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든 에세이든 영화 관련 글들은 유통기한이 길지 않다. 영화 자체의 유통기한이 점점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어쩔 수가 없다. 영화 관련 글의 태생적 한계다. 그 영화에 관심이 없다면 어지간해선 그 영화 관련 글도 읽고 싶어지지 않아진다. 아예 관심이 안 생긴다. 특히나 당시 시국이나 영화판 돌아가는 꼴을 개탄하거나 잠깐 핫했던 연예 이슈 등을 섞어 쓴 글들이 그렇다. 몇 달 아니 몇 주만 지나도 옛날 옛적의 오래된 글 느낌이 물씬 든다. 한국에서 출간되는 영화 관련 서적들은 대개는 어딘가에서 오랜 기간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것들이라 더더욱 옛날 옛적의 오래된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지금 내 책꽂이에는 최광희의 ‘무비스토커’와 ‘하재봉의 영화읽기’가 같은 섹션에 나란히 꽂혀 있는데 각각 2013년과 1996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딱히 20년의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둘 다 그냥 옛날 책 같다. 오히려 20여 년 전에 출간된 ‘하재봉의 영화읽기’가 더 최신작 같기도 한데 이유는 딱 하나다. ‘하재봉의 영화읽기’는 일명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상대적으로 유통기한이 긴 영화들의 리뷰 모음집이기 때문이다. ‘하재봉의 영화읽기’에 실린 왕가위나 데이비드 린치 영화의 리뷰는 어쩌다 한 번씩 들여다 볼 때가 있지만 최광희의 ‘무비스토커’에 실린 ‘디워’나 ‘부러진 화살’ 관련 글들엔 아예 관심이 가질 않는다.


듀나의 에세이 ‘가능한 꿈의 공간들’은 첫 페이지에서부터 옛날 책 느낌이 물씬 들었다. 박재범의 마이스페이스 낙서 소동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당시엔 핫했지만 이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바로 그 사건 말이다. 책을 다 읽어보니 굳이 비교하자면 ‘하재봉의 영화읽기’보다는 최광희의 ‘무비스토커’쪽이었지만 ‘무비스토커’보다는 유통기한이 길 것 같다. 멀티플렉스에서 마스킹을 안 해주는 문제나 극장에서 상체를 숙여선 안 되는 극장 에티켓 문제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해결 될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듀나의 정체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리뷰든 에세이든 영화 관련 글들의 유통기한 문제는 정성일이나 이동진 심지어는 로저 에버트조차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 내 책장에는 로저 에버트의 ‘위대한 영화 1,2권’과 로저 에버트의 자서전 ‘로저 에버트’가 나란히 꽂혀 있는데 자서전은 딱 한 번 읽고 말았지만 ‘위대한 영화 1,2권’은 틈날 때마다 펴보곤 한다. ‘위대한 영화’는 일명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상대적으로 유통기한이 긴 영화들의 리뷰를 모은 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미국의 시국이나 헐리우드 영화판 돌아가는 꼴을 개탄하거나 잠깐 핫하다 말 게 뻔한 연예계 이슈 등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다. 영화 관련 글들은 지은이의 캐릭터로 승부하거나 걸작 고전들만 리뷰할 게 아니라면 블로그가 딱이다. 쿨.


p.s.





Posted by 애드맨

윤근영, 왜 영화로 만들었을까 vs. 최광희, 올해의 발견 

같은 영화를 두고 이렇게 평이 갈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윤근영은 왜 만들었는지 궁금해하는데 최광희는 감동의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누구의 안목이 더 정확한지 꼭 극장에 가서 확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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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