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대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했다고 해서 봤다. 관객수 15678만 명에 수입은 8200억 원이라고 한다. 한국에선 천만 명만 넘어도 난리가 나는데 15천만 명이라니 스케일이 다르다. 줄거리랑 예고편만 봐선 하나도 보고 싶지 않았지만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얼마 전까지 중국 역대 흥행 순위 1위였던 미인어를 제치고 1등을 차지했는지도 궁금했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아프리카에서 일하던 전직 특수부대 출신 민간인이 테러집단으로부터 인질들을 탈출시키는 이야기다. ‘미인어는 중국영화라기보다는 홍콩 영화인 주성치의 작품이어서 당연히 훌륭할 줄 알았지만 전랑2’는 여러모로 의외였다.

 

중국 영화라고 우습게 봤는데 만듦새가 허술하지 않아서 놀랐다. 영화적 완성도만 놓고 보면 웰메이드 미국 B급 액션영화 느낌이었다. 더 놀라웠던 건 각본의 완성도도 나무랄 데 없었다는 것이다. 애국영화라는 본질에 충실했고 영화적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디테일에서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관람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다. 주인공도 호감이 갔다. 잔악무도한 테러집단의 위협 앞에서 중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목숨도 구하려고 죽을 고생을 한다. 올드하고 유치했지만 애국심과 인도주의로 똘똘 뭉쳐 있는 주인공의 활약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국뽕이 차올랐다. 물론 그러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휘날릴 때마다 확 깨긴 했지만 중국인 주인공뿐만 아니라 중국 해군과 대사관 등등도 워낙에 멋있게 그려놔서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야 말았다. 막연히 중국이라면 우리를 지켜줄 거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런데 영화는 그럭저럭 봐 줄만 했지만 이런 식의 애국심으로 충만한 영화가 역대 흥행 순위 1위라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잠깐 여행은 몰라도 살고 싶은 나라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15천만 명 넘는 중국인이 이런 영화에 열광하는 광경을 상상하니 숨이 막힐 것 같다. 영화에선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주인공의 입으로 미국보다 중국이 우월다고 열변을 토하는데 뭐 영화니까 대충 그러려니 하고 넘겼지만 실제로 중국 사람이 내 앞에 와서 그런 주장을 하면서 중국이랑 미국 둘 중 어느 편에 붙겠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미국이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영화 매출 순위를 보면 미국의 역대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한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 그 밑으로는 스타워즈’, ‘사운드 오브 뮤직’, ‘ET’, ‘타이타닉’, ‘십계’, ‘죠스’, ‘닥터 지바고’, ‘엑소시스트’, ‘백설공주’, ‘벤허’, ‘아바타’, ‘쥐라기 공원등등이다. 대단하다. 역시 미국이다. 선진국답게 흥행 순위 리스트도 걸작들로 가득 차 있다. 제목만 봐도 안심이 되고 마음이 훈훈해진다. 이런 영화에 열광하는 관객들이라면 얼마든지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전랑2’는 갖다 댈 게 아니다. 애초에 비교조차 불가능이다. 연애 상대를 고른다고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전랑2’ 두 번 보러 가자고 조르는 사람보다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두 번 보자고 조르는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문득 그렇다면 우리나라 역대 흥행 순위 1위는 뭐였더라? 괴물이었나? 궁금해서 검색을 해 보니 명랑이다. 그 다음은 국제시장이네? ‘신과 함께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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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애드맨



한국영화가 요 몇 년간 급격히 나빠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중국영화보다는 최소 15년은 앞서 있는 듯하다. 중국영화는 CG가 대부분인 판타지나 사극은 그럭저럭 볼 만 하지만 현대물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참 뒤쳐져 있다. 영화를 구성요소별로 각각 따로 떼어놓고 보면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모아놓고 보면 어딘지 모르게 허접하고 엉성하며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하다. 물론 월드 클래스급 감독들의 작품은 예외다. 암튼 이건 딱히 연출이나 제작의 문제 같지는 않고 굳이 추측하자면 축적의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인 듯하다. 아마 한국영화도 현대 배경의 액션이나 스릴러는 몰라도 미래 배경의 SF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참 뒤쳐져 있을 것이다. 이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역전은 제작비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작비가 충분했어도 결과물은 지금과 별 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모로 돈 내고 보기 아까운 습작 수준의 작품이었다.

 

그럴 듯 해 보이는 장소에 가서 카메라 세워놓고 배우들을 찍어 내기만 한다고 영화가 되는 게 아니다. 이정재는 어떻게 찍어도 영화 룩이 나오는 탑 클라스 배우인데 이렇게 허접하게 나올 수도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이정재 주연의 제작비 1억 미만의 대충 성의 없이 만든 19IPTV영화가 있다면 아마 이런 느낌일 것이다. 한국영화였으면 절대로 한 화면에 잡히지 않았을 클라스의 배우들과 심지어는 투 샷으로도 나오는 걸 보고 있노라니 영화의 내용이 전달되는 게 아니라 이정재는 과연 어떤 기분으로 저 씬을 연기했을지,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등등이 궁금해졌다. 악당이 시종일관 가면을 쓰고 나오는 것도 에러였다. 가면의 출연 분량이 지나치게 많았다. 설상가상 한국어, 중국어, 영어 대사가 번갈아 나오느라 몰입이 쉽지 않았다. 이정재가 한국어로 대사를 할 때와 중국어로 대사를 할 때의 목소리가 다른 것도 치명적이었다.

 

이정재가 정말 고생이 많았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