주고 받을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굳어졌다. 남자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오늘따라 남자가 만들어주는 아메리카노는 절대로 마시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동도 할 겸 건널목을 두 번 건너야 되는 집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잠깐이나마 남자가 만들어주는 아메리카노는 어떤 맛일까 궁금하긴 했는데 공짜라면 모를까 내 돈 내고 사먹고 싶다는 생각은 절대로 들지 않았다.

건널목 앞에서 파란불이 켜지길 기다리며 이번에 가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도 남자만 있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깟 발품 조금 파는 게 아깝다고 남자가 만들어주는 아메리카노를 마실 순 없는 노릇이었다. 만약 이번에 가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도 남자만 있다면 건널목을 서너번 더 건너야 되는 지금 가고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보다도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으로 가면 될 일이었다. 다행히 건널목을 두 번 건너야 되는 집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는 남자가 없었다.

먼 길 온 보람이 있었다. 확실히 주문을 받아주는 그리고 잔돈을 주고 받는 느낌부터가 달랐다. 기분이 좋아져서 혹시 이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사장님이냐고 물어봐주었는데 그녀는 무표정으로 아니요 라고만 대답했다. 만약 사장님이라고 했으면 나도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창업에 관심이 많다며 이것 저것 물어봤을텐데 아니요라고 하길래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여하튼 고생 끝에 마신 아메리카노여서 그런지 다른 때보다 맛과 향이 유달리 깊은 느낌이었다. 즐거운 오후였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