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든 에세이든 영화 관련 글들은 유통기한이 길지 않다. 영화 자체의 유통기한이 점점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어쩔 수가 없다. 영화 관련 글의 태생적 한계다. 그 영화에 관심이 없다면 어지간해선 그 영화 관련 글도 읽고 싶어지지 않아진다. 아예 관심이 안 생긴다. 특히나 당시 시국이나 영화판 돌아가는 꼴을 개탄하거나 잠깐 핫했던 연예 이슈 등을 섞어 쓴 글들이 그렇다. 몇 달 아니 몇 주만 지나도 옛날 옛적의 오래된 글 느낌이 물씬 든다. 한국에서 출간되는 영화 관련 서적들은 대개는 어딘가에서 오랜 기간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것들이라 더더욱 옛날 옛적의 오래된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지금 내 책꽂이에는 최광희의 ‘무비스토커’와 ‘하재봉의 영화읽기’가 같은 섹션에 나란히 꽂혀 있는데 각각 2013년과 1996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딱히 20년의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둘 다 그냥 옛날 책 같다. 오히려 20여 년 전에 출간된 ‘하재봉의 영화읽기’가 더 최신작 같기도 한데 이유는 딱 하나다. ‘하재봉의 영화읽기’는 일명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상대적으로 유통기한이 긴 영화들의 리뷰 모음집이기 때문이다. ‘하재봉의 영화읽기’에 실린 왕가위나 데이비드 린치 영화의 리뷰는 어쩌다 한 번씩 들여다 볼 때가 있지만 최광희의 ‘무비스토커’에 실린 ‘디워’나 ‘부러진 화살’ 관련 글들엔 아예 관심이 가질 않는다.


듀나의 에세이 ‘가능한 꿈의 공간들’은 첫 페이지에서부터 옛날 책 느낌이 물씬 들었다. 박재범의 마이스페이스 낙서 소동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당시엔 핫했지만 이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바로 그 사건 말이다. 책을 다 읽어보니 굳이 비교하자면 ‘하재봉의 영화읽기’보다는 최광희의 ‘무비스토커’쪽이었지만 ‘무비스토커’보다는 유통기한이 길 것 같다. 멀티플렉스에서 마스킹을 안 해주는 문제나 극장에서 상체를 숙여선 안 되는 극장 에티켓 문제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해결 될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듀나의 정체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리뷰든 에세이든 영화 관련 글들의 유통기한 문제는 정성일이나 이동진 심지어는 로저 에버트조차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 내 책장에는 로저 에버트의 ‘위대한 영화 1,2권’과 로저 에버트의 자서전 ‘로저 에버트’가 나란히 꽂혀 있는데 자서전은 딱 한 번 읽고 말았지만 ‘위대한 영화 1,2권’은 틈날 때마다 펴보곤 한다. ‘위대한 영화’는 일명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상대적으로 유통기한이 긴 영화들의 리뷰를 모은 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미국의 시국이나 헐리우드 영화판 돌아가는 꼴을 개탄하거나 잠깐 핫하다 말 게 뻔한 연예계 이슈 등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다. 영화 관련 글들은 지은이의 캐릭터로 승부하거나 걸작 고전들만 리뷰할 게 아니라면 블로그가 딱이다. 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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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선생님이 올해의 베스트로 선정하셔서 봤는데 별로였다. 레이드1에 비해 스케일은 커졌지만 1편에 비해 참신한 맛이 없고 너무 장황했다. 전작의 성공으로 인해 나태해져서 대충 찍은 것 같진 않지만 어딘가 매끄럽지 못하고 살짝 촌스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너무 길었다. 러닝타임이 2시간 반이나 된다. 이야기 자체는 그렇게까지 길 필요가 없다. 길어야 100분이면 될 듯 했다. 일본 야쿠자 설정도 애매했다. 굳이 야쿠자가 나올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일본 시장을 노리고 억지로 끼워 넣은 것 같아 불순하게 느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액션씬이다. 한 컷 한 컷 공들여 찍긴 했지만 너무 길다. 초반부터 너무 화끈했고 강..중간..이 있어야 되는데 시종일관 강....이니 갈수록 심드렁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감독이라도 액션씬을 줄이진 못했을 것 같다. 대충 CG 섞어서 그럴듯하게 눈속임으로 찍은 액션씬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냥 한 컷 한 컷 공들인 정도가 아니었다. 앰뷸런스를 상시 대기시키고 목숨 걸고 찍은 티가 역력했다. 액션씬들을 보는 내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저렇게까지 열심히 영화를 찍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진짜 열심히 찍었더라. 그 열정에 감동은 했지만 그래도 너무 길었다. 1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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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선생님이시다. 워낙에 말씀을 재미있게 하셔서 한 시간 반쯤 되는 방송을 논스톱으로 들을 수 있었다. 정말 틀린 말씀이 하나도 없었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들이었다. 잠자리에서 듣고 있었는데 막 일어나서 메모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여러 가지 말씀 중 쪽수에 대한 말씀이 가장 인상 깊었다. 선생님께선 쪽수로 밀어부치는 것만큼 천박한 게 없다고 하셨지만 내 생각에 영화산업에서의 쪽수는 천박하고 말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냥 쪽수가 다다. 포스트 봉준호의 부재 역시 쪽수 때문이다. 진중권은 비단 영화뿐만 아니라 한국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영화계에서 겪고 있는 포스트 봉준호의 부재 문제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했는데 이것 역시 쪽수 때문이다. 일본의 영화와 드라마가 2000년대 초반부터 급격히 재미없어지는 걸 보고 그 이유에 대해 틈날 때마다 잠깐씩 고민했었으나 답을 찾을 수 없던 와중에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가 몇 년 전부터 일본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여 일본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역시 틈날 때마다 잠깐씩 고민해본 결과 문제는 쪽수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게 다 고령화 때문이다. 십여년전 일본처럼 한국도 늙고 있다. 포스트 봉준호만 없는 게 아니다. 감독뿐만 아니라 배우와 스태프들도 십 년 전 A급이 지금도 A급이다. 상업영화만 이런 거면 이게 다 대기업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독립영화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십년 전 유망주들이 아직도 유망주다. 평론계는 두 말 할 것도 없다. 포스트 봉준호의 부재 문제는 한국영화 산업이 돌아가고 있는 이상 언제라도 누군가 갑툭튀하면 해결될 수 있지만 포스트 정성일의 부재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포스트 정성일이 가능한 토양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현장만 이런 게 아니다. 학계도 마찬가지다. 내가 신입생 때 교수님들이 지금도 교수님이다. 관객도 마찬가지다. 한 때 영화 기획 업계(?)에선 20대 초반 여성 관객들의 취향이 진리였는데 이제는 아닌 것 같다. 이건 그냥 내 짐작이지만 등산복 입고 극장에 오는 중장년층이 더 쎌 것 같다. 한국이 늙으면서 한국영화도 다 같이 늙은 것이다. 활력이 없어졌다. 독과점 문제는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랄까? 선생님께서 태국영화를 칭찬하셨는데 태국영화가 뜨는 이유 역시 태국이 아직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초창기 봉준호나 박찬욱만한 감독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못 믿겠으면 그들의 초기작을 보면 안다. 다만 늙은 관객은 극장 밖에서도 그렇지만 극장 안에서도 모험을 원하지 않는다. 늙으면 지적 호기심이 떨어지는 법이라 키노 같이 어려운 잡지도 멀리 할 수밖에 없다. 늙으면 잘 모르는 말은 듣기 싫어지고 공부도 멀리하게 된다. 이제는 십년 전과는 달리 초창기 봉준호나 박찬욱이나 키노 등등과 조금은 부족한 점이 있어도 함께 지지고 볶으며 성장할 젊은 관객의 쪽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십여년전 혜성처럼 등장한 한국영화의 에이스들도 결국은 여러 분야에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쪽수로 밀어부쳤기 때문에 십년 넘게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김영진이 7년 전부터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한국영화 미래없다는 기사를 쓰곤 하는데 일면 맞는 말이다. 김영진은 이게 다 대기업 때문이라고 했지만 나는 쪽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양성이고 뭐고 문제는 쪽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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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동진이 차지하고 있는 한국 최고의 스타 평론가 자리에 옛날엔 정성일이 있었다. 정성일이 내려간 이후 영원히 비어있을 것만 같던 그 자리를 누군가 차지해줘서 반갑고도 신기하다. 아무리 영화 평론이 죽었네 미래가 없네 해도 영화 관련 글의 수요가 없진 않다는 뜻일 것이다. 둘은 비슷한 점이 많다. 일단 스타 평론가라는 점이 비슷하고 영화적 영향력이 크다는 것도 비슷하다. 비록 정성일은 이동진이 ‘미미추’를 통해 쪽박 나는 게 당연한 예술영화를 대박 나게 만드는 것 같은 영향력은 없었지만 수많은 중고생들을 영화학과에 보내 영화감독 지망생으로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당시 정성일 때문에 영화학과에 진학한 중고생들의 수가 제법 됐다. 물론 대학생도 마찬가지다.

욕을 많이 먹는다는 것도 비슷하다. 그런데 정반대의 이유로 욕을 먹는다는 게 재미있다. 이동진은 너무 쉽게 쓴다고 욕을 먹고 정성일은 너무 어렵게 쓴다고 욕을 먹었다. 정성일의 글을 읽고 나면 난독증에 걸린 것 같다는 소감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다들 열심히 철학책을 뒤져가며 정성일의 글을 읽어댔다. 지금 생각하면 다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동진이 모두가 볼 수 있는 영화를 주로 언급했다면 정성일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영화를 주로 언급했다는 것도 흥미롭다. 정성일이 스타 평론가이던 시절엔 지금처럼 인터넷이 없었다. 해외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정성일이 무슨 영화를 언급하며 열렬히 경배를 바친다고 하면 다들 영화도 안 봤으면서 덩달아 경배를 바치곤 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길이 없으므로 반론은 불가능했다. 그냥 정성일이 그렇다고 했으면 그런 것이었다. 그만큼 정성일의 영향력이 대단했다. 글만큼이나 패션 스타일도 정반대다. 빨간 안경을 낀 정성일은 상상할 수 없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성일은 트위터만 하고 이동진은 블로그만 한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이동진이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조선일보 영화부 기자였고 정성일이 키노를 창간한 게 1995년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당시 이동진이 키노를 창간하고 한국 최고의 스타 평론가 자리에 오른 정성일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슬슬 궁금해진다. 서점에서 키노를 들춰보며 “영화 리뷰를 이렇게 어렵게 쓰는 사람이 스타 평론가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지금 한국 영화계는 뭔가 잘못됐어. 영화 리뷰는 나처럼 쉽게 쓰는 게 맞아. 내가 반드시 영화 리뷰를 쉽게 쓰는 스타 평론가가 되고야 말테다!”라고 각오를 다지진 않았을까? 현재 스코어 이동진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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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작 전에 몇몇 해외영화제에 초청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자막이 줄줄이 이어지는 순간 이게 뭔가 했다. 별 걸 다 자랑한다 싶었다. 그래도 정성일 선생님의 영화니까 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자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요즘 세상에 그게 뭐 대단한 자랑꺼리가 되는 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이걸 자랑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해외영화제 초청사실을 미리 알고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는 모르겠다만 그래도 정성일 선생님의 영화니까 못 본 걸로 치기로 했다.

그러나 오프닝에 여배우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햄버거 하나를 다 먹을 때부턴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콜라 한 모금 안 마시고 햄버거 하나를 다 먹는 연기(?)를 하느라 목이 메었을 여배우에 대한 영화외적인 연민 때문만은 아니다. 이건 마치 영화과 신입생이 영화제작실습 시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를 만들고는 난 이런 것도 할 줄 안다고 으시대는 느낌이랄까? 여기까진 그래도 정성일 선생님의 영화니까 뭔가 다르려니 기대가 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의심은 계속해서 커져만 갔다. <괴물>이나 <올드보이> 등의 한국 영화 관련 유머가 하나도 웃기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역 배우의 탈의 장면이나 간간히 나오는 욕이 거슬렸기 때문만도 아니다. 그러나 마침내 정유미의 독백과 댄스 장면을 보고 나선 정성일 선생님의 영화라는 이유로 기대를 했던 내가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성일 선생님은 애초에 관객과의 게임에 응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영화를 잘 만들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이다. (내가 지금 잘 만든 영화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기분은 아니다ㅋ;) 본인이 오래 전부터 언급했던 영화를 사랑하는 3단계 중 마지막 단계에 오르기 위해 영화는 만들어야겠는데 못 만들었다고 욕은 먹기 싫다보니 궁여지책 끝에 이런 식의 영화를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워낙에 유명한 평론가 출신이어서 그런지 평가 자체를 거부해버렸거나 적어도 다른 영화를 평가하는데 사용되는 잣대가 자신의 영화에 들이밀어지는 상황은 원치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어떻게 봤는지 보다는 어떻게 볼 것인지가 중요해지는데 내 생각엔 연예인이 자기 이름 걸고 쓴 이벤트성 책 보듯 ‘애정을 듬뿍 담아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정성일의 <카페 느와르>가 아니라 <정성일의 카페 느와르>로 보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보니 영화가 좀 다르게 보였다. 정성일 선생님과의 지난 십수년 우정을 생각하니 마음이 활짝 열리더라. '경배'까진 아니지만 세상엔 이런 영화도 한 두 편 쯤은 있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배우들이 하나같이 매력적인 점도 인상깊었다. 아 맞다. 정유미! 예전부터 정유미에 대한 호감은 있었지만 그냥 예쁘장한 여배우에 대한 호감 이상은 아니었는데 이 영화에서의 정유미는 진정 사랑스러웠다. 영화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이 없었다면 15분 독백이나 뜬금없는 댄스를 단 한 점 의심의 눈빛 없이 연기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정유미 팬하기로 했다. 정성일 선생님은 앞으로 정유미에게 정말 잘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련포스팅
카페 느와르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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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일

2010.12.30.


메인카피

사랑을 잃은 자들의 밤


줄거리

지독하게 슬픈 사랑에 중독된 영수(신하균)와 그가 죽도록 사랑하는 여인 미연(문정희), 그를 죽도록 사랑하는 또 다른 미연(김혜나) 그리고 영수가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다시 만나게 되는 선화(정유미)와 은하(요조), 다섯 사람의 깊은 슬픔과 사랑을 다룬 영화.


기대

정성일의 데뷔작을 기다려온 영화인들의 수


우려

반은 흑백이고 분위기는 정적이고 러닝타임은 198분이고..


흥행예상

기대 < 우려


아마 영화 좀 보는 사람들 중에 정성일과 관련된 추억 한 두 개쯤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영화학과 입시 면접 때 정성일 선생님의 말씀을 내 생각인 척하고 떠들었던 적이 있고 (그 학교는 불합격했다.) 정성일 선생님이 언급했던 영화들을 아주 어렵게 구해 본 후 잔뜩 실망했던 적이 많고 정성일 선생님을 먼 발치에서 직접 목격하고 감동한 적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런 나에게 <카페 느와르>는 그 추억의 연장선이자 일종의 기념비 같은 영화가 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예고편을 보니 걱정이 앞선다. 보통 예고편은 그 영화에서 가장 돈이 될 만한 장면을 뽑아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일단 반은 흑백이고 정적이고 러닝타임이 198분이라면 애초에 흥행에는 별 뜻이 없었던 거다. 게다가 왠지 정성일 선생님 아니 감독님이라면 자기 영화에 관객이 너무 많이 드는 걸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때 정성일이 만든 영화를 혹평하기 위해 정성일 데뷔작 제작비 모금 위원회가 생기려다 말았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정성일의 영화를 기다려온 영화인들이 많긴 하지만 그 사람들이 다 영화를 보러 온 다 해도 그 수는 한 영화를 흥행 시키기엔 많이 부족할 것이다. 암튼 나는 12월 30일에 극장으로 갈 것이다. 부디 경배할 만한 대상이면 좋겠다.


관련 포스팅

정성일은 왕가위를 꿈꾸는가? 

정성일 감독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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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라 미니홈피  

저는 앞으로 강수라가 반드시 뜬다고 생각하고 그를 지지할 생각입니다. 미니홈피를 보아하니 그는 조만간 필모그라피를 알차게 채워가며 훌륭한 배우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것 같습니다. 아직은 데뷔 전이므로 그에겐 그와 동년배인 팬들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데뷔 후엔 모든 게 달라지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를 믿고 저의 안목을 믿습니다. 정성일 선생님께서 왕자웨이와 20년을 함께했든 저도 강수라를 최소한 20년 넘게 지켜보며 지지할 예정입니다. 강수라에게 판돈을 건 셈이죠. 영화만 볼 줄 아는게 아니라 사람 볼 줄 안다는 소리도 듣고 싶습니다. 정성일 선생님께서는 후배 평론가에게 이렇게 얘기하곤 했답니다. ‘신인을 지지할 때는 정신 바짝 차려라.’ 데뷔작을 지지했는데 두번째 영화가 가짜면, 결국 평론가도 가짜이기 때문이랍니다. 알겠습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겠습니다.

관련기사 : 영화평론가서 ‘카페 느와르’로 감독 데뷔 정성일  
관련포스팅 : 2009-08-04 강수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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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선생님께서는 <아비정전> 이후의 왕가위 영화는 모두 <아비정전>의 변주라고 하셨지요.
하루빨리 <아비정전>의 속편을 보고 싶습니다.

물론 정성일 감독님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아비정전>의 속편만큼이나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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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9   정성일은 왕가위를 꿈꾸는가? [9]
2008/12/25   크리스마스에 군대에서 비디오 틀어준 이야기[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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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네티즌 리뷰를 읽다보면 <이거 보고 여친과 어색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이거 보고 남친이랑 싸웠어요> 등의 <이 영화 보여줬다가 욕먹었다>는 주제의 하소연성 리뷰를 볼 때가 있다. 그만큼 여러 사람의 취향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나는 이런 주제의 리뷰를 읽을 때마다 크리스마스에 군대에서 비디오 틀어준 일이 생각난다.


당시 나는 우리 부대에서 단 한 명 뿐인 영화학을 전공한 이등병이었는데 마침 부대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장병들에게 재미있는(?) 영화를 틀어줄 예정이었다. 그날 일직사령은 내가 영화학과에 다니다 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영화학을 전공했으니 당연히 영화에 대해서만큼은 부대에서 제일 전문가라고 생각했는지) 부대 밖에 위치한 비디오가게에서 진짜 재미있는 영화를 빌려오라는 명령을 내리셨다.


자신있었다. 나는 군복무에 찌들어있는 동료 병사들에게 세상에는 헐리우드 최신작이나 홍콩 액션영화 또는 에로 비디오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주어야겠다는 계몽주의적 야심을 품고 말년병장 한 명과 함께 부대 밖에 위치한 비디오가게에 갔다. 말년병장은 당연히 헐리우드 최신작이나 홍콩 액션영화 또는 에로 비디오를 보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명색이 우리 부대에서 단 한 명 뿐인 영화학을 전공한 이등병인데 누구라도 고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영화를 빌려올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희생>이나 <거미의 계략>같은 작품을 빌려올 만행을 저지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부대 근처에 위치한 시골 비디오가게에서는 나의 계몽주의적 야심을 충족시켜줄만한 작품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고르고 고르던 중 진열대 구석에서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OOOO>를 발견했다. 무슨 이유로 부대 근처에 위치한 시골 비디오 가게에 <OOOO>가 비치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정말 기적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군복무에 지친 동료 병사들에게 영화학적인 깨달음을 주라는 계시가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진심으로 자신있었다. 어린 마음에 정성일 선생님도 극찬하신 <OOOO>라면 세상에는 헐리우드 최신작이나 홍콩 액션 영화 또는 에로 비디오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동료병사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말년병장은 자대배치 받은 지 얼마 안 된 이등병이 진열대에서 꺼내 든 <OOOO>의 자켓을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그래도 명색이 부대에서 단 한 명 뿐인 영화학을 전공한 이등병이 선택한 작품인지라 아무런 토를 달지 못했다.


우리는 비디오가게에서 나와 부대 근처에 위치한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맛있게 먹은 후 (말년 병장이 사줬다.) 부대로 복귀했다. 내무반에 들어가니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재미있는 영화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잔뜩 몸이 달아있던 동료 병사들의 기대감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잠시 후 우리 부대에서는 정성일 선생님도 극찬하신 <OOOO>가 상영되었고 그 날 이후 우리 부대에서 단 한 명 뿐인 영화학을 전공한 이등병은 다시는 비디오테잎을 빌리러 부대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당시에는 나의 야심을 몰라준 동료 병사들이 정말 원망스러웠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도 여전히 원망스럽다. <OOOO>가 뭐가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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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8   정성일 감독 기대된다[10]

개봉일

2009.00.00.


작품소개

지독하게 슬픈 사랑에 중독된 영수(신하균 분)와 그가 죽도록 사랑하는 여인 미연(문정희 분), 그를 죽도록 사랑하는 또 다른 미연(김혜나 분) 그리고 영수가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다시 만나게 되는 선화(정유미 분)와 은하(요조 분). 다섯 사람의 깊은 슬픔과 사랑을 다룬 영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2009년 개봉 예정이다.


기대

정성일


우려

3분 30초의 롱테이크


흥행예상

기대 > 우려


줄거리만 보면 평론가 출신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가 아니라 암울한 청춘들의 엇갈린 사랑을 주로 그렸던 왕가위가 생각난다. 스텝프린팅을 대체할만한 뭔가만 발명했으면 딱인데 그게 뭔지 궁금하다. 첫 촬영의 스타트를 끊었다는 3분 30초의 롱테이크는 걱정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정성일의 데뷔작이므로 무지무지 기대된다. 빨리 극장으로 달려가서 경배하고 싶다.

관련기사 : 영화평론가 정성일, 신하균 주연 영화로 감독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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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정성일

우려
심사위원들의 종합평가 의견

흥행예상
기대 > 우려

정성일 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들 지 궁금하다.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을 테니 흥행도 잘 될 것 같다.

기대된다.

p.s.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제작지원사업 접수작품 수가 작년의 2배에 가까운 132편!!!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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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애드맨

회사에 들이밀었다 퇴짜 맞은 아이템을 사장시키기 아까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는 피디나 작가들에게 들이밀었다가 또 퇴짜 맞았다. 내 아이템을 왜 몰라주냐고 항의하자 회사에선 어떻게든 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는 했지만 차마 공개적으로는 못하고 은밀히 들이밀었다가 퇴짜 맞은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만약 다른 회사에서 내 아이템을 좋아해서 계약하자고 하면 우리 회사와 어떤 식으로 공동 제작을 이끌어내야 하나 어쩌나 걱정도 했지만 이젠 괜한 걱정이 뭔지 알게 되었다. 회사에서 이게 뭐가 재밌는지 모르겠다며 퇴짜 놨을 땐 이 세상 어딘가에는 반드시 나의 아이템을 알아보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수많은 사람에게 모니터를 돌려본 결과 영화사에서 아이템을 선정하는 기준은 놀라우리만큼 비슷해 한번 퇴짜 맞은 아이템을 누군가 발견해줄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록 이 영화사에선 퇴짜 맞았지만 내 아이템과 궁합이 맞는 영화사가 어딘가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희망은 쪽팔림의 지름길이다. 영화를 발견하는 일은 정성일 평론가만이 할 수 있는 것 같다. 나 잘났다고 설치지 말자.


나는 그저 감사히 월급을 받으며 위에서 시키는 일이나 열심히 하며 살아야 될 팔자일지도 모른다. 이럴 땐 그나마 나에게 그동안 월급을 준 대표님이 그렇게 고마우실 수가 없다. 대표님과 나를 뽑아준 윗사람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무 가치도 없는 존재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회사에 붙어있어야겠다.


너무 정확히 주제파악을 해버려 의기소침해지기 전에 네이버에서 내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나의 동명이인 중에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아서 가끔씩 그들의 정보를 볼때마다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도 언젠가는 영화사에 시나리오나 아이템을 들이밀었다가 퇴짜는 맞지 않는 출세한 동명이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내 이름 검색을 완료한 후 검색에 재미가 들려서 안부가 궁금했지만 절대로 먼저 전화하지 않는 영화인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동명이인들 정보만 뜨는 걸로 봐선 현재 딱히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영화인은 없었다. 좀 더 자세한 검색을 위해 영화인 데이터베이스 검색을 해보니 그나마 그동안 무슨 영화를 하며 살아왔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별 거 없었다. 그 중에는 내 아이템을 퇴짜놓은 영화인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끼리 백날 니가 잘나가네 내가 잘나가네 눈치 싸움을 벌여도 결국 네이버나 다음같은 넓고 넓은 포탈의 세계에선 아무 것도 아닌 존재일 뿐이다. 그냥 소시민일 뿐이다.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다른 직원들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마찬가지였다. 이 작은 회사 안에서는 니가 높네 내가 낮네 위아래가 있지만 회사 밖으로 나가면 모두가 젊은 영화인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비록 월급이 계속 밀리고는 있지만 그나마 월급을 챙겨준 고마운 대표님의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역시 훌륭하시다. 몇 년 전 사진이지만 훤칠하니 잘 나왔고 인터뷰 기사도 몇 개 있다. 자랑스럽다. 다만 그때 그시절 사진과 지금 대표의 모습은 같은 사람이라는 걸 믿기 힘들 정도로 거리가 있는데 세월 탓일까 영화판 탓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들이밀었다가 퇴짜 맞은 아이템을 다른 회사에 들이밀었다가 퇴짜 맞을 때마다 나중에 꼭 훌륭한 사람이 되서 복수하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한다. 도대체 이 정도면 됐지 뭘 더 바라는 건지.


맏언니는 조만간 우리팀끼리 회식 한번 하자는데 무슨 얘기를 하려고 평소 안하던 회식을 하려는걸까?
무섭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