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7.09.27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먹튀사고 (4)
  2. 2007.09.23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므흣한 소개팅 (3)

얼마 전에 주선했던 소개팅  당사자들에게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일이 잘 된 줄로만 알고 있었다. 모르는게 약이라고 그냥 계속 모른 척 하고 있으려고 했는데 당사자인 소개녀에게 전화가 왔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론스타 먹튀 사건과 비슷했다.


소개팅 당일. 얘기도 잘 통하고 분위기도 좋고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아 1차는 2차로 이어지고 2차는 3차로 이어지고 밤이 늦어 커피나 한잔 하려고 집에까지 따라갔다가 아차 하는 순간에 해피타임을 함께 했다는 것이다. 그 날 이후 명절 내내 해피타임이었다는 뉘앙스였다.


문제는 일이 성사된 후 남자의 태도인데 여자는 사귀는 것을 전제로 기꺼이 해피타임을 함께 했지만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조금만 더 생각해 볼게 나에게 더 시간을 줘라는 말만 반복하며 해피타임만 몇 일 더 연장하고 질질 끌면서 확답을 주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소개팅 후 몇일 되지 않았으니 남자 말대로 시간을 좀 줘 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해피타임 이후 남자는 연락하지 않고 여자가 언제나 먼저 전화했다고 하니 이미 게임은 끝난 것 같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듣기만 했다.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며 전화를 끊었다.


굳이 전화해서 물어볼 필요도 없었지만 예의상 전화를 해보니 왠일로 통화가 됐다. 아무리 남자끼리지만 그래도 사생활을 존중해주고 싶어 간접적으로 이리 저리 빙빙 말을 돌리며 소개팅녀에 대한 느낌을 물어보니 착하고 귀엽긴 한데 자기 스타일은 아니어서 그냥 좋은 친구로만 지내고 싶다고 했다. 결국 안 이뻐서 사귀기 싫다는 뜻이다. 아마 소개녀도 눈치는 챘지만 확인사살을 바랬겠지.


다 큰 성인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고 나는 주선만 했으니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주선자로서 일말의 책임을 느껴 소개녀에게 전화로 소개남은 당신에게 마음이 없다며 확인사살을 해주었다. 잠시 후 소개녀는 남자가 영 시원찮아 아까운 시간만 버렸다며 언제 술이나 한잔 사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서울은 정글. 눈 뜨고도 코 베어가는 동네다. 언제 어디서나 정확하고 냉정한 상황 파악이 필요하고 착각은 절대 금물이다.


지금 소개녀의 심리 상태가 무료로 각색안 보내고 몇일 후 퇴짜 통보 받은 무명 작가의 심정과 비슷할까? 입사원서내고 면접에서 온갖 재롱 다 부리고 불합격 통보 받은 입사 지원자의 심정과 비슷할까? 망해가는 영화사 대표가 자기를 자신의 상사보다 더 신뢰하고 인정하는 줄 알고 충성을 다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직속 상사의 심정과 비슷할까?


아무래도 나는 소개팅 주선에 재능이 없는 것 같다. 지금 이 소개녀에게만 이번 추석 소개팅까지 포함해서 4번의 소개팅을 주선했는데 매번 불발이었고 결국은 어디가서 누구에게 말도 못할 불명예스러운 먹튀 사고까지 터졌다.


영화를 하다 보면 누구를 소개하고 소개받는 일이 대부분인데 이번 먹튀 사고를 계기로 나의 사람보는 안목없음을 반성하고 앞으로는 소개팅 뿐만 아니라 일에 있어서도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더욱 신중해야겠다.

Posted by 애드맨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귀성을 거부하고 서울에 홀로 남아있는 혼기 꽉찬 영화인 동갑내기 두 명에게 소개팅을 시켜주었다.


소개팅을 주선한지가 오래되서 몰랐는데 요즘 소개팅은 그냥 남자에게 여자 전화번호만 알려주면 당사자 둘이 알아서 하는 시스템이라 주선자는 별로 할 일이 없다. 하여간 여자에게 허락을 받고 남자에게 여자 전화번호를 알려주니 역시 알아서 잘 진행되었다. 그렇게 둘이서 만날 약속을 잡고 지들끼리 알아서 다 하는 모습을 보니 세상 참 좋아졌구나 싶었다. 그래서 둘은 만났다. 그냥 만난 것도 아니고 귀성객들이 빠져나가 한적한 서울 시내에서 아담과 이브처럼 오붓하게 사이좋게 잘 만난 것 같았다.


남자가 소개팅 도중에 소개시켜 주어서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주었기 때문에 현장 분위기는 대충 알 수 있었다. 남자에게 문자를 받자마자 여자에게 문자로 속마음을 떠보니 ‘고마워. 담에 내가 술한잔 살께’라는 문자가 온 걸로 봐선 여자도 제법 만족하는 눈치인 것 같았다. 선행을 한 기분이었다.


문제는 둘이 만나서 어떻게 됐는지 너무 궁금해죽겠는데 밤 12시가 되도 새벽 1시가 되도 새벽 2시가 되도 새벽 3시가 되도 다음날 아침이 되도 뭐가 어떻게 됐다는 전화가 오질 않는 것이다.


남자는 고향이 지방이라 시내에서 혼자 원룸에서 살고 있고 여자도 고향이 지방이라 혼자 원룸에서 사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원룸은 걸어서 30분 거리다. 여자가 혼자 살기 때문에 소개팅이 끝나면 끝났다고 연락을 해줘야 안심하고 잘 수 있을텐데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아 잠도 제대로 못잤다. 두 남녀의 집이 가까우니까 남자가 잘 알아서 데려다줬겠거니 생각하고 신경 끄고 자려고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집이 가깝다보니 더 신경이 쓰이고 싱숭생숭한게 잠이 오질 않았다.


남자는 영화판에 뛰어든지 제법 오래되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고 여자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키도 늘씬한데 역시 영화판에 남자와 비슷한 시기에 뛰어들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잠깐 들은 얘기로는 서로 영화만 같이 안 했다 뿐이지 아는 영화인 대부분이 한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라고 했으니 금방 친해졌을테고 마음씨 좋은 선남선녀라 흉한 꼴은 생기지 않았으리라 믿고 있다.


소개팅 후 24시간이 지났고 내일은 휴일이고 내일모레는 추석인데 고향에 내려가지 않은 두 사람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고 누구한테 물어보기도 애매해서 결국 이렇게 나만의 비밀 블로그에다 털어놓게 되었다. 블로그에다 털어놓는다고 두 사람이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소개팅 주선자인 나에게 연락할 타이밍을 놓쳤다고 내 문자와 전화를 지금 이시간까지 씹고 있었다면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잤으면 잤다고 허심탄회하게 연락을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부디 서로에게 낭만적인 추석이 되고 있길 바랄 뿐...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