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당시에 극장에서 안 본 이유는 지나치게 잔인하다는 평이 많아서였다. 캐스팅이 화려해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나도 이젠 나이가 들고 심약해져서인지 잔인한 영화는 큰 화면으로 못 본다. 고어랑 슬래쉬 같은 거 끊은 지도 오래됐다. 박훈정이 만들었으니까 악마를 보았다의 전편보다 못한 속편쯤 되려니 생각하고 잊어버리고 있던 중 며칠 전에 IPTV에 떠서 별 생각 없이 봤는데 의외로 재밌었다. 이종석 때문이다. 김명민의 담배와 장동건의 안경테 그리고 몇몇 배우들의 불명확한 발음이 시종일관 몰입을 방해했지만 이종석 덕분에 끝까지 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이종석의 표정 변화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했다. 압권은 막판에 한강대교 씬이었다. 초중반까진 흥미롭긴 했지만 이렇다 할 한 방이 없어 긴가민가했는데 한강대교 씬에서 기어이 해내고야 말았다. 이종석이 씩 웃으며 성큼성큼 슬로우 모션으로 걸어오는 장면에서 머리카락이 쭈뼛 서며 소름이 확 돋았다. 이종석이 이런 것도 할 줄 안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알겠다. 덕분에 영화에 대한 인상도 그 씬을 전후로 불호에서 호로 바뀌었다. 이종석이 영화를 살린 것이다. 연출의 톤 앤 매너만 적당히 조절했어도 올해의 베스트감인데 그저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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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넷플릭스 가입 이후 많은 것들이 변했다. 예전 같음 남는 시간에 블로그를 하거나 트위터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가끔 게임을 했는데 이제는 넷플릭스를 하거나 멍 때리거나다. 트위터는 보통 멍 때릴 때 들어가서 RT만 하다가 나오고 블로그는 일주일에 한 번 들어올까 말까다. 2007년 블로그 개설 이후 위기가 두 번 있었는데 첫 번째가 2009년 트위터 가입 직후고 두 번째가 올 초 넷플릭스 가입 이후다. 트위터로 인한 위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력으로 극복했고 블로그와의 시너지 효과도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넷플릭스는 자신이 없다. 완전 블랙홀이다.

 

나도 이른 바 넷플릭스 당한 것이다. ‘넷플릭스 당하다는 실리콘밸리에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될 때 쓰는 말이라고 하는데 보통 사람들의 여가 시간을 보내는 기존의 방식이 완전히 붕괴되어 버렸을 때 써도 될 것 같다.

 

나는 여가 시간 뿐 아니라 심지어는 밖에서 누굴 만나거나 일을 할 때도 별 게 없다 싶을 땐 이럴 시간에 차라리 넷플릭스나 보는 게 나았겠다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고 다 재밌는 건 아니고 넷플릭스에서 추천해주는 영화들이 내 입맛에 딱 맞은 적도 별로 없었지만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지나치게 편리하고 흥미로운 게 문제라면 문제다. 그냥 넷플릭스에 들어가 재밌는 거 뭐 있나 구경하며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후딱 가 버린다. 넷플릭스 때문에 극장 산업이 붕괴될 리는 없겠고 CJ CGV 주주로서 제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만을 간절히 빌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단지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간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전적으로 넷플릭스 탓이다. 극장까지 가서 영화를 보는데 쓸 시간과 정력과 돈이면 대부분은 그냥 넷플릭스나 보는 게 낫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나 예능도 넷플릭스에 올라오지 않는 이상 어지간해선 관심이 안 간다. 요즘 내 화두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다 소화할 수 있을까 인데 어쩐지 밥 먹고 자는 시간 빼고 오로지 넷플릭스만 들여다보며 살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블로그 업데이트가 너무 뜸했다는 죄책감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작들이 업데이트 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가 않다. 블로그에 글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한 후 여기까지 쓰는데 50분 정도 걸렸는데 이 글이 과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한 회분 감상을 포기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글인지는 잘 모르겠다. 빨리 올리고 나르코스 시즌3나 마저 봐야겠다. 


p.s. 방금 내 취향에 맞는 신작 떴다고 알림 왔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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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에는 넷플릭스 당하다(Netflixed)’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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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예상

기대 > 우려

 

9월 27일 개봉이고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연휴다.

 

천만 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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