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어지간한 영화 팟캐스트들은 다 들어보고 있는데 그 중 유일하게 10회 이상 들은 팟캐스트가 바로 이 ‘톡톡 영화만담’이다. 현재 11회까지 업데이트 된 상태다. 1990년대 중후반의 ‘씨네21’, 2000년대 초중반의 ‘필름2.0’, 신정환이 활약하던 리즈 시절의 ‘라디오 스타’ 그리고 ‘출발! 비디오 여행’의 분위기가 묘하게 섞여 있다. 개봉작 소개, 영화제 안내, 신작 영화 리뷰, 업계 비하인드 스토리, 배우와 감독의 가벼운 뒷담화, 영화인 전화 인터뷰 등등 업계 전반에 걸친 이슈들을 파헤치고 만들어가는 방송인데 멤버들이 현재 영화업계 종사자들이어서인지 다루는 소재들이 시의적절하고 다들 20년 지기 친구 사이라 케미도 훌륭하고 입담마저 좋아 하나도 지루하지 않게 잘 듣고 있다. 동네 뒷산 오르며 듣기에도 딱이다.


사실 처음에 1회 듣고는 계속하면 뭔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10회 넘기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아까도 말했지만 팟캐스트 멤버들이 현재 업계 종사자들이라 바쁘기도 하거니와 민감한(?) 부분들이 많을 테니 알아서 이거 빼고 저거 빼며 자체 검열을 하다 보면 재미가 없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인들이 먼저 지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방송을 듣다 보면 조금 더 파고 들어가 줬으면 할 때가 있는데 매번 은근슬쩍 넘어가버리곤 한다. 듣는 입장에선 조금 아쉽긴 하지만 선을 잘 지키는 것 같다. 그 이상의 정보는 업계 종사자가 아니거나 특별히 이쪽 업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겐 들으나 마나 한 소리기 때문이다. 영화계 전반을 다루는 가운데 유일하게 커버되지 않는 부분이 19금 IPTV영화 쪽이다. 3회에서 ‘애마부인’을 언급하며 잠깐 다루긴 했지만 팟캐스트 멤버 중에 그 쪽 업계인은 없다보니 얄팍하기도 했거니와 19금 소재의 특성상 엉클조의 말마따나 방송 전체가 빨려 들어가(?)버리는 수가 있으므로 앞으로도 다루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보통 전문 방송인이거나 개그맨이 진행하는 팟캐스트가 아니면 십중팔구 툭툭 끊기거나 루즈해지기 마련이고 ‘톡톡 영화만담’도 멤버들이 방송인이나 개그맨이 아니다보니 초반엔 살짝 중언부언 루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능수능란해지더니 이제는 그런 감은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내용이면 내용, 구성이면 구성 어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 전문 방송인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같다. 다들 목소리가 크고 발음이 분명해 알아듣기 쉬운 것도 큰 장점이다. 부디 롱런하면 좋겠다.


톡톡 영화만담 방송듣기

11회 2부 좀비재난영화 부산행 & 본격 개막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Posted by 애드맨

한참 듣고 있을 땐 몰랐는데 막상 안 듣자니 묘하게 그리운 맛이 있었다. 가을이라 외로움을 타나?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그리웠나? 보통 자기 전에 잠깐씩 듣곤 했는데 안 듣고 자려니 잠이 오질 않았다. 그래서 몇 편 더 들어보기로 했다. 이번엔 굳이 영화 관련 팟캐스트만 고집하진 않았다. 어차피 영화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딱히 전문적이거나 흥미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운영하는 팟캐스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툭하면 튀어나오는 가벼운 욕설과 음담패설을 또 듣기는 싫었다. 그래서 여자들이 운영하는 팟캐스트를 몇 편 들어봤는데 남자들 특유의 가벼운 욕설과 음담패설은 없었지만 역시나 계속 듣고 있긴 힘들었다. 남자 이야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젊은 여자 둘 이상이 모여 마이크를 잡으면 무조건 남자 이야기가 나왔다. 일반인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의 특성 상 신변잡기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게 전부 남자 이야기였다.

내 남자 이야기, 친구의 남자 이야기, 친구의 친구의 남자 이야기, 친구가 아는 아무개의 남자 이야기, 친구가 들었다는 남자 이야기, 얼마 전에 헤어진 남자 이야기,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 이야기 등등. 기승전남. 다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머뭇거리기도 하고 중간 중간 정적이 흐르기도 했지만 남자 이야기만 나오면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후끈 달아오르며 봇물이 터지는 느낌이랄까? 물론 남자들도 여자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하하호호 즐겁게 깔깔대고는 있지만 그 어떤 주제를 이야기할 때보다 진지하고 치열하고 분석적이며 장황했다. 도대체 왜 이럴까 궁금해서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았다. 내가 젊은 여자인데 지금 하는 일은 마음에 들지 않고 이렇다 할 돈이나 빽은 없고 딱히 예쁘지도 않고 믿는 구석도 없지만 남들보다 낫거나 최소한 남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고 싶다면?

.. 내가 생각해도 한국에서 그렇게 살려면 모든 조건이 중타 이상 치는 괜찮은 남자와의 결혼 말고는 답이 없을 것 같다. 워낙에 취업이 어렵고 불경기고 자본소득이 근로소득을.. 문제는 그런 남자가 극히 드물거나 있더라도 만나기가 힘들고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결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건 내 생각이 아니고 팟캐스트에서 들은 얘기다. 정말 힘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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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련 팟캐스트들을 몇 편 들어보고..

Posted by 애드맨

얼마 전 진중권의 문화다방 정성일 편을 듣고 영화 관련 팟캐스트의 세계에 눈을 떠 다른 영화 관련 팟캐스트들도 몇 편 들어봤는데 진중권의 문화다방 정성일 편을 기대하고 다른 영화 관련 팟캐스트들을 들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몇 편만 듣고 말았다
.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일반인과 정성일 선생님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다른 영화 관련 팟캐스트들을 듣는 내내 얼마나 정성일 선생님이 그리웠는지 모른다. 이 광활한 팟캐스트의 세계 어딘가에는 제2의 정성일이 홀로 외로이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팟캐스트 탐색을 멈추고 싶지 않았지만 워낙에 날것 그대로의 팟캐스트들이 많아 하루에 한 두 에피소드 이상 들어주기가 힘들었다.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뭔가를 하는 게 즐거워 보이긴 했다만 툭하면 아저씨 특유의 음담패설과 욕설이 들려와 거부감이 들었고 이야기가 어쩌다 한 번 삼천포로 빠지는 건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러닝타임의 반 이상이 삼천포인 팟캐스트들이 많아 몰입이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영화 이야기 부분이 딱히 흥미롭거나 인상적인 것도 아니었다. 현재 활동 중인 영화 평론가와 영화 담당 기자의 수에 비해 고품격 영화 관련 팟캐스트가 드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아마도 글을 잘 쓰는 것과 말을 잘 하는 건 전혀 다른 재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 같다. 특히나 방송은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영화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개그맨이나 아이돌이 운영하는 영화 관련 팟캐스트가 영화 평론가나 기자가 운영하는 팟캐스트보다 인기는 더 높을 지도 모르겠다. 정성일 선생님의 팟캐스트를 듣고 싶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