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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4 이럴 줄 알았으면 연출부라도 할 껄 그랬다
  2. 2008.07.15 연출부로 새출발 (2)
2008/07/15   연출부로 새출발[7]

이제 몇 밤만 자고 나면 12월이라고 생각하니 지난 1년간 있었던 일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반성할 일도 많고 후회되는 일도 많은 한 해였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후회되는 일은 남들 다시 토익 시험 보러 다닐 때 서울 경마 공원 다닌 일이 아니라 어느 고마운 선배님이 기껏 연출부 자리를 소개시켜줬는데 일언지하에 거절한 일이다.


솔직히 이젠 늙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적은 나이는 아닌데 다시 현장에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욕이나 먹으며 촬영 중이라고 길 막고 서 있기는 싫었고 남들이 피우고 촬영장 주변 아무데나 버린 꽁초나 줏으러 다니기는 더더욱 싫었으며 그 당시만 해도 어쩐지 조금만 더 기다리면 다음달이나 다다음달쯤에는 한참 진행하고 있던 일들이 거짓말처럼 잘 풀려서 나 자신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줄 만한 껀수가 성사될 것만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니까 그냥 웃음 밖에 안 나온다.


막연한 기대감 따위에 매달리지 말고 그 때 고마운 선배님이 시키는대로 연출부라도 했으면 지금쯤 촬영은 다 끝났을테고 돈도 지금보단 많이 벌었을 것이고 아마도 내년 초쯤엔 극장에서 내 이름을 구경할 수도 있었을텐데 정말 뭘 믿고 그랬는지 후회 막심이다.


물론 그 때 연출부를 했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던 아이템이 갑자기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될 리는 없을 것이고 연출부 잘 했다고 누가 감독하라고 등이라도 떠밀어주는 것도 아니며 당연히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뭘로 보나 지금보단 나았을 것 같다. 연출부로 일하면 최소 6개월은 그냥 가는 건데 그 6개월 동안 연출부 안 하고 시나리오를 쓰면 한 달에 한 편만 써도 6편은 더 쓸 수 있고 그 6편 중에 <살인의 추억>이나 <조용한 가족>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때 연출부는 안했지만 그동안 시나리오도 안 썼으니 당연히 <살인의 추억>이나 <조용한 가족>이 나올 리도 없다.


이 모든 게 다 내 잘못이다. 모든 걸 반성하고 지금이라도 누가 연출부 자리가 아니라 현장 진행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소개시켜주면 만사 제쳐두고 열심히 하고 싶지만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들어보니 한동안은 연출부 자리도 구하기가 쉽진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막상 누가 연출부하라고 당장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하면... 잘 모르겠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쩐지 다음달이나 다다음달쯤 되면 그동안 진행하고 있던 일들이 거짓말처럼 잘 풀려서 나 자신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줄 만한 껀수가 성사될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시나리오야 뭐 지금이라도 쓰면 되는 거고 2008년도 아직 한 달하고 5일이나 남았다. 2008이란 컵의 물은 아직도 12분의 1이나 남아있는 것이다.


그래도 어차피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 때 연출부라도 할 껄 그랬다는 후회는 된다.


Posted by 애드맨

고마운 선배님이 연출부 자리를 소개시켜주셨다. 나는 망해가는 영화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연출부는 못하겠다고 거절 했지만 고마운 선배님은 피차 사정 뻔히 다 아는 마당에 헛소리 하지 말고 계속 영화 하고 싶으면 일단 연출부라도 한 작품 하는 게 내 영화 인생에 좋을 거라며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했다. 순간 잠깐 솔깃했지만 그래도 연출부는 못하겠다고 최종 거절했다.


나도 한 때 연출부였고 제법 잘 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조명 치는 거 기다리며 넋 놓고 앉아있는 시간에 집에서 시나리오를 쓰면 열 편도 더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 앞으로 다시는 연출부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실제로 그 작품이 끝난 후 앞으로 다시는 연출부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집에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는데 아시다시피 그 시나리오는 영화화되지 않았고 하염없이 세월만 보내던 중 어떤 고마운 선배님이 연출부 자리를 소개시켜주셨고 나는 또 다시 연출부를 하게 되었다.


연출부로 두 번째 작품을 하는 동안에도 조명 치는 거 기다리며 넋 놓고 앉아있는 시간에 집에서 시나리오를 쓰면 열 편도 더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연출부는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연출부로 두 번째 작품을 끝내자마자 다시 집에 틀어 박혀 시나리오를 한 편 썼는데 아시다시피 이번에도 그 시나리오는 영화화되지 않았고 또 다시 하염없이 세월만 보내던 중 또 다른 고마운 선배님이 연출부 자리를 소개시켜주셨고 나는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또 다시 연출부를 하게 되었다.

연출부로 세 번째 작품을 하는 동안에도 조명 치는 거 기다리며 넋 놓고 앉아있는 시간에 집에서 시나리오를 쓰면 열 편도 더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마운 선배님이 일하는 영화사 사무실은 요즘 한참 촬영 준비로 바쁜 스텝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전화벨도 쉴 틈 없이 울려댔고 여기서 진짜 뭔가가 시작된다는 느낌도 들었다. 오랜만에 그런 생산적인 풍경을 직접 보고 느끼고 나니 나도 그 생산적인 풍경 속의 일부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꾹 참기로 했다. 연출부로 일하면 최소 6개월은 그냥 가는 건데 그 6개월 동안 시나리오를 쓰면 한달에 한 편만 써도 6편은 더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6편 중에 <살인의 추억>이나 <조용한 가족>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도저히 연출부 일은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물론 아무리 할 일이 없어도 시나리오는 한 줄도 쓰지 않았던 적이 더 많지만 그래도 시나리오를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고마운 선배님의 사무실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나와 함께 일했던 연출부들을 한 명 한 명 기억 속에서 떠올려봤다. 입봉한 연출부도 있고 입봉 준비 중인 연출부도 있고 영화 일을 그만둔 연출부도 있고 지금도 연출부 일을 계속하는 연출부도 있고 조감독으로 일하는 연출부도 있지만 나처럼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아이템으로 영화를 만들고야 말겠다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연출부는 없는 것 같다. 내가 연출부를 하지 않는 이유는 어차피 연출부로 6개월 또는 1년 일하고 나더라도 변할 게 없기 때문이다. 나도 이제 더 이상 어린 나이는 아니고 연출부 일 잘 한다고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아이템이 갑자기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게 될 리도 없고 연출부 일 잘 했다고 감독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연출부 경력에 한 작품 추가될 뿐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현장을 안다고 말할 수는 있을 지도 모르겠다.


연출부들 대단하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