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3.28 망해가는 영화사 직원의 강남 구경
  2. 2007.10.30 M에서 깨어나 커피빈에 들렀다

오랜만에 강남에서 아는 사람들을 만났다.

옛날에 다니던 망해가는 영화사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커피 전문점에서 아는 사람들 몇 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리가 앉은 테이블의 바로 뒤 테이블엔 얼굴에 매니저라고 써있는 아저씨들 서너명이 연예인 지망생처럼 생긴 여자 아이 두 명과 함께 앉아있었고 앞에 앞쪽 테이블에는 PD들 서너 명이서 영화 제작비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테이블에는 작가처럼 생긴 여자 손님 한 명이 노트북을 펴놓고 인상을 쓴 채 앉아 있었다.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는데 왠지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것 같았다.


뒤쪽 테이블에 앉은 매니저들이 연예인 지망생처럼 생긴 여자 아이 둘과 모바일 화보 얘기를 하길래 연예인 지망생처럼 생긴 여자 아이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에 슬쩍 몸매를 훔쳐보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앞에 앞쪽 테이블에 앉아 있는 PD들 중 한 명은 예전에 오다가다 술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는 사이였지만 굳이 찾아가서 인사를 해야 될 정도로 아는 사이는 아니어서 아는 척을 해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잠시 후 아는 척 하면 안 되는 작가 한명이 커피숍으로 들어와 그 쪽 테이블로 가서 앉길래 그쪽 팀들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고 오랜 시간 앉아 있느라 지금도 어깨 근육이 좀 뻐근하다. 아는 척 하면 안 되는 정도로 잘못한 건 없는데 괜히 아는 척 했다가 결국에는 서로에게 영양가 있는 존재가 되지 못했던 안 좋은 기억만 되살아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강남에 나와 아는 사람들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주변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연예 영화 정보들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역시 영화사는 망해가는 영화사라도 강남에 있어야 될 것 같았다. 한 때 존경했던 아무개 작가님께서도 영화사는 강남에 있는 게 당연하고 같은 강남이라도 대로변에서 5분 이상 걸어들어가서 전화로 위치를 다시 물어봐야 되는 영화사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떠들고 다니셨는데 안타깝게도 그 당시 강남의 대로변에 위치한 영화사에서 준비하던 작품 몇 편이 소리 소문 없이 엎어진 후 지금은 강남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쪽방에서 홀로 시나리오를 쓰고 계신다고 들었다.


영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상태로 너무 오래 있어서인지 강남 커피숍에서 연예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 사이에 앉아 아는 사람들과 함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뭔가 바쁘게 영화 일을 하고 있는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지 궁금했다.


한때는 대박 영화를 만들어서 메이저 영화인들과 아는 사이가 되지 못하면 비참한 인생을 살아야 되는 줄 알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박 영화를 만든 경험이 없는 영화인들이 대부분이고 다들 어떻게든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건 마치 어릴 적에 서울 법대 나와서 판검사가 못되거나 최소한 연고대는 나와서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심리와 비슷한 것 같은데 뭐 어떻게든 살고는 있다. 그렇게 비참하진 않은 것 같다.


강남 구경 잘하긴 했는데 오랜만에 진짜(?) 커피를 마셔서인지 잠이 안온다.

Posted by 애드맨
M에서 깨어나 커피빈에 들렀다.
미미는 없었다.
내일 또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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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에 스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명세형 화이팅!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