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감독님으로 모실 뻔한 감독이 얼마 전부터 부업으로 영화 말고 다른 일을 시작했다며 와서 좀 도와줘야겠다고 했다.


순간 번번히 투자가 무산되는 바람에 그냥 놀면 뭐 하냐며 투자가 될 때까지 온갖 잡일과 뒤치다꺼리 그리고 심부름으로 탕진했던 그 때 그 시절이 생각났다. 보수는 당연히 없었고 점심은 내 돈 내고 사 먹거나 굶어야 되고 그저 왔다 갔다 교통비 정도만 지급받았지만 그래도 조만간 영화 일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이제와서 생각하면 바보도 그런 바보가 없지만 다시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또 다시 영화일을 하기 위해 온갖 잡일과 뒤치다꺼리 그리고 심부름을 선택할 것 같다.


나는 망해가는 영화사에서의 일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곤란하다고 했다. 한 때 감독님으로 모실 뻔한 감독은 요즘 영화계 사정 뻔히 다 아는데 일은 무슨 일이냐며 그냥 곱게 와서 자기 일을 도와달라고 했다. 옛날 같았으면 한 때 감독님으로 모실 뻔한 감독이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까지 냈겠지만 이제는 나도 예전의 내가 아니다. 그래도 한 때 감독님으로 모실 뻔한 감독은 내가 자기 말을 잘 들으면 입봉 시켜줄 수도 있다고 말씀해주셨던 분이고 오랜 시간 작품을 준비하며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기 때문에 잠깐 가서 도와줄 수도 있었지만 끝끝내 요즘 망해가는 영화사에서의 일이 바쁘다며 거절했다. 한 때 감독님으로 모실 뻔한 감독은 내가 자기 제안을 거절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는 듯 당황스러워 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그럼 알았다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솔직히 망해가는 영화사에서의 일은 전혀 안 바쁘고 한 때 감독님으로 모실 뻔한 감독의 일을 도와주나 망해가는 영화사에서 하는 일 없이 버티나 돈을 못 버는 건 똑같다. 그러나 누구나 한번쯤은 속을 수 있지만 똑같은 사람에게 두 번 속으면 바보라는 말이 생각났기 때문에 차마 한 때 감독님으로 모실 뻔한 감독의 일을 도와주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한 때 감독님으로 모실 뻔한 감독이 속이려고 해서 속인 건 아니겠지만 조만간 투자가 될 것 같으니 먼저 와서 일 좀 하고 있어야겠다는 멘트에 한 두 번 속은 것도 아니고 투자를 기다리는 동안 그냥 놀면 심심하니까 자기가 하는 다른 일을 좀 도와달라길래 도와준 적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제와서 또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한 때 감독님으로 모실 뻔한 감독의 부업을 도와주러 냉큼 달려나가고 싶은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내가 끝끝내 거절하자 한 때 감독님으로 모실 뻔한 감독이 좀 삐진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그 때 그 작품이 결국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무사히 크랭크인되서 흥행에도 성공하고 한 때 감독님으로 모실 뻔한 감독 덕분에 나도 입봉에 성공했다면 우리의 관계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까?


Posted by 애드맨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은 것도 서러운데 이젠 대학생 아니라고 시사회 응모도 못한다. 서글프다 ㅜㅜ

흥행예상
님은 먼 곳에 걱정된다 20080514 by 애드맨

Posted by 애드맨


제품명
악마의 유혹 프렌치 카페 카페오레

기대
맛있다

우려
레쓰비

매출예상
잘 팔린다 > 안 팔린다



요즘엔 새로 개봉하는 한국영화가 너무 없어서 기대할 것도 우려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앤잇굿 블로그 주제를 먹고 마시는 걸로 바꿔볼까 했는데 좀 이상하네요.

다시 한국영화가 일 년에 백편씩 개봉하는 시절이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