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요즘 대학로에서 가장 핫하다는 뮤지컬을 보았다. 그동안 남자 배우들만 나오는 뮤지컬만 봐서 여자 배우도 비중 있게 나오는 뮤지컬이 아니면 안 보려고 한동안 쉬고 있었는데 이 뮤지컬은 제목이 ‘마마 돈 크라이’여서 흔쾌히 보기로 했다. 일명 ‘남자 장사’라고 불리는 소극장 뮤지컬의 특성상 남자 배우의 비중이 높긴 하겠지만 적어도 ‘마마’ 역에는 여자 배우가 나오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극장에 갔는데 매표소 앞에서부터 깜짝 놀랐다. 줄이 꽤 길었는데 여자들 밖에 없었다. 극장 안으로 들어가서도 또 한 번 놀랐다. 객석이 꽉 찼는데 남자는 나를 포함해 둘 뿐이었다. (한 명쯤 더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름 소극장 뮤지컬을 분기별로 한 편씩은 보는 편이지만 이렇게 여자들로만 꽉 찬 객석은 처음이었다.
소극장 뮤지컬 관람 초창기엔 극장 안에 남자가 별로 없으니 여자들이 다 나만 바라보는 것 같은 착각에 한없이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했지만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그녀들은 나에게 관심이 전혀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투명인간일 뿐이다. 그녀들에겐 오로지 무대 위의 남자 배우님들만 보인다. 그리고 예전엔 남자 배우가 무대에 난입(?)해서 무대 맨 앞줄에 앉은 여자 관객의 머리를 쓰다듬는다든지 손을 잡는다든지 안아줄 때마다 저 여자 분이 화를 내거나 성추행으로 고소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저러나 싶어 조마조마했는데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내가 본 거의 모든 뮤지컬마다 남자 배우가 무대에 난입해서 여자 관객들과 뭔가를 했지만 당하는(?) 여자 관객뿐만 아니라 다들 즐거워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고소당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뮤지컬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내 예상과는 달리 마마 역을 맡은 여자 배우는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남자 배우만 둘 나오는 뮤지컬이었다. 여배우가 비중 있게 나오는 뮤지컬은 어떤 느낌일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쿠거’를 봐야겠다.
p.s. 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