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으로 문제투성이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다큐 3일’이었다. 내가 볼 땐 ‘다큐 3일’이라는 페이크 다큐 설정이 들어가면서부터 드라마가 꼬인 것 같다. 아이디어 자체는 참신했고 의도도 좋았으나 구현에 실패했다. 평소 드라마 업계에서 자주 안 하던 걸 하려니 배우부터 시작해서 스태프까지 다들 어색해하는 게 느껴졌다. 페이크 다큐가 뭔지는 알아도 어떻게 찍어야 되는지는 모르는 것 같았다. 미드 등에서 아무 생각 없이 볼 때는 몰랐는데 한국의 지상파 드라마에서 보니까 이게 그냥 찍는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나름 노하우가 필요한가보다. 업계 최고의 에이스들이 모여서 찍은 KBS 지상파 드라마에서 학생 영화 느낌이 물씬 나서 색다르긴 했다만 배우들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대사를 칠 때마다 오글거려서 혼났고 재미도 없었다. KBS 드라마 특유의 묵직하고 올드한 느낌과 페이크 다큐 형식은 상극인 것 같다. 더 안타까운 건 나름 야심차게(?) 도입한 페이크 다큐 때문에 드라마 파트까지 망가졌다는 것이다. 그나마 후반부가 전반부보다 볼 만 했던 것도 ‘다큐 3일 제작진의 카메라’가 방송국 밖까지는 따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까지 따라올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그래도 아직 1회니까 포기하기엔 이르다. 박지은 작가 정도면 충분히 드라마를 살릴 수 있다. 게다가 워낙에 업계 최고의 에이스들이 모였으니 다들 평소 하던 대로만 하면 적어도 중간은 갈 것이다. 페이크 다큐만 안 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자면 드라마가 프로듀서들의 애환이나 고충 쪽으로는 안 갔으면 좋겠다. 공효진이나 차태현이나 다들 일이 생각대로 안 풀려 짜증내고 고민하고 인상을 쓰고 있어도 간절하고 절박한 느낌이 없었다. 이건 배우의 연기 문제만은 아니다. KBS 고스펙 정규직 직원들도 나름의 애환과 고충이 있고 일과 사랑 때문에 힘들 때도 있겠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그걸 드라마로 만들어서 보여주면 일과 사랑 때문에 힘들어 보기라도 하고 싶은 일반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긴 어려울 것이다. 공분은 몰라도.



Posted by 애드맨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드라마의 저작권 귀속은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창작에 대한 기여도, 투자비율, 계약조건 등을 고려해 정해야 한다는 게 각종 연구보고서의 결과이면서 저작권법의 일반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3사는 이를 무시하고 드라마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괄적으로 양도받는 계약 관행을 고집해왔다. 실제로는 지상파방송사의 계열사가 외주제작을 하면서 제작사들과 가장 외주제작 계약을 체결해 제작사들이 단순히 협찬 유치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사례도 있다. 이 같은 불공정한 계약 관행을 고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수 차례에 걸쳐 지상파방송사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공식적으로 거절당하거나 묵묵부답이어서 이에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위해 공정위에 신고하게 됐다"


<제이투픽쳐스 관계자>

"아무리 좋은 기획을 들고 가도 방송사에선 맡겨 보지도 않고 신생 제작사라 제작 능력이 없다. 이름 없는 작가라 안 된다며 편성해주지 않았습니다. 신생 제작사들은 부채를 갚기 위해서라도 드라마를 진짜로 한 번은 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번번이 무산됐고, 결국 빚만 늘어 30억원이 됐어요. 대표가 간암으로 쓰러질 만도 했죠."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국 관계자>

"특별한 대응 방침은 마련된 게 없다. 방송사가 편성도 보장하고 저작권도 주라는 얘기냐. 현재도 전작 드라마에는 저작권을 다 주고 있고 창작 기여도가 높은 작품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계약을 한다"






"방송사가 편성도 보장하고 저작권도 주라는 얘기냐"라는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국 관계자의 발언은 마치 극장에서 상영할 기회를 줬으니 극장 쪽에 영화의 저작권을 넘겨야 한다는 얘기처럼 들려 다소 황당했다.


사실 한국에서 지상파 방송국이나 신세계 이마트 같은 유통 업체에 큰소리 칠 수 있는 제조업체는 신라면의 농심, 맥심커피믹스의 동서식품, 햇반의 CJ제일제당 정도이다. 이들 먹거리 3인방은 신세계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 제품 공세에도 끄떡하지 않고 매출과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고 하는데 역시 아무리 생각해봐도 라면은 신라면, 믹스 커피는 맥심, 밥은 CJ햇반이다. 이 정도쯤 되어야 대형 유통 업체에 큰소리 칠 수 있다.


식품과는 달리 드라마는 아무리 잘 만들어봤자 한번 보면 끝이고 기껏해야 재방송 챙겨 보는 정도다. 기억한다해도 작가 이름 정도나 기억하지 드라마 제작사 이름까지 기억해뒀다가 두고 두고 그 제작사 작품만 찾아보는 시청자는 거의 없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같은 회사에서 만든 작품이라도 그냥 다른 드라마일 뿐이다. 국내 외주 드라마 제작사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제작사가 딱 한 곳 있는데 아마 일반 시청자들은 그 회사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어쩌다 한번 대박을 터뜨린 제작사가 다음 작품까지 대박을 이어 갈 수 있으리란 보장도 없으니 방송사 입장에선 굳이 제작사에 아쉬운 소리 해가며 매달릴 이유도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필요도 없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국엔 어떤 상황에서도 변치 않는 절대 불변의 권력인 편성권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얼마 전 CJ그룹의 CGV와 프리머스, 오리온의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롯데쇼핑 시네마부분) 등 4개 복합상영관과 CJ엔터테인먼트, 미디어플렉스,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유니버셜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20세기폭스코리아 등 5개 대형배급사에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영화시장을 혼탁하게 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니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의 이번 신고를 모른 척 하진 않겠지만 지상파 방송국에 어떤 시정명령을 내린다 해도 메이저 제작사의 사정이 조금 나아질 뿐 중소규모 신생 제작사들의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Posted by 애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