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느와르'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1.01 카페 느와르 어떻게 볼 것인가?
  2. 2010.12.01 카페 느와르 걱정된다


영화 시작 전에 몇몇 해외영화제에 초청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자막이 줄줄이 이어지는 순간 이게 뭔가 했다. 별 걸 다 자랑한다 싶었다. 그래도 정성일 선생님의 영화니까 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자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요즘 세상에 그게 뭐 대단한 자랑꺼리가 되는 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이걸 자랑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해외영화제 초청사실을 미리 알고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는 모르겠다만 그래도 정성일 선생님의 영화니까 못 본 걸로 치기로 했다.

그러나 오프닝에 여배우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햄버거 하나를 다 먹을 때부턴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콜라 한 모금 안 마시고 햄버거 하나를 다 먹는 연기(?)를 하느라 목이 메었을 여배우에 대한 영화외적인 연민 때문만은 아니다. 이건 마치 영화과 신입생이 영화제작실습 시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를 만들고는 난 이런 것도 할 줄 안다고 으시대는 느낌이랄까? 여기까진 그래도 정성일 선생님의 영화니까 뭔가 다르려니 기대가 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의심은 계속해서 커져만 갔다. <괴물>이나 <올드보이> 등의 한국 영화 관련 유머가 하나도 웃기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역 배우의 탈의 장면이나 간간히 나오는 욕이 거슬렸기 때문만도 아니다. 그러나 마침내 정유미의 독백과 댄스 장면을 보고 나선 정성일 선생님의 영화라는 이유로 기대를 했던 내가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성일 선생님은 애초에 관객과의 게임에 응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영화를 잘 만들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이다. (내가 지금 잘 만든 영화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기분은 아니다ㅋ;) 본인이 오래 전부터 언급했던 영화를 사랑하는 3단계 중 마지막 단계에 오르기 위해 영화는 만들어야겠는데 못 만들었다고 욕은 먹기 싫다보니 궁여지책 끝에 이런 식의 영화를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워낙에 유명한 평론가 출신이어서 그런지 평가 자체를 거부해버렸거나 적어도 다른 영화를 평가하는데 사용되는 잣대가 자신의 영화에 들이밀어지는 상황은 원치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어떻게 봤는지 보다는 어떻게 볼 것인지가 중요해지는데 내 생각엔 연예인이 자기 이름 걸고 쓴 이벤트성 책 보듯 ‘애정을 듬뿍 담아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정성일의 <카페 느와르>가 아니라 <정성일의 카페 느와르>로 보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보니 영화가 좀 다르게 보였다. 정성일 선생님과의 지난 십수년 우정을 생각하니 마음이 활짝 열리더라. '경배'까진 아니지만 세상엔 이런 영화도 한 두 편 쯤은 있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배우들이 하나같이 매력적인 점도 인상깊었다. 아 맞다. 정유미! 예전부터 정유미에 대한 호감은 있었지만 그냥 예쁘장한 여배우에 대한 호감 이상은 아니었는데 이 영화에서의 정유미는 진정 사랑스러웠다. 영화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이 없었다면 15분 독백이나 뜬금없는 댄스를 단 한 점 의심의 눈빛 없이 연기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정유미 팬하기로 했다. 정성일 선생님은 앞으로 정유미에게 정말 잘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련포스팅
카페 느와르 걱정된다 

p.s.

Posted by 애드맨

개봉일

2010.12.30.


메인카피

사랑을 잃은 자들의 밤


줄거리

지독하게 슬픈 사랑에 중독된 영수(신하균)와 그가 죽도록 사랑하는 여인 미연(문정희), 그를 죽도록 사랑하는 또 다른 미연(김혜나) 그리고 영수가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다시 만나게 되는 선화(정유미)와 은하(요조), 다섯 사람의 깊은 슬픔과 사랑을 다룬 영화.


기대

정성일의 데뷔작을 기다려온 영화인들의 수


우려

반은 흑백이고 분위기는 정적이고 러닝타임은 198분이고..


흥행예상

기대 < 우려


아마 영화 좀 보는 사람들 중에 정성일과 관련된 추억 한 두 개쯤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영화학과 입시 면접 때 정성일 선생님의 말씀을 내 생각인 척하고 떠들었던 적이 있고 (그 학교는 불합격했다.) 정성일 선생님이 언급했던 영화들을 아주 어렵게 구해 본 후 잔뜩 실망했던 적이 많고 정성일 선생님을 먼 발치에서 직접 목격하고 감동한 적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런 나에게 <카페 느와르>는 그 추억의 연장선이자 일종의 기념비 같은 영화가 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예고편을 보니 걱정이 앞선다. 보통 예고편은 그 영화에서 가장 돈이 될 만한 장면을 뽑아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일단 반은 흑백이고 정적이고 러닝타임이 198분이라면 애초에 흥행에는 별 뜻이 없었던 거다. 게다가 왠지 정성일 선생님 아니 감독님이라면 자기 영화에 관객이 너무 많이 드는 걸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때 정성일이 만든 영화를 혹평하기 위해 정성일 데뷔작 제작비 모금 위원회가 생기려다 말았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정성일의 영화를 기다려온 영화인들이 많긴 하지만 그 사람들이 다 영화를 보러 온 다 해도 그 수는 한 영화를 흥행 시키기엔 많이 부족할 것이다. 암튼 나는 12월 30일에 극장으로 갈 것이다. 부디 경배할 만한 대상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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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