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엔 반드시 연재를 마쳐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던 중 교보문고에서 엔딩크레딧 목격!

당연히 내가 연재중인 엔딩크레딧과는 무관;;

아 일단 제목부터 바꿔야겠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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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애드맨

혹시나 회사 사람들에게 자기와 민정이 함께 있는 걸 들킬까봐 끊임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준호와는 달리 민정은 전혀 죄 지은 기색 없이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 민정은 술집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자마자 맑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처음처럼’ 한 병을 시켰다. 입사동기이긴 하지만 아주 친한 편은 아니어서 둘만 따로 앉게 되자 조금은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준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 진짜 오늘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평상시랑은 뭔가 다른데?”

 “일은 무슨... 넌 어때? 기획팀 일은 좀 할 만해?”

 “할만하지. 연출부 일에 비하면 천국이지.”

 “뭐가 천국이야?”

 “보고 싶은 책이랑 영화 실컷 보면서 월급까지 받잖아.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딨겠어?”

 “그래? 아무리 그래도 남자 나이 서른에 월급 백이면 너무 짠 거 아냐?”

 “훗훗. 내가 영화과 졸업하고 삼년간 연출부 세편 하면서 받은 돈 다 합쳐도 여기 석 달 다니면서 받은 월급보다 작아.”

 “헉. 그럼 연출부 연봉이 백만원이었어?”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긴 한데 내 경우엔 그랬어. 못 받은 돈도 있으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올모스트 백만원이었지. 난 진심으로 기획팀 일 사랑해. 대표님도 사랑하고. 영화하는 동기들 중에선 내가 돈 제일 잘 벌걸?”

 “그렇구나. 이제야 궁금증이 풀렸다.”

 “궁금증?”

 “널 보면 뭐랄까. 항상 행복해 보이더라구. 보통 서른 먹은 남자라면 월급 백 받으면서 딱히 비전도 없는 회사 다니면 우울할 수 밖에 없거든.”

 “하아. 그랬구나!”


준호가 민정의 말에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몰라 애매하고도 씁쓸하게 맞장구를 치는 순간 종업원이 메뉴판과 함께 ‘처음처럼’을 가져왔다. 민정은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주문을 했다.


 “해물 떡볶이 주세요. 괜찮지?”

 “응. 나 떡볶이 좋아해. 사실은 알탕이 더 땡기긴 하지만.”

 “그럼 해물 떡볶이 먹고 나서 알탕도 시켜. 오늘은 내가 살께.”

 “막걸리는 안 좋아하나봐? 요즘엔 막걸리가 대세던데.”

 “그럼 넌 막걸리 마실래?”

 “아냐. 난 소주도 좋아;;”

민정과 준호는 서로의 잔을 듬뿍 채워주고는 첫잔을 깔끔하게 원샷했다. 민정이 먼저 준호의 잔을 채워줬고 준호가 두 손으로 민정에게 술을 따랐다.


 “야. 한 손으로 따러. 니가 무슨 호스트라도 되냐?”

 “헤헤. 미안. 넌 어때? 다닐만해?”

 “음. 관둘거야. 요즘 다른 회사 알아보고 있는 중.”

 “왜? 왜? 왜?”

 “너무 짜.”

 “다른 영화사 가도 별 반 다르지 않을텐데?”

 “영화 쪽 말고 아예 다른 업종으로 옮기려고.”

 “서운하다. 이제 좀 정 들기 시작했는데...”


민정은 준호의 말에 쓴 웃음을 지으며 또 다시 소주 잔을 원샷했다. 준호는 민정이 잔을 비울 때마다 재깍 재깍 잔을 채워줬지만 민정은 잔이 채워지기가 무섭게 원샷을 반복했다. 빈병이 한 병 두 병 늘어갔고 준호는 얼떨결에 민정의 페이스에 말려 들어가 보통 때보다 훨씬 빨리 취해 버렸다.


 “너무 빨리 마시는 거 아냐?”

 “그래도 하나 밖에 없는 입사동기한텐 알려줘야 될 것 같아서.”

 “그래! 아무튼 다른 회사 가서도 잘 살구. 나 너 없으면 앞으로 회사 어떻게 다니니! 벌써부터 외롭다. 당장 내일 점심은 누구랑 먹어야되냐! 으앙.”

 “나 내일 관둘 거 아니거든?”

 

술에 취해서일까? 준호의 눈에 민정이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엔딩크레딧_8회(5)2009.11.25


Posted by 애드맨
2009년 3/4분기를 맞이한 기념으로 내가 마지막으로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올려본 지가 언제인지 계산해보았다. O년. 자그만치 O년 전이었다. 만약 O년 전에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누군가가 나에게 찾아와 너는 앞으로 O년 동안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못 올릴 운명이라고 얘기해줬다면 어이쿠 미리 알려줘서 감사합니다 정중하게 무릎꿇고 이마가 땅에 닿도록 고개 숙여 큰절한 후 얼른 다른 일을 했을 것 같다.


O년이면 어지간한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시간이다. 학습 능력이 평균 이하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정신차리고 열심히만 매진한다면 뭐든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무도 나에게 내가 O년 동안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못 올릴 운명이라고 얘기해주지 않은 탓에 O년 내내 다음 달에는 뭔가 되겠지; 다음 분기에는 뭔가 되겠지;; 설마 내년에는 뭔가 되겠지;; 혹시 내후년에는 헐리우드? 라는 막연한 희망 만으로 이곳 저곳 전전하며 때론 기뻐하고 대부분은 좌절하며 허송세월해버렸다. 그렇다고 영화 전문가가 된 것도 아니다. 이 바닥에서 오래 버티는게 그리 대단한 성취도 아니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흥행 예상을 적중시킨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알아주기는커녕 한심하게 생각하지나 않음 다행이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딱 그 꼴이다.


그렇다면 언제 엔딩크레딧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졌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다음 달에는 뭔가 되겠지; 다음 분기에는 뭔가 되겠지;; 설마 내년에는 뭔가 되겠지;; 혹시 내후년에는 헐리우드? 라는 막연한 희망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긴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일단 올해 개봉 영화 엔딩크레딧에 이름 올리기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그냥 빨리 들어가는 영화의 현장 스태프라도 하지 않는 이상 지금부터 프로젝트가 일사천리로 지체없이 진행된다해도 올해 안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거나 계산하고 있는지 내가 생각해도 참 한심하다. 비도 오는데 라면이나 끓여먹어야겠다.


Posted by 애드맨
2009/04/23   구혜선에게 소설 잘 쓰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46]

요즘 망해가는 영화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 아직 구체적인 구상은 없고 연재 시작 날짜도 미정입니다만 조만간 매일 새벽 1시마다 로맨스 소설을 올릴 생각입니다. 로맨스 소설 연재는 이번이 처음이라 많이 떨립니다만 얼마 전부터 꾸준히 덧글을 남겨주시는 구혜선씨 팬 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만 생각하면 없던 용기도 생깁니다. 그럼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다들 좋은 밤 되세요!


p.s.1. 여주 이름을 혜선이로 해도 될까요?

p.s.2. 발정난 나의 도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애드맨



오늘은 일도 없고 심심해서 시험 삼아 엔딩 크레딧을 만들어봤습니다.

마우스 스크롤을 천천히 내리면 엔딩 크레딧이 진짜 영화처럼 올라갑니다.

이미 알고는 계시겠지만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저 이상한 사람은 아닙니다.

영화는 안만들었지만 엔딩 크레딧에 각본 감독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나니 뿌듯하고 감동적이네요.

오늘 밤엔 직접 만든 엔딩 크레딧을 보며 맥주 한 캔 하고 자야겠습니다. 다들 좋은 밤 되세요!! ^^~~
Posted by 애드맨

기획팀은 조만간 모든 걸 정리하기로 합의를 봤다.


우리 세 명이 같은 날 같은 때에 태어나지는 못했으나 한날 한시에 퇴사하자는 결의를 한 적은 없지만 계속 근무한다고 해도 달라질 일은 없을 거라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고 퇴사하겠다고 해도 아무도 붙잡는 사람이 않으니 예정된 퇴사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번 퇴사가 나의 의지는 아니지만 쪽팔리지는 않고 싶다. 한국 영화계가 불황이라서 어쩔 수 없고 내 주변 영화인들도 다 놀고 있다는 핑계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껏 고용해줬지만 결과물이 없으니 투자한 월급이 아깝다고 판단했기 때문일테니 영화계 불황은 결국 핑계일 뿐이다.


영화사 입사 이후 내가 아이템을 발굴해서 허락을 받은 후 작가를 붙여 진행시킨 서너개의 프로젝트 중 현재까지 살아있는 프로젝트는 하나 뿐이다.


처음부터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진행했던 것은 아니고 작가와 나 둘이서만 좋다고 신나서 밀어붙였는데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팀장의 오케이 싸인이 떨어졌고 대표는 돈을 준비해왔다. 구박받고 서럽고 슬프고 파란만장하고 다사다난한 차마 말 못할 고난의 시간이 지나고 작가의 통장에 계약금이 입금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날의 감동은 지금 생각해도 감회가 새롭다.


회사가 망해가고 더 이상 정상적으로 작품을 진행할 수 없게 됐을 때쯤 다행히 그 프로젝트를 인수하고 싶다는 돈이 많다는 영화사가 나타났고 지금은 작품을 넘기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회사 차원의 비즈니스가 시작된 후엔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아마 이 작품이 다른 회사로 넘어가고나면 이 원작 아이템을 처음 본 순간 꼭 영화화하고 말겠다고 다짐했던 나의 각오와 애정 그리고 작품 개발 허락을 받기 위해 원작자를 처음 찾아가서 만났을 때의 설레임 마지막으로 같이 일해보자고 연락한 작가에게 꼭 같이 일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의 기쁨 등의 감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내가 영화화를 추진하던 작품이 잘 진행되고 있다니 처음에 이 작품은 안된다고 나에게 말해주던 사람들의 생각이 틀렸고 내가 옳았다는 사실이 증명된 거 같아 나 스스로 뿌듯하고 이 작품을 위해 수고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지만 이제부터는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남의 회사 작품이고 크레딧에도 내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화가 난다.


팀장님은 기획 크레딧에 최초 개발자인 내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건의는 해주겠다고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도 그건 이루어지기 힘든 꿈같은 얘기일 뿐이다. 그 회사에도 기획팀이 있고 모두의 반대를 이겨내고 이 작품을 해보자고 주장한 사람이 있을테니 그 사람의 이름이 기획에 오르는게 당연하다. 그 사람이 날 언제 봤다고 기획 크레딧을 공유하고 싶겠는가.


작가는 술만 마시면 나에게 전화해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다른 회사로 가서도 절대 잊지 않겠다고 감사하다고는 하지만 나도 그 작품을 진행시킬 수 있도록 결정적인 기여를 한 작가가 고마울 뿐이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고 그냥 허탈할 뿐이다. 정신건강을 위해 이 작품의 극장 개봉일에 출발하는 한달 정도 코스의 동남아 여행 패키지 상품이라도 알아봐둬야겠다.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변함없지만 나는 이제 그냥 이 작품을 남들보다 조금 더 좋아하는 팬의 한사람일 뿐이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