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넷플릭스만 보다보면 한국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조금 더 소소하고 한국적인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생기는데 한국 영화로는 그런 갈증이 해소되지 않은 지 오래고 한국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둘 다 소소함과는 거리가 멀고 간혹 나오는 소소한 이야기는 수준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주류 시장의 웰메이드 소소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건데 이런 건 일본 소설이 잘 한다. 그래서 나와 같은 독자들은 줄창 일본 소설만 읽는데 문제는 슬슬 읽을거리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게 한국에서도 통할만한 일본 주류 시장의 웰메이드 소소한 이야기가 무한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일본 소설 전문가여서 잘 아는데 사실상 다 떨어진 것 같고 체감상 일본 소설의 베스트셀러 상위권 점유율도 많이 떨어졌다. 주인공이 한국인이 아니라는 태생적인 한계도 있고..

 

한국 소설은 영화와 드라마와는 반대로 지나치게 소소하고 사적이기만 해서 문제(?)였는데 몇 년 전부터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 같다. 이대로라면 다 죽는다고 나름 문제의식을 느낀 몇몇 뜻있는 출판사에서 장르 소설 시장을 개척하려고 두 팔 걷고 나선 것이다. 초창기엔 말만 장르 소설이지 순수문학 때가 묻은 불순한 소설이 대다수였는데 슬슬 읽을 만한 본격 장르 소설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고 ‘고시원 기담’도 그 중 하나다. 문득 공포 소설이 읽고 싶어져서 샀고 집에 오기 전 스타벅스에 들러 휘핑크림 잔뜩 올린 그린티프라푸치노 한 잔 마시면서 1장 격인 ‘303호: 그 남자, 어디로?’만 읽었는데 아직까진 훌륭하다.

 

이런 소설들을 응원하고픈 마음에 출판사 정보를 찾아보니 대표가 004년 영화 [실미도]로 제41회 대종상영화제 각색상을 수상했으며 영화 [공공의 적2] [한반도] [국화꽃 향기] 드라마 [썸데이] 에세이 <나이 듦에 대한 변명> <죽을 때까지 섹시하기> 등의 작품을 집필한 김희재 작가다. 말 그대로 한국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님이시고 이 정도 경력이면 지금도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쓰고 있으셔야 정상인데 어쩐지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쓰다가 한국영화판이 흘러가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이렇게 오리지널 시나리오만 써서는 답이 없다고 판단하고 본격 장르 소설로 노선을 바꾼 것 같다. 잘 생각하신 듯.

 

Posted by 애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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