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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06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서운함 (1)

갑자기 짜장면이 먹고 싶어져서 대로변 뒷골목에 위치한 중국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비는 골목 한 가운데에서 늘씬한 아가씨 한 명이 커다랗고 알록달록한 비닐 쇼핑백을 한 쪽 어깨에 매고 분주히 뛰어다니며 골목을 지나가는 아저씨들에게 알사탕 +라이터 + 업소 명함을 나눠주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이었지만 아저씨들이 워낙 많이 지나다녀서인지 그녀는 무척이나 바빠보였다.

그녀 앞을 지나치는 아저씨들 거의 대부분이 알사탕 +라이타 + 업소 명함을 받아가고 있었고 이윽고 내 차례가 왔다. 알사탕 + 라이타 + 업소 명함을 받고 싶어서 일부러 그녀 앞으로 간 게 아니라 내가 원래 가려던 중국집으로 가려면 그녀 앞을 지나가야 했기 때문에 그녀 앞으로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녀는 내 앞에서 걸어가던 아저씨에게만 알사탕 + 라이타 + 업소 명함을 주고 바로 뒤에서 걸어오던 나에게는 알사탕 + 라이타 + 업소 명함을 안 주는 것이었다. 순간 아니 왜 남들 다 주는 거 나만 안 주는 걸까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앞에서 걸어가던 아저씨의 등 뒤에 너무 바짝 붙어서 걸어갔기 때문에 못 받은 것이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중국집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내 앞에서 걸어가던 아저씨에게 알사탕 + 라이타 + 업소 명함을 건네 준 후 다시 쇼핑백에서 알사탕 + 라이타 + 업소 명함을 꺼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내가 앞에서 걸어가던 아저씨의 등 뒤에 너무 바짝 붙은 채로 걸어갔기 때문에 그녀가 미처 알사탕 +라이타 + 업소 명함을 꺼내기도 전에 지나쳐 버린 것이다 라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짜장면을 먹고 중국집에서 나오는데 그녀는 아직도 좁은 골목길을 분주히 뛰어다니며 아저씨들에게 알사탕 + 라이타 + 업소 명함을 나눠주고 있었다. 집에 가려면 그녀 앞을 지나가야 된다고 생각하니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지나서인지 골목길엔 아까보단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만약 이번에도 알사탕 + 라이타 + 업소 명함을 못 받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내가 특별히 알사탕을 좋아한다거나 공짜 라이타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 다 받는데 나만 못 받으면 기분이 좀 이상해질 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녀를 피해 먼 길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마침 아까만 해도 분주하던 골목길엔 거짓말처럼 그녀와 나 두 사람 뿐이었다. 혹시라도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간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기라도 할까봐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그녀의 앞으로 성큼 성큼 걸어갔고... 그렇게 아무 일 없이 그녀 앞을 지나쳐 걸어갔다. 이번에도 그녀는 나에게 알사탕 + 라이타 + 업소 명함을 주지 않은 것이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주고 싶었는데 못 준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뻔히 내가 그녀 앞을 지나가는 걸 보고 있었으면서 일부러 안 준 것이었다. 충격이었다. 그렇게 충격을 받은 채로 한참을 걸어가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그녀는 내 뒤에서 멀찌감치 따라오던 아저씨에게는 알사탕 +라이타 + 업소 명함을 건네주고 있었다. 나는 왜 남들 다 받는 알사탕 +라이타 + 업소 명함을 못 받은 걸까? 혹시 내가 빈티라도 나는 걸까? 찌질해보이나?


서운했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