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준다! 속편이 전편보다 낫기가 힘든데 ‘킹덤’은 시즌2가 시즌1보다 낫다. 정말 훌륭한 쇼였다. 넷플릭스에서 만들어서인지는 몰라도 한국은 물론이고 월드 클라스급으로 훌륭하다. 액션, 이야기, 스펙타클 등등 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 시즌2의 1화만 시즌1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했고 나머지는 박인제 감독이 연출했던데 도대체 뭐하시던 분이신지 궁금해서 감독의 필모를 찾아보고 다음 작품을 기대할 정도의 훌륭함이었다. 다만 예전부터 갖고 있던 좀비물에 대한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은 건 조금 아쉬웠다. 비단 킹덤 뿐 아니라 모든 좀비물에 해당되는 얘긴데 내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좀비들이 살아있는 인간을 한 입만 깨물어 먹고 마는 게 아니고 떼거리로 달려들어 게걸스럽게 뜯어 먹던데 그 정도면 살점이 남아나지 않아야 정상 아닌가? 항상 보면 좀비들에게 습격을 당한 인간은 얼마 뒤엔 몸 전체를 통틀어 한 두 입 정도만 뜯어 먹힌 상태로 좀비가 되어 돌아다닌다. 좀비들의 기세로 보아선 살점이 남아났을 리가 없을 텐데 말이다. 살점 다 뜯어먹고 뼈다귀만 남으면 당연히 전염도 불가능하다. 근육 없이 뼈다귀만 허우적대며 돌아다닐 순 없기 때문이다. 좀비물을 볼 때마다 이 부분이 납득이 안 되어 몰입이 어렵다. 세상에서 나만 이런 생각하는 것도 아닐 텐데.. 아닌가? 나만 불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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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다. SF지만 개념적으로 얄팍하거나 허술한 구석이 없고 이야기적으로도 탁월해 즐길 구석이 차고 넘친다. 비주얼은 이런저런 재탕이 많긴 했다만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저장소라는 장치 덕분에 육체를 마음대로 교체할 수 있고 정기적인 원격 백업 기능으로 불미스러운 사고 등으로 사망해도 라스트 업데이트 상태로 부활 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클론을 이용하면 자신을 여러 명으로 만들 수도 있다. 여기서 핵심은 저장소라는 장치인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 지에 대해선 먼 미래에 그냥 그런 게 있더라는 식으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넘어갔지만 나머지 설정들은 지금도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걸로 알고 있어서 마냥 허무맹랑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중 육체 문제도 그냥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걸로 깔끔하게 짚고 넘어갔다. 느와르 장르로서의 매력이 충만하고 무엇보다 이야기 자체가 매우 정교하게 잘 설계되어있다.

 

다만 시간적 배경이 행성 간 여행이 가능한 지금으로부터 최소 몇 백 년 뒤의 먼 미래인데 매춘 시장은 현재와 근본적으로는 별 반 차이가 없어 볼 때마다 우스꽝스러웠다. 설마 그때까지 지금과 같은 형태의 매춘 업계가 존재할까? 엔딩에 밝혀지는 최상류층들이 저지르는 천인공노할 끔찍한 악행도 마찬가지다. 첨단 과학 기술이 발달한 그 먼 미래에 고작 그딴 짓을 저지르려고 그 엄청나고 어마어마한 장치들을 만들진 않을 것 같다.

 

금발 백인 여자의 고공 추락 씬에서 1987년 개봉작 ‘리쎌웨폰’의 오프닝이 연상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작가가 65년생 백인 남자이고 원작 소설은 2002년에 나왔다. 여러모로 아재스러운(개인적으론 정겨웠다) 구석이 있긴 하지만 할리우드 이야기 산업의 최첨단을 구경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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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 아빠는 자살로 가족을 떠났고 엄마와는 사이가 안 좋은 이래저래 우울한 백인 소녀가 살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염력 비스 무리한 초능력이 생긴다. 여기까지는 ‘크로니클’의 소녀 버전 느낌이다. 소녀는 자기를 좋다고 따라다니는 병약하고 예민한 남자 사람 친구 C보다는 비슷한 시기에 전학 온 여자 친구 A를 더 좋아하지만 A가 자기를 받아줄지 말지 몰라 두렵고도 설렌다. 소녀가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곳은 일기장뿐이다. 시시콜콜 모든 일들을 다 적어 놓는다. 남자 사람 친구 C는 슈퍼 히어로 코믹북 팬이라 소녀의 초능력을 신기해하면서 이것저것 시험해보려고 하는데 소녀는 C의 기대와는 달리 코믹북의 히어로처럼 초능력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지는 못한다. 소녀는 파티에 놀러갔다가 A에게 큰 맘 먹고 키스를 했지만 거부당한다.

 

그렇게 상처받고 지지부진 지리멸렬하던 중 A의 남자 친구 B가 다른 여학생과 바람을 피우는 걸 본의 아니게 목격하고 A에게 그 사실을 증언한 일을 계기로 다시 A와 가까워진다. 그리고 대망의 홈커밍데이라 부르는 학교 축제에 참석하는데 하마터면 잃어버린 일기장이 A의 전 남자 친구 B의 손에 들어가고 주인공 소녀를 못 마땅하게 생각하던 B는 소녀의 모든 비밀을 전교생에게 폭로해버리고 만다. 바로 그 순간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소녀는 ‘캐리’의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자제력을 잃고 초능력을 사용해 B의 머리를 터뜨린 후 학교를 떠나 동네의 외딴 곳으로 숨어드는데 그곳에서 또 다른 초능력자와 마주치며 시즌1이 끝난다. 시즌2를 노렸다는 건 알겠는데 이야기가 너무 허무하게 끝났다. 잃어버린 일기장 때문에 곤경에 빠진다는 설정은 얼마 전에 오티스의 비밀상담소에서도 있었는데 요즘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유행인가보다. 암튼 이게 바로 내가 종이 다이어리에 일기를 안 쓰는 이유다.

 

언젠가부터 거의 모든 미국의 청춘 드라마나 영화에서 미식축구 선수와 치어리더를 우스꽝스럽게 그리는데 이제 좀 식상해지려한다. 드라마라고 되어 있지만 총 러닝타임이 영화 한 편 분량이라 가뿐하게 엔딩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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