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니 청승이니 뭐니 해도 조금 지루한 거 빼곤 다 좋았다. 여배우들이 노래 부르는 장면이 특히 좋았다. 미술, 의상, 분장 등등도 훌륭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분야에선 경성 영화들 중 거의 탑클라스가 아닌가 싶다. 제작비 100억 정도를 써야 이 정도 퀄리티가 나온다는 사실은 잘 알겠는데 관객이 너무 안 들었다. 지금 확인해보니 최종 관객 수가 50만 쯤이다. 개인적으로는 노래 부르는 장면이 많아서 횡재한 기분이었는데 차라리 음악 영화로 홍보하는 게 나을 수도 있었겠다. 포스터랑 예고편만 보고는 기생 둘이서 남자 하나 두고 싸우는 아침 드라마스러운 이야기인줄 알고 극장에서 볼 생각을 전혀 하지 못 했다. 경성을 배경으로 한 음악 영화고 호사스러운 볼거리가 이렇게나 많은 줄 알았으면 극장에서 보고 싶었을 수도 있었겠다. 암튼 다 좋았는데 막판에 한효주의 노인 분장에서 확 깼다. 거의 ‘사도’의 문근영 급 ‘깸’이었다. 분장이 할머니 같지 않은 건 물론이고 한효주의 연기도 할머니 같지 않았다. 할머니 분장을 했어도 예쁘게 보이고 싶은 간절한 마음과 지금 이 장면부터는 한효주를 할머니로 봐 달라는 제작진의 의도만 전달됐다. 한효주가 그 나이에 다른 사람으로 행세하려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 억지로 이해하려면 하겠지만 전혀 와 닿지 않았다. 유연석이 한효주를 버리고 천우희에게 가 버릴 때도 좀 이상했다. 천우희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한효주와 아무런 문제없이 잘 사귀고 있던 젊고 건강한 남자가 단지 천우희의 노래에 반해 한효주를 버리고 천우희에게 가더니 온갖 고난과 역경을 무릅쓰고 그 사랑을 지키려한다는 건 선뜻 이해되지가 않았다. 사랑에 무슨 이유가 있겠냐만 이 부분은 설명이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 마지막으로 한효주의 창법이 대중가요에 맞지 않는다는 설정도 좀 억지스러웠다. 한효주의 노래도 듣기가 좋았고 딱히 천우희의 창법이 대중가요에 더 맞는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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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라서 봤다. 영화를 보기 전에 네티즌 리뷰를 먼저 읽어봤는데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치고는 평점이 너무 흉흉해서 의외였다. 이누도 잇신이 영화를 못 찍는 감독이 아니다. 못 찍는 감독이 아닌 정도가 아니다. ‘메종 드 히미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등등 장르와 예산을 가리지 않고 뭘 해도 기본 이상은 하는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티켓 파워가 있는 몇 안 되는 믿고 보는 스타 감독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캐스팅도 화려하다. 아라시 멤버 한 명이랑 한효주도 나온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까 왜 이렇게 평점이 흉흉한지 알 것 같았다. 일본 특유의 오글거림이 유독 심한데다 이야기는 뻔하고 진부하고 촌스럽고 유치함 그 자체다. 애니메이션은 애들 장난만도 못했다. 일루미네이션인지 뭔지 하는 행사의 홍보 영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남주도 말도 안 되게 찌질하다. 남주 대사의 반 이상이(체감 분량) ‘미안합니다’고 온갖 사람들한테 굽신굽신 사과만 하다 끝난다. 한효주도 이상하게 나왔다. 매력적이지가 않았다. 하긴 이런 시나리오로 제대로 된 연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좋았다. 막 불평하며 봤는데 막상 끝날 땐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크리스마스 직후라서 그랬나보다. 그냥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에이쿠라 나나도 예뻤다. 처음엔 이케와키 치즈루인줄 알았다. 둘이 신기할 정도로 닮았다.


p.s. 에이쿠라 나나 vs. 이케와키 치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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