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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6.03 대화의 소재
  2. 2011.05.17 정치 이야기는 쓰지 마라

정치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고 유익하다. 어지간하면 먼저 꺼내지 않지만 누군가에 대해 더 알고 싶을 땐 먼저 꺼내기도 한다. 더 알고 싶은 누군가와 좀 친해졌다 싶으면 지난번에 누구 뽑았냐거나 이번에 누구 뽑을 거냐 등등의 질문을 농담처럼 직간접적으로 던져보곤 하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면을 발견한 적이 몇 번 있어 언젠가부턴 정치 이야기를 나눠 보기 전엔 누군가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느껴지질 않는다. 물론 굳이 물어볼 필요조차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종교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반면 날씨랑 스포츠 이야기는 절대로 먼저 꺼내는 일이 없고 남이 먼저 시작해도 반응조차 하질 않는 편이다. 아니 못 한다. 날씨는 그렇다 쳐도 스포츠는 정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야구와는 친해지려고 2년에 걸쳐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축구는 2002년에도 시큰둥했으니 앞으로도 시큰둥할 것 같다. 다른 스포츠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고 내가 직접 뛰어보기 전엔 관심이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치 이야기만한 게 없다. 특히 택시에서 유용하다. 조용히 가기 싫을 때 먼저 꺼내면 기사님들이 아주 좋아하신다.

Posted by 애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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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는 재미있다. 그냥 재미있는 정도가 아니라 지나칠 정도로 재미있다. 기존 언론 매체는 물론이고 포털 뉴스만 들어가 봐도 정치, 경제, 사회, 세계 등등의 순으로 언제나 정치 뉴스가 가장 위에 자리 잡고 있다. 트위터나 블로그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치 이야기는 임팩트로 보나 파급력으로 보나 피드백으로 보나 RT수로 보나 덧글 수로 보나 한번 터지기만 하면 그 정도에 있어 여타 이야기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정치적 성향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멤버들로 구성된 술자리 등에서 정치 이야기가 금기시되어 있는 이유도 정치 이야기가 지나치게 재미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 이야기는 섣불리 꺼냈다가는 그 순간부터 다른 화제는 몽땅 버로우 되고 술자리가 파토나는 그 순간까지 오로지 정치 이야기로만 달려야 될 가능성이 크다. 중간에 흐지부지 끝나면 직성이 풀리지 않아 끝을 봐야 하는 것이다. 니 편 내 편 가르기도 쉽다. “넌 좌파니 우파니?” 질문 하나면 충분하다. “그래서 넌 대통령 누구 뽑았는데?”로도 가능하다. 암튼 그 정도로 정치 이야기는 쉽고 재미있고 중독성도 강하고 끝도 없다.

그런데 한국엔 정치 영화가 드물다. 일상 속 정치 이야기의 흥행 성적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된다. 흥행에 성공한 정치 영화는 커녕 정치 영화 자체가 거의 없다. 정치 영화하면 흔히들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를 떠올리는데 그 영화는 지금으로부터 무려 20년 전인 1991년 개봉작이다. 올해 성년의 날의 주인공이 1991년생들이다. 20년 전에 태어난 신생아들이 성년의 날을 맞이하기까지 흥행과 비평의 두 마리 토끼 중 한 마리라도 제대로 잡은 정치 영화가 단 한 편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더 안타까운 건 그 당시 온갖 상이란 상은 다 수상한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가 흥행에는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가 흥행에 성공했다면 한국 정치 영화의 역사는 지금과는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다. 왜 한국에선 이렇다 할 정치 영화가 나오지 않는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최종 보스 즉 나쁜 놈 설정의 어려움 때문인 듯하다. 결국엔 주인공이 나쁜 놈을 때려잡든 나쁜 놈에게 때려 잡히든 해야 되는데 누가 나쁜 놈인지 설정하는 일부터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시대 배경이 현재에 가까울수록 더 더욱 그런 경향이 있다. 90년대 이전이 시대 배경이라면 별 문제없다. 그래서인지 정치적 성향이 강한 영화들 대부분이 90년대 이전을 시대 배경으로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정통 정치 영화는 아니어도 정치적 요소가 강하게 들어간 프로젝트의 기획 과정을 몇 번 구경한 적이 있는데 매번 최종 보스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툭하면 이랬다 저랬다 하더라. 요즘엔 미국, 군산복합체, 그들과 결탁한 부패 정치인, 악덕 재벌 등이 최종 보스의 단골 후보들인데('한반도'이후 친일파는 줄고 있는 추세다) 그들이 진짜로 나쁜 놈인지 여부는 둘째치고 막상 그들을 최종 보스로 설정하고 이야기를 풀다 보면 언제나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분명 더 나쁜 놈들이 있을 것 같다. 언제나 논란의 여지가 생긴다. 그렇다고 이 놈 저 놈 그 놈 모두 다 나쁜 놈이라고 할 수도 없고 1시간 반짜리 영화에서 이 놈이 왜 나쁜 놈인지를 구구절절이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구구절절이 설명할 수도 있지만 그러다 보면 영화가 더 이상 영화가 아니게 되어버리거나 대중 영화치곤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져버리는 경향이 생긴다. 몇 안 되는 ‘쓰는 이’들조차 최종 보스에 흔쾌히 납득을 못 하는데 수십 수백만이 넘는 ‘보는 이’들을 어떻게 납득시키겠는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분노하라’에 나온 것처럼 이 세상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 이야기는 잘 쓰기도 어렵고 잘 써도 어렵다. 때론 쉽고 어렵고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반드시 써야 되는 이유가 없다면 정치 이야기는 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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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