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쯤 시즌1을 논스톱으로 정주행 완주 후 1년을 기다렸고 엊그제 금요일에 시즌2가 업데이트 된 거 확인하자마자 주말 내내 밤잠을 줄여가며 정주행했고 방금 완주했다. 훌륭하다. 역시 데이빗 핀처 + 넷플릭스다. 시즌1에 이어 이번 시즌도 역대급 걸작이었다. 진짜 내가 이래서 넷플릭스를 못 끊는다. 넷플릭스는 ‘마인드헌터’를 탄생시킨 것만으로도 존재 이유가 충분하다. 다만 시즌1에 비해 일반적인 수사물에 가까워져 ‘마인트헌터’만의 독특함은 약해져서 아쉬웠지만 –‘조디악’의 드라마 버전이랄까?- 이 정도 웰메이드면 뭘 해도 용서할 수 있다. 그런데 드라마가 다음 시즌에도 수사물 쪽이라면 웬디 카 박사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을 텐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사실상 이번 시즌에서 웬디 카는 조단역에 가까웠고 없어도 대세에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다. 또 하나 아쉬웠던 건 BTK의 분량이다. 시즌1에서는 존재감만 어필했으니 이번 시즌에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존재감만 어필하더라. 그래도 검거되진 않았으니 시즌3을 기다릴 수 있어서 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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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볼 땐 넷플릭스의 아시아 진출의 진정한 수혜국은 일본이다. 현재 스코어까지만 봤을 때 한국 드라마 업계가 딱히 넷플릭스 덕을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당장 오리지널로 서비스 되고 있는 애니메이션만 봐도 수십 편이 넘는다. 얼마 전에 업로드 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비록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만 다루었지만)에 관한 다큐인 ‘Enter The Anime’만 봐도 넷플릭스에서 얼마나 일본 애니메이션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갈로파고스적인 매력이 넷플릭스라는 날개를 달고 훨훨 날고 있는 걸로 보인다. 그런데 일본 콘텐츠 업계의 에이스는 애니메이션 만이 아니다. 포르노다.

 

일본 영화는 존재감이 없고 드라마는 고인물이지만 애니메이션과 포르노는 다르다. 둘 다 일본 콘텐츠 업계의 원투펀치인 건 물론이고 세계 시장에서도 압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 디즈니의 대항마를 키워야 하는 넷플릭스로서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투자는 당연한 결론이다. 그런데 거기에서 더 나아가 포르노까지 끌어들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무라니시는 포르노 업계의 거장이라기 보다는 화제성으로 유명한 감독인데 그의 일대기를 드라마로 만들 생각을 하다니.. 역시 넷플릭스다.

 

심지어 쓸데없이 고퀄이다. 탑스타와 훌륭한 여배우들이 총출동했고 노출과 베드씬도 아주 거리낌이 없다. 확실하진 않지만 실제 현역 포르노 배우까지 출연한 듯하다. 일본 포르노 업계의 자존심을 걸고 아주 작정하고 만들었다. 그리고 걸작이 탄생했다. 무라니시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루즈해지려는 중반쯤 구로키 역의 모리타 미사토가 영혼을 담은 인생 연기로 드라마를 살려냈다. 최근 몇 년간 본 일드 일영 통틀어 이 정도 상업성과 예술성을 갖춘 작품은 기억에 없다.

 

내가 이래서 넷플릭스를 못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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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눈을 떠 보니 바다 한 복판의 배 안이고 배는 폭풍우로 침몰 직전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고무보트로 탈출해서 가까운 섬으로 갔다가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알고 보니 지구는 운석에 충돌해서 바다에 잠겼고 각 나라 별로 운석 충돌 직전에 7SEEDS라는 프로젝트를 발동해 인류의 '씨앗'을 남겼는데 그게 바로 소녀를 포함한 생존자들이다. 처음에 배 안에서 눈을 뜬 소녀가 주인공인줄 알았는데 인물이 새로 등장할 때마다 매우 자세히 다뤄주다 보니 등장인물 거의 전원이 주인공인 셈이라 작가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야기가 영원히 안 끝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원작 만화가 있는데 무려 16년을 연재했다고 한다. 역시나다. 시즌1은 ‘생존게임’으로 시작해서 ‘배틀로얄’ 비스무리한 분위기로 끝난다. ‘배틀로얄’을 작정하고 길게 만들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만화체는 순정만화스러우면서 은근히 허접하고 톤 앤 매너나 스토리는 전형적인 소년만화라는 점이 묘하게 언밸런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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