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라이터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9.05.18 김호연 작가의 '파우스터'를 읽고..
  2. 2017.05.09 김호연의 '고스트라이터즈'를 읽고..

 

영화가 이렇게 어렵다. 내가 김호연 작가의 데뷔작인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은 게 2013년이고 다 읽자마자 무릎을 탁 치며 바로 이게 오리지널 시나리오 작가들의 미래고 이 작품은 내년 가을쯤에 극장에 걸리겠다고 예언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이후 각각 2년 터울로 출간된 ‘연적’과 ‘고스트 라이터즈’도 마찬가지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작품답게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펴 봐도 그림이 그려지고 스토리도 뚜렷해 각색 작업도 수월해 보이는데 여전히 소식이 없다. 특히나 ‘연적’은 남자 투 탑 저예산 로드무비로 딱이어서 어쩌면 ‘망원동 브라더스’보다 더 빨리 극장에 걸리겠구나 생각했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뭐가 더 빠를 지 섣불리 예단 할 수 없을 듯하다.

 

비록 내가 쓴 건 아니고 소설의 최종 목표가 영화화도 아니지만(그래도 되면 좋으니까!) 이래도 영화화가 안 되면 어쩌라는 건가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에 또 2년이 흘렀고 어김없이 신작이 출간됐다. ‘파우스터’라는 제목부터 뭔가 범상치 않았다. 분량도 묵직하다. 읽어보니 예상대로였다. 강약중간약이 아니라 강강강강! 영화로 안 만들고는 못 배기게 만들어주겠다는 기백이 차고 넘쳤고 지금까지 출간된 4권의 작품 중에선 최고로 공을 들인 티가 역력했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쓴 구석이 없고 톤 앤 매너가 묵직하고 스케일도 글로벌해 주류 상업영화 트렌드에도 어울렸다. 말 그대로 야심작이자 이걸로 승부를 보겠다는 출사표 같았다.

 

개인적으론 ‘망원동 브라더스’의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언제까지고 방망이를 짧게 잡고 적시타만 노리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것 같진 않고 저예산보다는 차라리 블록버스터 대작이 영화화가 수월하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파우스터’가 가장 빨리 극장에 걸릴 수도 있겠다. 그래. 영화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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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브라더스를 읽고..

 

Posted by 애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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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문단 아이돌론을 감명 깊게 읽고 문득 요즘 한국 소설은 어떤지 궁금해져서 새로 나온 소설 뭐 있나 찾아보다 김호연 작가의 신작이 벌써 나왔길래 어떻게 이렇게 빨리 쓸 수 있는 지 신기해서 읽어 보았다. 김호연 작가의 데뷔작 망원동 브라더스의 출간일이 2013, ‘연적2015, ‘고스트라이터즈2017년이니 집필 속도가 거의 더글라스 케네디급이다. 조금만 더 분발하면 역전할 수 있겠다. 사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한국 중장년층의 독서 속도보다 빠르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아마도 작가가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어서 그런 것 같은데 실제로 책도 마치 극장에서 영화 한 편 보듯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잔치국수 먹듯 후르륵 뚝딱 읽힌다. 이번 작품도 다 읽는데 대충 두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데뷔작 망원동 브라더스의 주인공은 만화가, ‘연적은 시나리오 작가여서 한국에서 마이너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알 수 있어 좋았는데 고스트라이터즈의 주인공은 소설가여서 거기에 더해 한국 문단에 대해 갖고 있던 궁금증도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이번엔 문학상이라고 다 같은 문학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듣보잡 문학상까지 다 똑같은 게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극중에 세종 문학상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문학상조차 메이저가 아니라고 안 쳐주는 줄은 몰랐다. 설상가상 일명 문단의 카르텔에 간택 받지 못한다면 정통 신춘문예 등단 작가조차 원고 청탁이 없고 단행본 계약도 뭣 같이 해주는 등 신춘 고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안 쳐주는 문학상 출신주인공은 신춘 고아인 선배의 소개로 어느 웹소설 작가의 대필 작가 즉 고스트라이터가 된 건데 덕분에 웹소설 시장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이 소설만 봐선 정통 한국 문단보다 웹소설 시장이 훨씬 건전하고 바람직해 보였다. 카르텔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조회 수만 높으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타인의 운명을 설계하는 당신은 내가 쓴 대로 살게 된다는 판타지적 설정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스포주의) 주인공의 동료 고스트라이터이자 마이너 작가 성미은이 고군분투 끝에 웹소설 한 편 잘 써서 대박이 난 후 그간 자신을 함부로 대했던 이들을 무시하고 자신을 존중해 주는 사람들과만 축배를 나누는 부분은 정말 통쾌하고 감동적이었다. 힘들고 어렵던 시절에 함께 연대하던 작가와 굳이 연락을 주고받진 않았지만 멋 훗날 작품으로 소통하며 서로를 응원한다는 엔딩도 멋있었다. 알고 보니 무시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각 장의 본문이 시작되기 전에 쓰여 있는 글쓰기 관련 멘트들이 정말 주옥같은데 이대로만 쓰면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중에선 10장의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글을 쓴다가 가장 느낌 있다. 이 소설 자체도 그런 면이 있지만 작가 지망생들에겐 최고의 힐링 멘트 같다. 그런데 너무 조금씩 쓰는 건 문제가 있다. 작년 초쯤 저 멘트를 읽고 자극받아서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너무 조금씩 써서인지 도무지 진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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