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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30 영화에는 귀천이 없다 (1)
  2. 2008.09.22 망한 영화의 스태프를 만나다

한 때 메이저 영화들의 단골 스태프로 잘 나갔던 아무개는 한참을 일 없이 놀았고 최근까지도 일 없이 놀고 있었다. 한국영화 부활의 조짐이 보인다고 해봤자 대다수 스태프들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얘기고 최근 서 너 편의 대박이 터지긴 했지만 역시 대다수 스태프들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얘기다. 아마도 대박 영화에 직접 참여했던 스태프들에게도 영화의 대박과 본인의 부귀영화는 별다른 상관 관계가 없을 것이다. 암튼 한참을 일 없이 놀고 있던 아무개가 뜬금없이 메이저 영화 단골 스태프인 자신의 수준에는 한참을 못 미치는 마이너 영화 일을 해야 될 것 같다고 한탄을 했다. 좀 쪽팔리긴 하지만 일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안타까웠다. 메이저 영화의 스태프를 했건 마이너 영화의 스태프를 했건 본인이 감독이나 제작자 같은 키맨이 아닌 이상 아무개는 그저 스태프로 참여한 아무개일 뿐이라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아무개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아마 나도 아무개처럼 메이저 영화사에서 메이저 영화 일만 했다면 마이너 영화 일을 할 때 좀 쪽팔리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개와 달리 스태프는 그저 스태프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메이저 영화사에서 메이저 영화 일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처럼 마이너 영화사에서 마이너 영화 일만 하다보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수준과 나의 수준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아무개는 메이저 영화사에서 메이저 영화 일만 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이제 아무개도 조만간 그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직업에도 귀천이 없는 마당에 영화에서 왠 귀천을 따지나. 그리고 메이저 마이너 귀천 따위가 뭐가 중요한가.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재미있게 살면 되는 것을.

Posted by 애드맨

술자리에서 우연히 얼마 전에 개봉했다가 소리 소문 없이 망한 영화의 스태프를 만났다. 남자들끼리 모인 술자리에 처음 보는 아저씨 한 명이 구석자리에 앉아 있길래 처음엔 누군지 궁금하지도 않고 아무런 관심도 없었는데 그 아저씨가 얼마 전에 개봉했다가 소리 소문없이 망한 영화의 스태프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 영화에 대한 포스팅을 블로그에 올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영화가 망하길 바란 건 아니었지만 공교롭게도 그 때 그 포스팅의 제목은 <OOOO 걱정된다>였고 흥행예상은 기대<우려 였다;;


얼마 전에 망한 영화의 감독님을 만났을 때와는 달리 망한 영화의 스태프와 함께 한 술자리는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스태프들은 본인이 참여한 영화가 망하든 말든 크게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스태프는 예외였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본인이 얼마나 그 영화를 사랑했었는지, 얼마나 그 영화가 잘 되기를 바랬는지, 감독님과 기타 스태프들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현장 분위기는 또 얼마나 화기애애했는지에 대해 끝도 없이 늘어놓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영화가 망했다는 사실이 진심으로 안타까웠는지 흥행 성적 얘기할 때는 소량이지만 눈물까지 글썽이는 것 같았다. 이런 바람직한 스태프는 정말 흔치 않다. 감동적이긴 했지만 순간 불안해졌다.


이 바람직한 스태프가 내 블로그를 봤을 리는 없겠지만 만약 내 블로그를 봤고 자신이 참여했던 영화가 흥행에 실패할 거라고 예상한 포스팅까지 봤다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그 블로그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내가 어떻게 나오는지 두고 보기 위해 모른 척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은근슬쩍 눈치를 봤지만 그렇게 주도면밀한 사람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냥 순박해보였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 영화 정말 괜찮은 영화였는데 흥행에 실패해서 안타깝다고 말해주었다. 안 본 영화에 대해 좋은 소리를 하려다보니 혹시나 디테일에 대해 물어보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지만 다행이 아무도 디테일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 영화를 본(?) 사람이 나 밖에 없기 때문인 것 같았다.


아무개 감독님과의 술자리를 한 번 겪어서인지 처음엔 좀 불안했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아무렇지도 않아졌다. 더 이상 불안하지도 초조하지도 미안하지도 않았고 그냥 신나게 웃고 떠들다 적당히 취한 채 술집에서 나왔다. 일행들과 헤어지자마자 문득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한 편을 만들어서 극장 개봉까지 시킬 수 있는 기회가 그리 쉽게 오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 소중한 기회가 흥행 실패로 빛이 바랜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분명 누군가는 그 영화의 제작을 말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어지게 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 능력자가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굳게 결심한 이상 주변 사람들이 <통촉하시옵소서! 전하! 그 영화 만들면 망하옵니다ㅜㅜ!!>라고 바닥에 이마를 연신 찧으며 울부짖고 만류한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영화를 만들어지게 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 능력자라면 주변 사람들 모두가 만류한다고 해도 자신의 직감을 믿고 일을 추진해서 성공시킨 경험이 한 두 번쯤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도 말릴 수 없다.


집에 오자마자 블로그에 접속해서 얼마 전에 개봉했다가 소리 소문 없이 망한 영화에 대한 포스팅을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다시 한번 읽어봐도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고 나의 우려가 제대로 적중해서 흥행에 실패하기까지 해서인지 안타까운 감정은 점점 더 깊어졌다. 문득 얼마 전에 개봉했다가 소리 소문 없이 망한 영화를 만들어지게 한 능력자는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다음에도 자신의 직감을 믿고 일을 추진하고 싶을까?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