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에는 두 가지 종류의 로맨틱 코미디가 있다. 남자 주인공이 부자인 로맨틱 코미디와 남자 주인공이 부자가 아닌 로맨틱 코미디. 둘 다 쓰지 마라.

일단 남자 주인공이 부자인 로맨틱 코미디는 TV 드라마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뻥 안 치고 한국 드라마의 거의 전부가 남자 주인공이 부자인 로맨틱 코미디다. 남자 주인공이 부자인 로맨틱 코미디라면 TV에서도 1년 365일 무료로 볼 수 있는데 굳이 극장에서까지 유료로 볼 이유가 없고 드라마 쪽에는 A급 로맨틱 코미디 작가들이 즐비하므로 더 잘 쓰기도 어렵다. 잘 써도 소용없다. 실제로 로맨틱 코미디의 거장 김은숙 작가가 쓴 남자 주인공이 부자인 로맨틱 코미디도 흥행은 안 됐다. 게다가 남자 주인공이 부자인 로맨틱 코미디는 말이 되기도 어렵다. 돈 많고 집안 좋고 학벌 좋고 젊고 잘 생긴 남자 주인공이 돈 없고 집안 안 좋고 학벌 안 좋고 젊지 않고 예쁘지도 않은 여자 주인공을 사랑한다는 게 말이 될까? 그런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는 까칠하지만 자기 여자에게만 다정할 수 있을까? 평생 자신을 괴롭혀오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여자 덕분에 극복할 수 있을까? 그 여자 때문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게 동시에 가능할 수 있을까? 없다. 이건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팬이 아니라면 절대로 납득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남자 관객들은 보지 말라는 이야기이기도하다.

그렇다면 남자 주인공이 부자가 아닌 로맨틱 코미디는 왜 안 될까? 한국이 아직은 선진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한국은 ‘여자가 살기 좋은 나라 80위’라고 한다(엄마가 살기 좋은 나라 순위는 48위다. 이게 무슨 뜻일까?). 로맨틱 코미디는 여자 주인공이 사랑을 찾든 자아를 찾든 행복해지면서 끝나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여자 주인공이 ‘여자가 살기 좋은 나라 80위’ 나라에 살고 있다면 혼자만의 힘으로 행복해지기는 쉽지 않다고 봐야한다. 게다가 한국은 20대 여성의 자살율이 남성의 자살율보다 높은데 이는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한다. 그만큼 한국은 여자가 혼자만의 힘으로 살기 힘든 나라고 이런 나라일수록 남자 주인공이 부자가 아닌 로맨틱 코미디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최근 개봉한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은 로맨틱 코미디의 걸작이었고 미국 흥행에도 성공했으나 한국 흥행은 실패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자 주인공이 부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빈부격차가 심하고 신분이동이 어렵고 정규직 취업은 하늘에 별 따기고 자영업 3년내 생존률은 50%도 안 되고 사회 안전망이 취약한 나라에서 ‘남자 주인공이 부자가 아닌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대박이 나려면 “부자가 아닌 남자와 결혼한 여자도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영화 속에 있어야 한다. IMF같은 게 또 터지고 직장에서 짤리고 늙고 병들어서 하류층으로 전락해도 진정한 사랑만 있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관객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도 300만 넘는 대박은 어렵다고 봐야한다. 남자 주인공이 부자가 아니라면 두 사람의 사랑이 아무리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어도 은연 중에 과연 두 사람이 장기적으로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들기 때문이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남자 주인공이 부자가 아닌 드라마는 흔치도 않을 뿐더러 시청률도 안 나온다. ‘줌마렐라’가 괜히 한국 드라마를 이끄는 키워드가 된 게 아니다.

남자 주인공이 부자인 로맨틱 코미디만 잘 된다는 건 생각해보면 굉장히 슬픈 이야기다. 한국 사회가 그만큼 살기가 팍팍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부디 한국이 하루빨리 선진국으로 도약해서 남자 주인공이 부자가 아닌 로맨틱 코미디도 300만 넘는 대박이 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전까지는 왠만하면 로맨틱 코미디는 쓰지마라. 그래도 정 로맨틱 코미디를 쓰고 싶으면 영화보다는 드라마를 써라. A급 작가가 될 수만 있다면 대우는 말할 것도 없고 페이도 어마어마하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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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방 정보
KBS2 (수, 목) 오후 09:55~ 방송중 (총 20부작)

메인카피
식모였던 여자가 당첨금 ‘100억’ 로또에 당첨된다면?

기획의도
5년 전 모 방송사에 일하던 40대 청소부 아주머니가 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 100억이라는 초유의 상금을 받고도 그 사실을 숨긴 채 청소부 일을 계속했다는 실화가 있다. 이 드라마가 주목하는 것은 복권의 ‘인생 역전담’이나 ‘대박담’이 아니다. ‘왜 그 아줌마는 100억을 지니고도 청소부 일을 계속하고 싶어했을까’이다. 돈 때문에 사람을 배신하고 사람보다 돈이 우선인 세상. 돈으로 규정지어진 신분과 계급은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이 드라마는 그 세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돈 위에 사랑이 있다는 것을. 굶는 한이 있어도, 억만장자가 되더라도 우리는 로맨스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1번가에는 재력 있는 주인집 사람들과 그 집의 식모들이 공존한다. 주인집과 식모들은 저마다 수상한 이야기들을 감추고 있고 서로를 끊임없이 엿보며 살아간다. 100억이라는 돈을 놓고 벌어지는 사건과 갈등을 통해 우리는 안주인과 식모들, 두 부류의 팽팽한 긴장, 그리고 그 두 부류의 별반 다를 것 없는 인간냄새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
주인집과 식모들은 저마다 수상한 이야기들을 감추고 있고 서로를 끊임없이 엿보며 살아간다.

우려
식모였던 여자가 100억 로또에 당첨되고도 다시 식모 일을 한다.

흥행예상
기대 < 우려

방금 전 느지막히 일어나 TV를 켜고 채널을 돌리던 중 성유리가 로또에 당첨된 후 사채업자를 찾아가 현금 100억원을 수령하는 장면을 보고는 무심코 채널을 고정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 모든 게 성유리의 꿈인 줄 알았다. 로또에 당첨되는 상상 정도는 어느 드라마에나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설마 로맨틱 코미디의 여자 주인공이 로또에 진짜로 당첨되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꿈이 너무 길었다. 한참 뒤에야 이게 꿈이 아니라 생시라는 사실을 알고는 매우 당황했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자 주인공이 로또에 당첨된다면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자 주인공에겐 남자 주인공과의 결혼 성사가 로또여야 한다. 여자 주인공을 진짜 로또에 당첨시켜버리면 기획 자체에 심각한 하자가 생기는 것이다.

작가가 도대체 왜 이런 선택을 했나 궁금해서 방송국 홈피에 들어가 기획의도를 보니 ‘모 방송사에 일하던 40대 청소부 아주머니가 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 100억이라는 초유의 상금을 받고도 그 사실을 숨긴 채 청소부 일을 계속했다는 실화’가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왜 그 아줌마는 100억을 지니고도 청소부 일을 계속하고 싶어했을까’가 궁금했다고 한다. 나도 그건 궁금하다. 그런데 그건 로맨틱 코미디의 여자 주인공을 통해 풀어낼 이야기가 아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자 주인공은 40대 아줌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성유리가 산전수전 다 겪고 돈도 싫고 남자도 싫고 명품도 싫고 세상살이가 지겹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40대 중후반 누님이라면 로또에 당첨되고도 다시 식모 일을 할 수도 있을 지도 모르겠다. 역시 납득은 안 되지만 세상엔 별 일이 다 있으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20대 여자가 로또에 당첨돼서 100억이 생겼는데 다시 식모 일을 한다는 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상에 별 일이 다 있어도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이건 무슨 수를 써도 말이 되게 만들 수 없다. 성유리가 워낙에 효녀라서 도박 중독 아빠를 사람 한 번 만들어 보기 위해 다시 식모 일을 한다지만 역시 택도 없는 소리다. 성유리가 로또에 당첨되고도 다시 식모 일을 하겠다고 주인집에 들어가 애걸복걸하는 순간 비록 재방송이지만 시청률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시청률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래서는 동시간대 방송 중인 ‘최고의 사랑’을 이길 수 없다. 아직 4회니 이제라도 이 모든 게 꿈이었다고 한다면 모를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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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용 한국 공포 영화 시장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아무리 영화가 수준 이하라도 달랑 한편만 개봉한다면 반드시 흥행에 성공한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용 한국 로맨틱 코미디 시장도 존재할까? 만약 크리스마스용 한국 로맨틱 코미디 시장이라는게 존재한다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한 달랑 한 편의 한국 로맨틱 코미디는 반드시 흥행에 성공해야 마땅할 것이다.


작년엔 <달콤한 거짓말> 올해는 <걸프렌즈>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한 달랑 한 편의 한국 로맨틱 코미디였다. 그런데 두 편 다 흥행 성적은 매우 저조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극장의 주요 고객층인 커플 관객들이 크리스마스에는 극장 말고 다른 데이트 장소를 더 선호하는 걸까? 음. 이건 아닌 것 같다. 아무리 모텔이 크리스마스 바가지 상술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지만 모텔은 극장에서 영화를 본 다음에도 충분히 갈 수 있는 곳이다. 모텔 간다고 극장에 안 가는 건 아닐 것이다. 혹시 크리스마스 대목을 겨냥해 제작된 블록버스터에 밀려 극장수 확보에 실패한 걸까? 음. 이건 분명히 아니다. 개봉관수가 독과점 수준은 아니었지만 흥행 성공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영화가 너무나도 수준 이하여서 차마 봐 줄 수가 없었던 걸까? 음. 이건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적어도 <달콤한 거짓말>은 후쿠오카 아시아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므로 영화가 너무나도 수준 이하여서 흥행에 실패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또 뭐가 있을까? 더 이상은 모르겠다.


비록 2005년 <작업의 정석>과 2006년 <미녀는 괴로워>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해서 흥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2007년 <내 사랑>의 흥행 성적은 기억이 안 나고, 2008년 <달콤한 거짓말>과 2009년 <걸프렌즈>의 흥행 실패를 보면 크리스마스용 한국 로맨틱 코미디 시장은 없어져버렸거나 원래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내년 크리스마스엔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는 달랑 한 편의 한국 로맨틱 코미디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흥행에 성공할 것 같다고 예상하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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