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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애드맨



잔뜩 기대하고 봤는데도 기대 이상이었다. 타란티노가 만들었으니 당연히 잘 만들었겠지라는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냥 잘 만든 정도가 아니라 이보다 더 잘 만들 순 없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줄거리만 봐선 그냥 흔한 서부극이다. 살짝 미드 스파르타쿠스도 연상되고 별 특별할 거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줄거리 이상의 무엇이다. 그래서 줄거리 요약본을 읽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보는 것이다. 장고는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황홀할 정도로 끝내준다.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었지만 가장 끝내줬던 건 미장센이다. 차원이 달랐다. 대개의 영화들이 2차원에 머물러 있다면 장고의 그것은 3차원이었다.

서부극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스크린을 단순히 넓게 활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입체적으로 활용한다. 실외는 물론이고 실내까지 거의 모든 씬의 공간이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인물과 사물 또한 그에 걸맞게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하나도 헛갈리지 않는다. 전쟁영화를 예로 들자면 보통 큰 규모의 전투씬을 보다보면 누가 어디에 있고 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헛갈리기 십상인데 장고는 그런 게 없다. KKK단과의 전투씬만 봐도 지형 지물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인물들의 동선까지 머릿속에 훤히 그려진다. 흔한 경지가 아니다.

보통은 캐릭터가 입체적이거나 줄거리만 입체적이어도 잘 했다고 칭찬을 받는데 타란티노의 영화는 그 둘은 물론이고 공간의 활용까지 입체적이다. 이런 경향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때부터 두드러진 것 같은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외딴 농가의 지하에 숨어 있는 유태인을 두고 독일군 장교와 프랑스인 주인이 대화하던 장면이다. 대사도 훌륭했지만 공간의 입체적인 활용이 압권이었다. 그 외에도 서스펜스 구축을 위한 테이블 활용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장고에서도 볼 수 있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바스터즈의 테이블 씬과 장고의 테이블 씬을 컷 바이 컷으로 비교해봐도 재밌을 것 같다.

타란티노가 딱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영화를 만드는 것 같진 않다. 타란티노의 영화를 줄거리로 리뷰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이야기는 그저 도구일 뿐이고 영화 그 자체가 목적인 것 같기 때문이다. 나찌나 흑인 노예 문제를 비판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영화로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지가 궁금한 것 같다. 펄프픽션 이후 20년이 지났는데도 매번 새롭고 혁명적이다. 이게 바로 타란티노가 명감독인 이유다. 말빨이 쎄고 피를 좋아하고 액션씬을 잘 찍는 ‘헤모글로빈의 시인’이라서가 아니고.

 
Posted by 애드맨


개봉일
2013.03.

줄거리
1850년대 미국 남부, 현상금 사냥꾼인 닥터 킹 슐츠(크리스토프 왈츠)에게 도움을 준 대가로 자유를 얻게 된 흑인 노예 장고(제이미 폭스)는 닥터 킹 슐츠와 함께 현상금 사냥꾼 일을 시작한다. 매일 무섭게 사냥 기술을 연마하는 장고의 목표는 오직 하나, 오래 전 다른 곳의 노예로 팔려간 아내를 찾아내 구하는 것이다. 장고는 집요한 추적 끝에 아내가 악덕 농장주 칼뱅 칸디에(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손에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고 그의 농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내의 탈출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시작하게 되는데…

기대
쿠엔틴 타란티노 작품

우려
한국 관객들의 취향

흥행예상
기대 > 우려

트위터에서 하도 호평이 자자해 타란티노 팬으로서 그냥 흔한 타란티노 영화가 한 편 더 나온 줄 알고 별 감흥없이 예고편을 검색해봤다가 깜놀랐다. 예고편 몇 초 보자마자 타란티노가 또 한 건 한 것 같다는 삘이 온 것이다! 음악만 들어도 바로 이거다 싶다!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영화가 있다. 취향에 맞지 않으면 안 봐도 되는 영화와 취향과 상관없이 무조건 봐야 되는 영화. 이건 절대적으로 후자다. 특히나 이건 영화 예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무조건 봐야 하는 류의 영화다. 바로 이런 영화 덕분에 영화라는 장르가 그나마 근사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타란티노 영화가 딱히 예술 영화도 아닌데 한국에선 그렇게까지 대박이 안 나서 조금 안타깝고 한국의 어느 영화 평론가에겐 폴 그린그래스, 마이클 만, 오우삼, 샘 페킨파 그리고 류승완과 동급으로 비교당하기도 했지만 내 생각엔 타란티노가 압도적으로 넘사벽 짱인 것 같다. 그리고 노파심에서 한 마디 덧붙이자면 이건 극장에서 안 보면 손해다. 무조건 극장에서 바ㅗ야한다. 진짜 영화기 때문이다. 아 씨 진짜 재밌겠다ㅠㅜ 3월까지 어케 기다리냐. 빨리 개봉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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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예고편
 
 

Posted by 애드맨
TAG 장고

출근을 포기했다.


출근을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는 통보까지 받은 마당에 꼬박 꼬박 출근해서 할 일도 없이 회사에서 주는 점심이나 먹고 만화책, 소설책 뒤적이고 미드나 일드를 교대로 감상하며 저녁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도 못할 짓인 것 같아 깔끔하게 포기해버렸다. 


마케팅팀에 미인이 많기로 소문난 영화사에서 작품을 준비 중인 아는 형은 능력있는 직원이 오래 버티는게 아니라 오래 버티는 직원이 능력있는 거라며 알아서 출근을 포기하는 건 밀린급여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고 다른 직원들은 다 가만 있는데 너 혼자 출근을 포기하는게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고 조언했다. 나는 떠날 때를 아는 자의 뒷모습이 아름답지 않겠냐고 반문했는데 알아서 회사에 안나타나주면 적어도 한 명은 고마워할거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대로 출근을 포기하고 얼마 뒤 다른 회사에 들어간다고 가정을 해봤다. 몇 년이 지나고 때는 20xx년. 장소는 대한민국 서울. 더 이상 어린 나이는 아니다. 나는 몇년간 작은 영화사에서 경리와 배급을 제외한 기획과 제작 업무를 대강 해봤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지만 그럭저럭 평온하게 보내던 일상이 스크린쿼터 대폭 축소와 한국 영화산업의 구조적인 불황으로 인한 영화사의 도산으로 갑자기 깨져버린다. 당장 다음달 카드값을 낼 돈도 없다.


또 다시 윗사람에게 출근을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는 통보를 받고 회사 사장과는 소원해지고 직원들은 뿔뿔이 제 살길 찾아 흩어진다. 나는 내가 기획했던 작품에 엮인 사람들로부터 밀려드는 불평과 원망을 한 건씩 정리하고, 나를 믿고 따라온 후배들은 아는 회사에 소개해준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만 혼자 남는다.


도저히 이력서를 들고 돌아다닐 기운은 없고 취직할 자리도 마땅치 않다. 어떻게 해야 먹고살 수는 있을까 고민을 해보지만 답은 없다. 친분이 있던 작가들마저 영화사와의 끈이 떨어진 영화사 직원과는 상종하지 않는다. 몇 달 뒤 실업급여도 끊긴다. 회사를 다니며 들고 있던 아이템을 뒤적여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제법 재미있는 시나리오가 있다. 이 시나리오로 뭔가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영화를 만들 결심을 한다.


아직 메이저 배급사와 거래를 할 수는 없지만 잘만 만든다면 소규모 개봉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래 일단 영화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자. 감독은 평소 친분이 있던 아무개에게 부탁한다. 이렇게 망상에 빠져 영화사를 창업하고 우여곡절 끝에 영화를 완성하고 개봉을 시킨다.


문제는 죽음의 계곡이다.


벤처(venture) 기업으로 보면, 설립 이후 아는 사람들의 돈을 다 끌어대 기술개발도 하고 마케팅도 한다고 설쳐 봤지만 자본금이 잠식되고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고 한다는데 영화는 아무리 힘들고 고생스러워도 만들 수는 있고 홍보만 잘하면 언론에도 오르내릴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죽음의 계곡을 절대적으로 피할 수 있는 묘수는 생각나지 않는다. 단순히 좋은 아이템이라는 주관적이고 막연한 판단으로는 일은 추진되지 않는다.


이제 출근할 필요도 없으니 돌파구를 찾기 위해 요즘 유행이라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간 후 일체의 외부출입을 자제한 채 장고를 거듭해봐야겠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