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한국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 특히나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 굉장히 한국영화스러웠다. 주연급 여배우가 두 명 나오는데 한 명은 도쿄의 가부키쵸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다가 남자 손님들의 무리한 요구에 의해 몸과 마음이 망가진 후 고향으로 돌아가고 다른 한 명은 오키나와에 사는 순진무구한 소녀인데 술에 취한 미군들에 의해 강간을 당한 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고통을 삭이며 살아간다. 이야기의 흐름상 둘 다 굳이 그런 일을 겪게 만들지 않았어도 됐을 것 같은데 어쩐지 자기가 좋아하는 한국영화에서 흔히들 그러니까 따라한 느낌이었다. 츠마부키 사토시의 게이 정사 씬도 마찬가지다. 여배우들의 그것에 비해 필요 이상으로 길고 적나라했는데 이것도 어쩐지 한국영화처럼 쎄고 자극적인 걸 보여주기 위해 무리수를 둔 느낌이었다. 이야기도 어정쩡했다. 오프닝부터 폼을 엄청 잡길래 어마어마한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해프닝으로 끝나 버린다. 적어도 범인으로 의심받는 세 남자 사이에 뭔가 연결 고리 같은 거라도 있는 줄 알았다. 막판에 밝혀지는 것들이 다 별 게 아니라서 허무할 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배우들이 총출동해서 기대가 컸는데 넘 실망스러웠다. 히로세 스즈와 미야자키 아오이의 한 서린 오열 연기도 보고 있기가 민망했다. 전도연이나 문소리의 그것에 비하면 애들 장난 같았기 때문이다. 일본영화는 분노 쪽은 잘 못하는 것 같다. 힐링 영화나 청춘 영화에 비하면 많이 어설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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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보고는 엔드크레딧이 다 올라가기도 전에 ‘앤잇굿 선정 2016년 외국영화 베스트’에 선정해버렸다. 몇 안 되는 세계적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아무도 모른다’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감동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작품이라면 당연히 베스트려니 했다. 그러나 이번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솔직히 좀 지루했다. 다 큰 여자 셋과 사춘기 소녀 한 명이 모여 사는데 시종일관 히스테리 없이 화기애애 훈훈하기만 해서 말도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들 착하기만 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주는 마음만 있어서 종종 오글거리기까지 했다. 너무 달아서 한 입 이상은 먹기 힘든 일본 과자 같았다. 기리노 나쓰오와 미나토 가나에가 그리웠다. 그래도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건 일본의 탑클래스 미녀 여배우들 덕분이었다. 평소 아야세 하루카와 나가사와 마사미 팬이었는데 카호와 히로세 스즈도 훌륭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고 생각해보니 앤잇굿 외국영화 베스트에 선정할 정도의 작품은 아닌 것 같아서 선정을 취소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오랜 팬이어서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졸작을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차라리 이복 여동생이 아니라 피가 섞이지 않은 사춘기 남동생과 같이 사는 로맨틱 하렘물로 만들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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