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적'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05.09 김호연의 '고스트라이터즈'를 읽고..
  2. 2015.11.04 김호연 작가의 '연적'을 읽고..


 

얼마 전 문단 아이돌론을 감명 깊게 읽고 문득 요즘 한국 소설은 어떤지 궁금해져서 새로 나온 소설 뭐 있나 찾아보다 김호연 작가의 신작이 벌써 나왔길래 어떻게 이렇게 빨리 쓸 수 있는 지 신기해서 읽어 보았다. 김호연 작가의 데뷔작 망원동 브라더스의 출간일이 2013, ‘연적2015, ‘고스트라이터즈2017년이니 집필 속도가 거의 더글라스 케네디급이다. 조금만 더 분발하면 역전할 수 있겠다. 사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한국 중장년층의 독서 속도보다 빠르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아마도 작가가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어서 그런 것 같은데 실제로 책도 마치 극장에서 영화 한 편 보듯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잔치국수 먹듯 후르륵 뚝딱 읽힌다. 이번 작품도 다 읽는데 대충 두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데뷔작 망원동 브라더스의 주인공은 만화가, ‘연적은 시나리오 작가여서 한국에서 마이너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알 수 있어 좋았는데 고스트라이터즈의 주인공은 소설가여서 거기에 더해 한국 문단에 대해 갖고 있던 궁금증도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이번엔 문학상이라고 다 같은 문학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듣보잡 문학상까지 다 똑같은 게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극중에 세종 문학상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문학상조차 메이저가 아니라고 안 쳐주는 줄은 몰랐다. 설상가상 일명 문단의 카르텔에 간택 받지 못한다면 정통 신춘문예 등단 작가조차 원고 청탁이 없고 단행본 계약도 뭣 같이 해주는 등 신춘 고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안 쳐주는 문학상 출신주인공은 신춘 고아인 선배의 소개로 어느 웹소설 작가의 대필 작가 즉 고스트라이터가 된 건데 덕분에 웹소설 시장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이 소설만 봐선 정통 한국 문단보다 웹소설 시장이 훨씬 건전하고 바람직해 보였다. 카르텔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조회 수만 높으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타인의 운명을 설계하는 당신은 내가 쓴 대로 살게 된다는 판타지적 설정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스포주의) 주인공의 동료 고스트라이터이자 마이너 작가 성미은이 고군분투 끝에 웹소설 한 편 잘 써서 대박이 난 후 그간 자신을 함부로 대했던 이들을 무시하고 자신을 존중해 주는 사람들과만 축배를 나누는 부분은 정말 통쾌하고 감동적이었다. 힘들고 어렵던 시절에 함께 연대하던 작가와 굳이 연락을 주고받진 않았지만 멋 훗날 작품으로 소통하며 서로를 응원한다는 엔딩도 멋있었다. 알고 보니 무시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각 장의 본문이 시작되기 전에 쓰여 있는 글쓰기 관련 멘트들이 정말 주옥같은데 이대로만 쓰면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중에선 10장의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글을 쓴다가 가장 느낌 있다. 이 소설 자체도 그런 면이 있지만 작가 지망생들에겐 최고의 힐링 멘트 같다. 그런데 너무 조금씩 쓰는 건 문제가 있다. 작년 초쯤 저 멘트를 읽고 자극받아서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너무 조금씩 써서인지 도무지 진전이 없다.


 

관련 포스팅

문단 아이돌론을 읽고..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고..

연적을 읽고..

Posted by 애드맨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나는 책을 굉장히 많이 읽는 편이다.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나보다 많이 읽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알라딘, 교보문고 플래티넘 회원임은 물론이고 동네 도서관에도 2주마다 들러 내 돈 주고는 절대로 안 살 것 같은 책들 위주로 한도 꽉 채워서 빌려오곤 한다. 종목 안 가리고 한 달에 최소 열권은 읽는 것 같은데 유일하게 안 읽는 게 한국 소설이다. 안 읽는 게 아니라 못 읽는다. 이른 바 잘 쓴 문장이라는 것들이 나에겐 전혀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잘 쓴 문장이 뭔지도 모르겠고 그런 거 감상하려고 소설을 읽는 게 아니다. 한국의 문단 분위기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이대로라면 제2의 황석영이나 최인호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김호연 작가의 ‘연적’을 읽고는 ‘삼포 가는 길’과 ‘고래사냥’이 떠올랐다. 황석영과 최인호가 2015년 현재 30대라면 ‘연적’ 같은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삼포 가는 길’과 ‘고래사냥’이 두 남자와 한 여자의 로드무비라면 ‘연적’은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유골’의 로드무비라는 게 다를 뿐이다. 윗 세대의 남자들이 그녀를 끝까지 지켜준 것과는 달리 지금 세대 남자들은 무능력 하다는 그 어떤 은유 같은 걸까? 암튼 현재 한국 소설계에는 명맥이 끊긴 유형의 대중소설이라 더 반가웠고 개인적으로는 주요 등장인물 중에 영화계 종사자가 있어서 더 몰입해서 봤다만 이 부분은 어쩌면 양날의 칼일 수도 있겠다. 영화계 종사자 그 중에서도 시나리오 업계 쪽에 잠시라도 발을 담갔다가 험한 꼴을 겪었거나 현재 험한 꼴을 겪고 있는 중인 독자라면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구구절절 가슴을 치며 읽을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몰입도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현직 시나리오 작가의 소설이어서인지 매 장마다 그림이 그려졌고 마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잔치국수 먹듯 후루룩 읽을 수 있었다. 워낙에 영화적인 소설이라 ‘삼포 가는 길’과 ‘고래사냥’처럼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극장에서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저 양날의 칼 부분을 어떻게 각색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기대된다.


관련 포스팅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고..

앤잇굿 선정 2015년 소설 베스트3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